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물산 지난 전망바위에서 남서쪽 조망

꽃 보내고 보니,
놓고 가신
작은 선물
향기로운
열매
――― 이철수, 『작은 선물』
▶ 산행일시 : 2013년 11월 2일(토), 흐리고 스모그, 오후에는 비, 안개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스틸영, 드류, 金錢無, 대간거사, 챔프, 한계령, 메아리,
사계, 도~자, 가은, 혜연, 상고대)
▶ 산행거리 : 실거리 26.1㎞
▶ 산행시간 : 11시간 5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
00 : 44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16 - 횡성군 공근면 창봉리(蒼峰里) 시루봉휴게소
05 : 20 - 산행시작
06 : 58 - 능선 합류, 752m봉 전전위봉 직전 안부, 조식
07 : 48 - 632m봉
08 : 20 - △792.9m봉
09 : 12 - 금물산(今勿山, 776m)
09 : 56 - 783m봉
10 : 08 - 성지봉(聖地峰, 성재봉, △787.4m)
10 : 33 ~ 11 : 05 - 덕갈고개(德葛--), 중식
12 : 05 - △562.8m봉
12 : 25 - 389m봉
12 : 45 - 433m봉
13 : 19 - △409.9m봉
14 : 10 - 532m봉(하나산)
14 : 53 - △468.4m봉
15 : 05 - 화채봉(花彩峰, 448m)
15 : 40 - 329m봉
16 : 04 - 210m봉
16 : 25 -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龍頭里) 황정마을 용두육교 아래, 산행종료
1. 화채봉(花彩峰) 가는 길

【금홍횡단】
금홍횡단은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금진나루에서 남양주시 금곡동 홍유릉까지 산을 이어 가
는 도상거리 237.9㎞의 횡단을 말한다. 기점인 금진(金津)나루의 ‘금(金)’ 자와 종점인 홍유릉
(洪裕陵)의 ‘홍(洪)’ 자를 차용했다. 산을 이어간다면서 정맥(正脈)이니 기맥(岐脈) 또는 지맥
(支脈) 등의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물을 건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홍횡단 237.9㎞를 12구
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 금물산(今勿山, 776m)
5시. 기상! 오늘 산행 들머리인 시루봉휴게소 주차장 차안에서다. 남들은 우리더러 무박산행
이라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캠핑카 야영’이라고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겠다.
헤드램프 줄줄이 밝히고 창봉천을 휴게소 오른쪽 어인교로 건넌다. “돼지똥 악취기업 정진농
장 물러가라”라는 플래카드에 공감한다. 인근 축사에서 풍기는 분뇨냄새가 새벽길을 메운다.
비포장 농로 따르며 오른쪽 산기슭의 덤불숲 뚫을 기회를 엿보는데 마침 성묫길이 나온다. 잘
다듬은 무덤 지나고 잡목 숲 소로의 산길이 이어진다. 저 아래 어인동 산골마을의 개들은 우
리를 유성 혹은 도깨비불의 행렬로 여기지 않고 짖어대는 것으로 보아 하룻강아지임이 분명
하다. 누웠던 등로가 발딱 일어선다. 기어오른다.
어두울 때는 길 잘못 들라 봉봉을 우회로 마다하고 꼬박 직등한다. 간혹 헤드램프 불빛에 비
추이는 나뭇가지 마지막 잎새를 누군가의 산행표지기로 오인한다. 밤새 가을을 힘겹게 붙들
고 있는 졸참나무 잎이다. 사면 오를 때는 후덥지근한 여름이고 능선에 서면 소슬한 가을이
다. 긴 오름 끝인 653m봉에서 왼쪽으로 방향 틀어 잠시 잠잠하다 오른쪽 사면 길게 돌아 ┬자
시루봉 갈림길인 안부다.
아마 우리 일행 중 절반은 그러지 않았을까? 대간거사 님이 갈림길에서 0.6㎞나 떨어져 있는
시루봉(△771m)을 다녀오겠다고 가는데 멀찍이 뒤따르던 이들은 물정 모르고 그리로 따라갔
지 않았을까? 이때 입은 데미지가 매우 컸다. 아무리 오랜만에 나왔다지만 천하의 챔프 님이
덕갈고개에서 2부 산행을 포기하였고 다수 또한 2부 산행을 온전하게 진행하지 못하였다.
시루봉 갈림길 안부에서 아침 요기하고 상고대 님과 나 둘이서 용두까지 완주하고자 나선다.
냅다 뺀다. 이제 일행들과는 산행 마치고서나 만날 것이다. 752m봉에서 갈 길 더듬다 오른쪽
으로 직각방향 틀어 내린다. 등로는 햇낙엽으로 덮였다. 낙엽 헤쳐 새길 낸다. 앞에서 새길 내
는 재미는 오로지 상고대 님의 차지다.
모수(母樹)가 쓸쓸한 벌목지대로 내린다. 엄밀히 따지자면 능선마루금을 약간 벗어났다. 골짜
기 산판길로 떨어졌다가 얼른 바로 잡는다. 골골의 샛노랗게 물든 낙엽송 황금 비늘이 곱디곱
다. 긴 오름길이 무료하여 사면의 풀숲 기웃거리다 더덕이 위장하였는가 하고 애먼 삽주와 큰
까치수영을 건드리기도 한다.
봉봉이 첨봉이라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넙데데한 사면을 길게 오르고 리지성
능선을 살금살금 재며 이슥하니 가다 막판 곧추선 사면을 바짝 오르면 ┣자 한강기맥 갈림길
인 △782.9m봉이다. 삼각점은 홍천 460, 1988 재설. 오른쪽은 삼마치 4.16㎞. 당분간은 한강
기맥 길이라 갈림길에는 이정표 설치하였고 가파른 데에는 굵은 밧줄을 놓았다.
쭉쭉 내린다. 고도 150m를 낮춘다. 송전탑 지나 안부에서 바닥 치고 시시포스처럼 오른다. 금
물산. 한때 이 산에서 금과 은을 캐어 금은산이라 불렀고, 산의 모양이 그물을 친 것 같다고
하여 그물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한다. 그러고 보니 금물산이란 이름을 금은산과 그물산에서
각각 한자씩 차용하여 작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의 ‘今勿山’은 아무 의미없
는 억지 표기이고.
2. 모수(母樹) 쓸쓸한 벌목지대, 능선마루를 살짝 벗어났다

