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의 두통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고자 제주대학 병원 신경과 예약했던 날이 어제 화요일이었습니다. 시간맞춰 가야되서 중도에 주간보호센터로 데리러갔는데 하필 아이들이 외부활동 중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선생님들도, 센터도 통 전화를 받지않고 그렇게 불통상황과 한참 씨름한 후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어제 오전은 저의 모험이 화를 당한 날... 집주변 산길에 과감하게 차몰고 들어갔다가 진흙길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자동차보험 긴급요청을 했는데 주소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위치찾는데 한참 걸린데다가 그만 견인차마저 빠져버려 견인차를 견인하기 위한 견인차가 또 출동하고, 우습지만 흔치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좁은 산길 수렁에서 두 대의 차를 빼내느라 거의 두 시간 이상 잡아먹고, 추가비용도 지불해야 되고 암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현재 제주도 거처지에서는 멀지않은 곳이라 가끔 주변산책길을 걸어다녔던 적도 있고 (물론 접근방향은 다르지만) 300평가량 매도가능한 땅이 있다고 해서 그거 보러갔다가 발생한 일입니다.
얌전히 도로에 접한 그 땅만 보고왔으면 아무 일도 없었건만 거기서 수산한못이 가깝다하니 한번 가로질러 보려는 모험심이 발동한 게 화근입니다. 모든 일에는 교훈이 있는 법... 제주도에 좀더 체류해보려는 의도에 따라서 우리의 숨겨지고 안락한 거처를 꿈꾸며 이리저리 헤아리는 중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견인차를 견인하기 위해 출동한 견인차에 동승해서 온 사람이 하필 제주도토박이 부동산 운영자입니다. 견인차가 먼저 빠져나가길 기다리며 제 차 역시 고도의 운전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그 일을 맡았던 그 사람은 자동차공업사 대표와 어릴 때부터 친구인데 견인일이 주변에서 너무 많이 발생하면 도와주기 위해 동원되기도 한답니다.
하긴 저때문에 견인차 하나는 두 시간 가량 운행을 못했고 견인차 두 대가 더 추가로 투입되었으니 갑작스런 견인차 체증이 발생했을 겁니다. 암튼 그 막간에 왜 여기까지 차를 몰고 왔느냐?라는 질문에 땅보러왔다가 이리 되었다고 하자 그의 오랜 부동산전문지식이 쏟아집니다. 그 동안 궁금했던 것 모두 질문하니 시원스럽게 제주도 법령에 맞춰 답변을 해줍니다.
잘 모르고 덤비지말라! 라는 교훈을 주기위해 이런 우스꽝스런 사건에 휘말리게 한 것 같은 감사함!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법규와 건축요건들이 있기에 새겨들어야 하는 부분들이 꽤 많은데 어제 대략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내가 원하는 구역이라도 어제 보았던 땅같은 것은 건축허가나려면 50년 기다리라고 하니... 거들떠도 보지말라는 그의 조언! 자연보호 관리정책이 우선된 제주도는 건축법도 까다롭기는 합니다.
뭐든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시도해 보는 것을 서슴치않는 저에게는 그래서 이런 우연찮은 기회가 행운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운때가 왔느냐 그렇지않느냐는 우연한 만남들이 자꾸 어그러지는지, 필요한 적시에 잘 맞는지가 중요할 겁니다. 어제의 사건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살아가면서 소중한 타인의 점검이 필요한 때, 그런 기회가 의도치않게 우연히 많이 와줄수록 그 때가 바로 운의 시기입니다.
이런 정신없는 사건을 치루고 집에 들러 진료의뢰서를 챙겨 주간보호센터로 달려가니 한참 불통이 되는 통에 잠시 초조... 제주대학 병원에서 대면한 젊은 신경과 의사는 아무래도 경력이 많지않을텐데 벌써부터 신경질적인 권위가 먼저 느껴집니다. 인상대로 썩 기분좋은 상담은 아닙니다. 환자가족이 좀 의학적 지식이 있어보이면 억누루려는 성향의 의사...
MRI찍는데 아이가 가만히 있겠느냐 라며 CT를 권하면서 별 관련도 없는 간검사 등 3가지나 더 하라고 합니다. 이 3가지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해야 하는데 바로 채혈이 될리가 없습니다. 채혈담당자들의 소극적 대처가 30분이나 이어지는데... 아이를 말로 설득해서 채혈하려는 것이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다칠 우려가 있어 자기네는 강압적으로 절대 하지않는데나 뭐라나... 그게 통할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리 융통성이 없어서야...
강압적 훈련과정을 통해서 지금은 팔뚝 채혈정도는 거끈히 하게된 태균이 경우만 봐도, 꼭 필요한 훈련과정인데, 말로만 하자하자라는 것이 너무 성의없어 보이고 힘든 건 하지않겠어! 라는 태도가 너무 역력합니다. 남자간호사가 둘이나 있는데 그런 모양새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보안요원들의 도움을 바로 청하는 서울대병원 경우를 떠올리며 혹시 보안요원 도움이 가능한 지 물어보니 그런건 없답니다.
포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채혈을 못한 것보다 채혈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훈련의 기회를 갖지못한게 너무 아쉽습니다. 앞으로 병원 이용할 일이 많을텐데 채혈 하나 못하면 병원검사는 거의 할 게 없기에, 훈련을 해봤으면 했는데 간호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찌해 볼 수가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쉽지 않는 상황을 깨달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저 되는대로 살다가 아픈 병에 걸려도 조치되기가 참으로 쉽지않겠구나 싶습니다. 이런 과정을 다 감수하고 병원입원 정도는 전혀 문제없게된 태균이가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응급실에 들어가면 채혈은 몇 번씩 하기도 하기에 병원이용에는 꼭 필요한 훈련이거늘...
다음 예약지였던 푸른정신과 의원까지 들러 경기약까지 받아서 오니 새삼 제 의견을 반영해서 처방해주는 푸른정신과 의사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렇게라도 도와주는 의사가 없다면 정말 우리 아이들은 도움받을 곳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성년으로 커갈수록 전문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점점 많아질텐데, 우리 아이들의 불행함이 가슴미어지게 슬픈 날입니다.
종일 정신없었던 날, 맛있는 저녁을 먹자 하며 선택해서 들어간 제주의 김치찌개 전문점, 간판하며 폼새가 너무 근사해서 선택했더니 절대 가지말라고 만류해야 할 판! 빛좋은 개살구격, 양은 지나칠 정도로 적고 김치찌개하기에는 덜 익은 김치맛, 곁들여진 반찬도 분식집 수준의 약간의 콩나물과 채무침. 너무 실망했지만 그런 게 또 삶이니... 아이들 적게 먹이는 것도 또 필요한 일이니 용서를 해야죠.
첫댓글 아고 고생 엄청 하신 날이네요.
땅 문제 정보 얻은 것이 그나마 고생과 맞바꿀만 합니다.
제주도에서 사는데 단점 중 의료가 들어가는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이유가 있네요. 맛집이라고 소문 난 집도 별로라는 말이 있던데, 음식점 잘 만나는 것도 운인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