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라기보다는,광화문에서부담없이소주마실집은횟집아니면김치찌개아니면설렁탕집이다.
어제들린집은음악동호인몇명과찾은'풍년옥'이다.
광화문역8번출구에서길건너골목으로들어서면된다.
다들들려서아실만한집.맛보다는,광화문에서만나기좋은집이다.
이근처는제주한라의집(제주직송횟집인데비싸다),광화문찌개,동성각(화교상)등등
세종문화회관에서음악회마치면몰려가는집들이몰려있다.
물론음악행사후에는일단세종호프로간다.인원이많기때문에.
여기서호프에소주넣어다섯잔정도씩마시고,
그다음이차로가는집들이조금분위기가조용하고작은집이다.
풍년옥(예약. 02-737-5157)은수육과설렁탕전문이고,안주로동그랑땡과빈대떡이있다.
테이블이10개니까아담하다면아담한집.
가격은메뉴판을참고로올리니살펴보시도록.
어제는수육과,국물처럼같이먹게설렁탕두그릇,동그랑땡,빈대떡.이렇게시켰다.
이정도안주면일인당소주두병정도마신다.
입구. 뒷집인감자탕,앞집인광화문집.모두다문인또는음악인술꾼들의광화문집합소.
국물이있어야되니까설렁탕시키고
수육도시키고.동그랑땡사진은취해서찍었는지동그랑땡들이모두빙그르르돌고있어서버렸음 ㅎㅎ
메뉴와가격참조용입니다
한국남성합창단단원들인 화훼전문가,건축가,음악해설,저입니다.주인이찍어준솜씨가괜찮습니다 ㅎㅎ
이런날은시한편을들려준다.
시도모르면서맛얘기하면촌스럽지ㅎㅎ
이제곧봄,강물소리가아련해지고,이유없이그리워지는,우수도지나삼월이온다.
그리움,그간절한가슴아려옴.
안도현의詩다.
저물 무렵
저물 무렵 그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서
강물이 사라지는 쪽 하늘 한 귀퉁이를 적시는
노을을 자주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둘 다 말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애와 나는 저무는 세상의 한쪽을
우리가 모두 차지한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아늑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는지요
오래오래 그렇게 앉아 있다가 보면
양쪽 볼이 까닭도 없이 화끈 달아오를 때도 있었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붉은 노을 때문인 줄로 알았습니다
흘러가서는 되돌아오지 않는 물소리가
그애와 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그애는 날이 갈수록 부쩍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었고
나는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손가락으로 먼 산의 어깨를 짚어가며
강물이 적시고 갈 그 고장의 이름을 알려주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랑이었습니다
강물이 끝나는 곳에 한없이 펼쳐져 있을
여태 한번도 가보지 못한 큰 바다를
그애와 내가 건너야 할 다리 같은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습니다
날마다 어둠도 빨리 왔습니다
그애와 같이 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하고 생각하며
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늘 어찌나 쓸쓸하고 서럽던지
가시에 찔린 듯 가슴이 따끔거리며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애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포개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애의 여린 숨소리를
열 몇 살 열 몇 살 내 나이를 내가 알고 있는 산수공식을
아아 모두 삼켜버릴 것 같은 노을을 보았습니다
저물 무렵 그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세상을 물들이던 어린 노을인 줄을
지금 생각하면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