3. 앞은 한강기맥 갈림길인 △792.9m봉 전위봉

4. 멀리는 한강기맥 갈기산

5. 금물산 내린 전망바위에서 남서쪽 조망

6. 왼쪽은 침봉인 성지봉

7. 성지봉 가는 길에서, 아래 개활지는 탱크 사격장

▶ 성지봉(聖地峰, 성재봉, △787.4m)
금물산 정상에 서서 발돋움하여도 조망이 시원찮음은 날씨가 을씨년스럽기도 하여서다. 금
물산 정상을 벗어나면 곧 ┣자 한강기맥 갈림길이다. 한강기맥은 오른쪽 시루봉 넘어 갈기산
으로 간다. 781m봉 넘고 성지봉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오늘 산행의 최고 경점인 바위에
올라 아득한 갈 길 살폈다가 사면 풀숲에 들려 향긋한 손맛 보고 나서 봉봉을 허벅지 뻑적지
근하게 오른다.
성지봉이 침봉이다. 그 전위봉인 783m봉은 성지의 관문이다. 오르기 되다. 783m봉 북사면
아래는 탱크 사격장이라고 한다. ‘등산위험지역(군사격 훈련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상고
대 님 특제 김밥으로 기력 보충하여 성지봉을 오른다. 성지봉 정상은 벙커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홍천 24, 1988 재설’이다.
이 산이 성지봉인 것은 1801년(순조 원년)의 신유박해와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1871년
(고종 8년) 신미양요 등으로 엄혹하게 탄압받았던 천주교 신도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었기 때
문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서 병기한 ‘성재봉’이나 영진지도에서 표기한 ‘성재봉’은
예로부터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는 도원리 성재동(聖才洞, 승지골)의 지명에서 유래했을 가
능성이 유력하다.
두 곳 입석을 돌아내리고 억새 꽃밭인 헬기장 지나 묵은 임도 잠깐 따르다 1급 슬로프 갈잎
낙엽을 넉장거리 섞어가며 지친다. 쾌속이다. 덕갈고개에 임박하여 산허리 돌아온 임도와 만
나 함께 내린다. 덕갈고개는 비포장도로가 지나는데 고갯마루 북쪽은 군사지역이라 가시철
조망 쳐서 출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소나무 아래로 비 피하여 이
른 점심밥 먹는다.
8. 성지봉 전위봉인 783m봉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

