서울 사람은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접하면 기가 죽는다. 조사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결과는 언제나 비슷하다. 서울은 140개 대상 도시 중 중위권에서 맴돈다.
지난 8월 1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정치·경제 분석 전문업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15년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했다. 1위는 호주 멜버른, 2위는 오스트리아 빈, 3위는 캐나다 밴쿠버, 4위는 캐나다 토론토, 5위는 호주 애들레이드·캐나다 캘거리 순이었다.
멜버른은 100점 만점에 97.5점으로 5년째 1위를 차지했다. 멜버른, 빈, 밴쿠버는 EIU 조사에서 5년째 톱 3를 유지하는 중이다. 서울은 조사 대상 140개 도시 중 84.9점을 얻어 58위를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은 69위, 일본 도쿄는 15위다.
지난 8월 1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정치·경제 분석 전문업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15년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했다. 1위는 호주 멜버른, 2위는 오스트리아 빈, 3위는 캐나다 밴쿠버, 4위는 캐나다 토론토, 5위는 호주 애들레이드·캐나다 캘거리 순이었다.
멜버른은 100점 만점에 97.5점으로 5년째 1위를 차지했다. 멜버른, 빈, 밴쿠버는 EIU 조사에서 5년째 톱 3를 유지하는 중이다. 서울은 조사 대상 140개 도시 중 84.9점을 얻어 58위를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은 69위, 일본 도쿄는 15위다.
- 멜버른은 만(灣)을 끼고 있는 도시다. 만 반대편에서 본 멜버른 중심가. /호주 빅토리아주정부관광청 공식 블로그 ‘Melboume Holic’제공
EIU는 140개 도시를 안전도, 의료시설, 문화·환경, 교육환경, 사회인프라 5개 부문과 30개 세부 항목에서 질적 지수와 양적 지수로 평가하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한다.
선진국은 모든 게 시스템으로 짜여 있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처럼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탈세(脫稅)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선진국에선 그만큼 돈 벌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현지어가 서툰 이민자가 멜버른, 빈, 밴쿠버 등에서 돈을 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왜 그 도시 시민이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은 살기 좋다고 할까. 정직하게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곳이 선진국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멜버른, 빈, 밴쿠버를 가장 살기 좋다고 하는 것일까.
사람이 주거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제일 따지는 게 안전도이다.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첫 번째다. 안전도의 기준 중 하나가 살인사건 발생률(피살자/10만명당)이다. 멜버른은 2014년 기준으로 멜버른은 3.1명, 빈은 1.4명, 밴쿠버는 4.2명 순이었다.
140개 도시 중 최하위를 기록한 5개 도시의 면면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136위부터 140위까지는 리비아 트리폴리, 나이지리아 라고스,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레스비, 방글라데시 다카, 시리아 다마스쿠스였다. 다마스쿠스, 트리폴리, 라고스는 유럽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지난 7월에만 EU(유럽연합) 회원국 국경의 문을 두드린 난민의 수는 10만7000명이었다.
자연재해라는 요인도 안전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상위에 들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수년 전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남섬은 환태평양조산대에 걸쳐 있지만 오클랜드가 있는 북섬은 여기서 비켜나 있다.
10위까지 도시는 모두 선진국이다. 이 중 그 나라의 수도는 빈과 헬싱키와 오클랜드 세 곳뿐이다. 대체로 인구가 적은 부자 나라의 중간 규모 도시다. 인구로 보면 200만~300만명이다. 톱3 도시를 인구밀도(명/㎢) 면에서 비교해 보자. 멜버른은 2572명, 빈 4069명, 밴쿠버 5039명 순이다.
세계 문화·예술의 양대 수도로 불리는 뉴욕과 파리는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도심에 널려 있고 최상의 전시회와 공연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데, 파리지앵과 뉴요커는 파리와 뉴욕을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하지 않았을까. 파리와 뉴욕은 인구밀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파리는 2만348명이고 뉴욕은 1만194명이다
서울의 경우 매년 여의도 벚꽃축제와 여의도 세계불꽃축제를 할 때 보면 ‘사람에 치여 죽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축제를 여유 있게 즐길 수가 없다. 서울은 1만5000명이다. EIU 역시 인구밀도 기준을 중시한다. EIU는 “뉴욕, 런던 등 거대도시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선진국의 중간 규모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면 의료체계와 문화·교육 환경이 뒷받침되는 인구 200만~300만명 도시의 인구밀도 2500~5000명의 도시가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된다는 얘기다.
