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강 하류의 관광 명소
중국의 관광명소는 그 규모가 장대하고 스케일이 원대한데 특징이 있어 보인다. ‘더 크고, 더 높고, 더 많게’ 이것이 13억 중국인들의 대국인다운 취향이고 자존심일까? 소주에 있는 졸정원의 규모가 그렇고, 호구탑의 웅장함이 그렇다. 항주의 서호는 인공으로 조성한 호수임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으며, 영은사의 규모는 13억 대국의 사찰답다. 오산의 성황묘, 성황각은 한 독지가의 후덕함을 추모하는 개인의 묘소라고는 믿기지 않았으며, 육화탑의 웅대한 높이에 고개가 하늘로 올라간다. 최근에 건립했다는 상해 중심가의 동방명주탑 역시 더 크게 더 높게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원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소주는 정원으로 유명한 중국에서 가장 전원적인 도시로 꼽힌다.
“중국 제일의 정원은 소주의 정원이다”
라는 말처럼 중국 4대 정원 중 졸정원과 유원이 소주에 있다.
졸정원은 부호로 이름난 한 개인이 16년 동안에 걸쳐 조성했다는 소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5만m2의 면적 중 5분의 3이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졸정원은 크게 東, 中, 西로 나누는데 우리 일행은 시간의 재촉으로 중원(中園)만을 관람하는데 그쳤다. 주인이 기거했다는 중심 건물은 천연옥돌로 방음장치까지 고려하여 설계했다는 호사로움의 극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기암괴석의 수석으로 치장한 산책로와 수많은 분재, 연꽃으로 가득 찬 호수 등 이 모든 것이 개인의 힘으로 조성했다는데 놀라움을 더했다.
호구는 언덕의 이름으로 춘추시대 吳나라 왕 합려의 묘이다. 산문을 빠져나와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면 숫돌처럼 평평한 바위가 있다. 아주 넓은 이 바위를 천인석(天人石)이라고 불리는데 1,500년전 남북조시대에 천명이 이 바위에 앉아 고승의 설법을 들었다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에 있는 호구사탑은 동양의 피사탑이라고 불릴만큼 그 규모와 높이가 웅대하며 모양까지도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인류문화유산에 등록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문화재이지만 층마다 외벽에 시멘트로 보수한 흔적 때문에 등재가 보류되었다 한다.
육화탑은 항주의 남쪽 전단강의 대역류를 막아달라는 기원으로 송대에 건립한 탑으로 국보로 지정되었다한다. 겉보기에는 13층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7층인 8각탑으로 역시 그 규모가 웅장하였다.
중국의 호수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호수가 항주의 서호이다. 인공으로 조성한 170만평 호수 전체가 관광명소이다. 우리 일행은 유람선을 타고 이곳 경관을 즐기던 중국의 옛 시인 백낙천, 소동파처럼 아름다운 주변 경치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1시간 동안 호수를 유람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사찰 중 소주의 한산사와 항주의 영은사 두 곳을 관람했다.
한산사는 소주 시내에 위치한 고찰로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拍)이라는 시로 유명해진 절이라 한다. 규모는 적지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절 입구는 수많은 가게가 즐비하여 한국에서 찾아온 관광객을 향해 부채나 모자를 들고 우리말로 ‘천원 천원’ 하면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영은사는 그 규모가 엄청났다. 앞서 관람한 한산사의 50배 크기로 인도 승려 혜리가 1,600년 전에 창건한 중국 3대 명찰 중 하나라고 한다.
절 입구에서부터 경내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바위마다 갖가지 부처상을 실물크기로 조각해 놓았는데 그 숫자만 해도 3백 83개라고 한다. 대웅전에 안치된 불상의 규모도 엄청났지만, 그 후면에는 20m가 넘어 보이는 높은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웅대한 벽면에 부처님이 득도한 후 포교 과정을 그림으로 형상화하여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는데 그중에는 우리나라 신라시대에 중국으로 유학 온 명승 한분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맨 먼저 부처님 앞에 귀의한 500나한의 모습을 일일이 실물 크기 전신상으로 조각을 해놓았는데 그 규모로 보아 중국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사찰 경내는 수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30개 정도의 묶음으로 된 향불을 한꺼번에 불꽃을 내어 피우면서 두손으로 합장 경배하는 사람, 잡상인들의 요란한 호객소리에 뒤섞여 세계각처에서 쇄도한 관람객들의 국적에 따라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안내원의 핸드스피커의 요란스런 설명이 뒤범벅이 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실내에서도 신을 신은 채 무리별로 깃발을 따라 떼를 지어 마치 재래시장을 방불케 하는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자칫 방심하여 깃발이라도 놓치면 대열을 이탈한 미아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청정도량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루었다.
예원(豫園)은 500년 전 명나라 때 상해 출신 고급 관리가 조성한 공원으로 중국 전통가옥의 교묘한 배치에 따라 입구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가 나 있어 들어간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예원 일대는 상해 구시가지 중심으로 중국의 전통 가옥이 밀집한 지역이다. 원래는 사찰 건물이었으나 공산주의 혁명 후 이를 몰수하여 지금은 중국의 전통 음식점과 상가가 형성된 번화가로 변모하여 여기를 찾는 수많은 인파로 들끓었다. 여기를 보아야 중국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는 상해에서도 손꼽히는 3대 관광명소라고 한다. 혼잡을 이루는 행렬 중에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오는 사람보다는 이를 구경하기 위해서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중국의 재래시장도 생동감 있는 인파로 넘치고 있어 사회주의 국가도 사람 사는 모습은 같았다.
서커스관람은 상해시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겐 뺄 수 없는 또 하나의 보너스 종목이다. 서커스 전용 극장에서 연출하는 위험천만한 아슬아슬한 곡예는 시종 긴장의 땀을 쥐게 했다. 특히나 중국 최고라고 하는 오토바이쇼는 직경이 5m 정도 되는 지구의처럼 둥근 철망 속에서 네 대의 오토바이가 종횡무진으로 진기명기를 연출하여 보는 사람을 더 전율케 했다.
외탄 ․ 황포강(外灘 ․ 黃浦江)은 황포강 제방과 중산동로 사이에 있는 상해 시민의 휴식처로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저녁을 마친 후 황포강 유람선을 타고 상해시 중심가의 야경을 관람하였다. 건물마다 특징을 살려 휘황찬란하게 발하는 각양각색의 네온사인 불빛은 마치 꿈을 수놓은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상해시에서는 여름 내내 두 달 동안을 전기 사정으로 인해 야간 조명을 통제해오다 오늘밤 처음으로 야광을 해제하여 우리 일행은 세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상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만난 것이다.
동방명주탑은 상해 중심부에 밀집된 수많은 건물을 시녀처럼 거느리고 빼어난 위용을 뽐내듯 우뚝 솟아있다. 높이 468m로 아시아에서 제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고봉으로 1,700만 세계 제일의 도시인 상해시의 발전상을 상징하고 있었다. 세개의 기둥이 받쳐주는 263m의 상구체까지 고속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올라 동서남북으로 확트인 상해시의 발전된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동방명주탑에서 도보로 부근에 위치한 상해시립성주박물관과 상해시미래교육관을 연이어 관람하였다. 상해시의 발전모형을 보면 그 계획이 웅대하고 야심에 차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