9. 왼쪽 멀리 하늘금은 공작산

10. 덕갈고개 주변, 가을이 여기에 모여 있었다

11. 덕갈고개 주변

12. 의외로 길 찾기가 어려웠다

13. 나목이라 비를 가릴 데 없어 고스란히 맞았다

▶ 화채봉(花彩峰, 448m)
2부 산행.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다. 덕갈고개에서 무덤 오른쪽으로
난 소로로 오른다. 안개 속에 든다. 기껏 고도 400 ~ 500m대인 봉우리라고 얕잡아 볼 것이 아
니다. 잔매에 골병드는 것이 아니라 대매에 장살 나게 생겼다. 더하여 계속 걷자니 지치고, 쉬
자니 추워서 달달 떤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상고대 님의 말을 들으니 더 춥다.
봉우리마다 당차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점인 △562.8m봉은 준봉이다. 삼각점은 판독불
능. 안개 속이라 능선마루 길 찾기가 어렵다. △562.8m봉에서 내리 쏟다보니 등로를 벗어났
다. 대 트래버스. 지도에 눈 박고 간다. 389m봉 넘고도 더 떨어진다. 숲속길이지만 나목이라
비 가릴 데 없어 고스란히 맞는다. 속속들이 젖어든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젖은 내의와
잦은 마찰로 쓸릴만한 곳은 미리 바셀린을 발랐다.
423m봉 내리는 길에 혜연이와 함께 가는 가은 님을 만난다. 아침 먹고 느지막이 덕갈고개에
서 오는 중이라고 한다. 아빠와 함께 걷는 혜연이가 효녀다. 가은 님으로서는 지금도 그렇겠
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가을비 내리는 이 산속을 딸과 함께 걷던 날이 얼마나 알뜰하게 그리우
랴. 내 지난날이 그러하다. 그들은 △409.9m봉에서 탈출하겠다고 하니 앞서간다.
삼각점과 표고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봉봉 중 특히 우뚝하여 지정했다. △409.9m봉,
×506m봉, ×532m봉. ×532m봉은 1사1산 숲 가꾸기 일환으로 하나은행이 담당하는 산인가
보다. ‘하나산’이라 명명하고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464m봉 넘고 묵은 헬기장인 △468.4m
봉. 서래야 박건석 님이 ‘화채1봉’이라고 종이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
다. 용두 28, 1988 재설.
이제 대세는 내림 길이다. 화채봉 정상에서 서성이다 사면 돌아 남진한다. 길 좋다. 한적한 산
책길이다. 비는 멎었지만 젖은 풀숲 헤치니 아까 온 비 계속 맞는 셈이다. 산책길 버리고 인적
없는 210m봉을 스퍼트 내서 올랐다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44번 국도 질주하는 차 소리가 반
갑다. 산기슭 울창한 가시덤불 뚫어 개활지로 머리 내민다. 굴다리 지나고 용두리 관음사 앞
길을 돌아 우리 차가 기다리는 용두육교 아래로 간다. 상고대 님과 나도 영락없는 상거지 몰
골이다.
14. 423m봉 내리는 중에

15. 가은 님과 혜연이, 나중에 두고두고 가을비 내리는 이 산속을 함께 걷던 날이 얼마나 알뜰하랴

15-1. 가은 님과 혜연이

16. 화채봉 가는 길

17. 화채봉 가는 길

18. 532m봉. 하나은행이 1사1산 숲 가꾸기로 선정한 산이다. 등로 곳곳에 버려진 하나은행의
산행 표지판은 옥의 티다

19. 용두리 황정마을로 내리는 산길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Gli aranci olezzano)’는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 ~ 1945, 이탈리아)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시골 기
사)’에 나오는 곡입니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꽃잎은 사면에 푸르러
활짝 피어 있는 꽃 속에서
새들은 흥겹게 노래하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는 계절에
부드러운 노래 정답게 속삭이네
(하략)
첫댓글 챔프님도 나왔는데, 2부 산행을 포기하실 정도로 산행이 힘들었나 보군요. 우중에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한 장거리 산행 함께해서
거웠습니다.

산행중에 만난 가을비 때문에 좀 힘들긴했지만 전무님 말씀처럼 오지팀은
"극한 날씨속에 산행하는게 정석이라고"
오후내내 그생각하면서 산행했습니다.
사진이 작품입니다
금홍시작은 12회였는데 10회가 용문산구간이 무박이였는데 13회로 1회더 늘려서 당일로 진행하겠습니다.
우중산행! 고생들하셨습니다.^^영희누님 항상 고맙습니다. 해마선배님의 빈자리가 컸습니다. 드류형님 사진 고맙습니다. 고이 잘 간수하겠습니다. 챔프형님 좋은 말씀 감사드리구요^^ 저희 부녀를 위해 항상 응원해 주시고 성원 보내주시는 오지팀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꾸벅) 친구들 안하는 쌩! 고생하는 혜연아! 욕심 많은 아빠 딸로 태어난 니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