- 빈 중심가의 호프부르크. /WienTourrism, Christian Stemper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매년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될 때의 기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멜버른이 2015년에도 1위로 선정되자 ‘jena72’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교민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내가 사는 이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의 영광을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차지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오늘 접했다. 도심 한가운데든 동네 어귀든, 녹색 푸르름을 한껏 느낄 수 있고, 대부분의 (지나치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항상 미소 짓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세계 어딜 가나 이곳 커피맛이 그리울 정도로 커피맛도 아주 훌륭하며, 유럽 다음으로 유럽 같은 멋지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넘치고, 양보운전을 매일 당(?)하고, 범죄율도 낮고, 라이브음악을 비롯한 예술·문화가 넘치는 동시에 다민족도시라 전 세계 거의 모든 음식들을 정통으로 접할 수 있고….”
‘Jena72’가 불만스럽게 생각한 것은 딱 하나 ‘겨울 날씨’였다. 또 다른 교민이 ‘싸이월드’에 쓴 것을 엿보자.
“주변에 공원도 많고, 주말에 ‘여유’를 느낄 공간이 많기도 하고… 주변에 이렇게 멋진 바다도 많고요. 여긴 좀 스케일이 큰 바다라 가슴이 답답할 때 가면 바람으로 뻥 뚫어줄 수 있는 곳이에요.… 역시 ‘교육의 도시’답게 도서관 앞에도 이런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멜버른은 교육의 도시로 유명하다. 멜버른대학은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항상 30위권을 유지하는 명문대학이다. 모내시대학 또한 120~150위권을 기록 중이다.
이번에는 빈으로 가보자. 빈 인구는 210만명. 빈을 둘러싼 문화예술·교육 환경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수백 년간 음악의 수도로 군림한 빈은 지금도 최고의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클래식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를 배출한 도시답게 세계적 미술관들과 박물관이 수두룩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나온 빈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8명이나 배출했다.
빈은 도시의 절반 이상이 정원, 공원, 숲 등 녹지대다. 1인당 120㎡의 녹지를 즐길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빈 시당국이 얼마나 녹지를 중시하는지는 시내에 700ha의 포도밭과 포도주 양조장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같으면 포도밭을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자고 하겠지만.
빈 시민들이 빈을 살기 좋은 도시로 꼽는 자연환경은 다뉴브강과 빈 숲, 그리고 프라터공원이다. 여름철 다뉴브강의 강둑과 지류(支流) 섬에서는 누드족들이 해방감을 만끽하고, 울창한 빈 숲에서는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20여분 걸리는 프라터공원은 피크닉과 트레킹 장소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은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는다.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30분 안에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
EIU는 밴쿠버를 3위로 올린 이유와 관련 “훌륭한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범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밴쿠버는 우수한 교육환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은 세계 랭킹 30위권에 든다. 특히 홍콩, 대만, 싱가포르 출신들이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을 선호한다. 이 대학은 바닷가에 있어 캠퍼스가 유난히 아름답다.
- 밴쿠버의 잉글리시베이 해변. /캐나다 관광청 제공
산책하다 공원 안쪽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나무 끝이 안 보이는 원시림이 펼쳐진다. 이런 기막힌 자연환경을 밴쿠버 시민들은 돈 한 푼 안 내고 마음대로 즐긴다. 스탠리파크에 와보면 먹고사는 게 아무리 고단해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밴쿠버는 스탠리파크도 모자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천혜(天惠)의 환경을 타고났다. 밴쿠버 동쪽은 로키산맥의 자락인 코스트산맥. 휘슬러스키장이 코스트산맥에 있다. 휘슬러리조트까지는 밴쿠버 시내에서 넉넉 잡고 2시간. ‘복숭아얼굴’이라는 아이디를 갖고 있는 교민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밴쿠버가 좋은 이유 몇 가지’는 실감이 난다.
“도시와 대자연이 정말 잘 어우러져 있다. 다운타운에서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15분 안에 바다에 닿고, 차 타고 조금만 가면 산이 있다. 학교 끝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스키 타러 그라스마운틴에 갔다가 오는 길에 저녁 바다를 구경하고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는 스케줄이 가능한 곳이 밴쿠버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