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정님 페이스북에서)
< 북한 무인기 사건, 성동격서인가? 태산명동서일필인가? >
1. 핸드폰 중독증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냥 습관적으로, 수시로 핸드폰을 보기 때문이다. 자각증상 후 첫 번째 대책은 자주 검색하던 카톡을 하루 3번 정도만 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포털 ‘다음’ 앱을 지웠다. 무심코 열어서 뉴스를 읽는 관성을 깨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론 ‘화장실에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기’였다.
세 번째만 빼고 어느 정도 지키기 시작한 지 한두 달 지났다. 북한뉴스는 아침에 일어나 종합 검색을 하면 대략 알 수 있었다. 특히 정치뉴스는 매번 그게 그거였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26일) 같은 경우는 매우 특이해서 뉴스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뜬금없이 오후에 김포공항, 인천공항을 한 시간 가까이 통제했다는 소식이 떴다. 아무런 이유나 배경 설명이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언뜻 북한이 서해상에서 대포나 미사일을 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후차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제 오후에 횡성에서 경공격기 1대가 추락했다는 뉴스도 좀 이상했다. 오래된 기종 전투기라 또 떨어졌나 생각했는데, 다행이 민간 피해는 없었지만 초등학교와 민가 사이에 떨어졌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도 민간 비행기 통제와는 연계할 수 없었다.
2. 저녁 때가 되어서야 북한 무인기 때문에 비행기 통제를 했고, 경공격기는 전술통제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뉴스와 분석 기사들이 쏟아졌다. 핵심은 아래와 같다. 오전 10시 반 경부터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을 발견했고, 그 중 1대는 육안으로도 확인했는데 서울 상공까지 왔다가 북으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간대에 4대는 김포, 파주, 인천, 강화 등에서 교란작전을 펼쳤고, 기관총 100발 정도를 쐈는데 격추에 실패했다. 공군 전투기,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술통제기 1개가 추락하였다.
북한의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면서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일종의 기만 전술인가. 아니면 남한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의미로써 군이 전술적 실패를 감추기 위해 과장했는가?
3. 합참이 파악한 북한 무인기는 “2014년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등에서 발견됐던 것처럼 날개폭 2m 이하 소형‘이라고 한다. 2016년, 2017년 국내 야산에서 추락했기에 발견했던 정찰 무인기란다. 조악한 수준이지만 만약 폭탄이라도 실었다면 위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과연 1시간 가까이 인천공항 여객기 10여편, 김포공항의 여객기 20여편 운항을 금지해야 했을까?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술통제기 추락은 두세 달 전 북 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사일 발사 실패 보다 더 처참한 수준이다.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서 격추할 정도로 실탄을 쏘지 못했다는 말은 그만큼 북 무인기가 폭탄을 싣는 등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일부 분석은 지난 20일 한미연합군이 대북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미군 B-5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한 훈련에 대해 북이 무인기로 도발한 것이라 한다. 참으로 북한 대응이야말로 가성비가 높다고 해야 하나?
또 다른 이는 ”드론이라고 하기에도 무인기가 작고 조악한 수준이라 저것 가지고는 정찰은 커녕 테러도 못“한다면서도, 대응책으로 대북전단을 날리고 대북 이동식 확성기 방송도 시작하자는 엉뚱한 제시를 하기도 했다.
4. 오늘 보도에 따르면 남한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제 그 소동을 피던 시간대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사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정치국, 중앙위 위원과 후보위원 뿐 아니라 부서 일꾼, 성, 중앙기관, 도급지도적기관과 시, 군, 중요공장, 기업소 책임일꾼 등이 방청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남한에 무인기를 띄우고 일부러 항적을 드러내서 도발을 벌일만한 자들은 대부분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년 동안 당이 혁명의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도전을 완강히 이겨내며, 이룩한 성과와 진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및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단다.
5. 미국과 남한 정찰위성은 매일 북을 감시하고 민간위성마저 영변 핵시설을 들여다 본다. 미군은 첨단 정찰기를 남쪽 상공에 띄워 북의 통신까지 감청한다. 북한이 무인기를 남쪽으로 보냈고, 그 대응으로 남한에서 북쪽으로 보냈다는 정찰기가 무인기인지, 군사드론인지 모르겠지만 뺨을 맞고 뺨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은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고 북한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입만 열면 대북 압도적 대응을 외치고도 경계와 작전에 실패한 자들이 언론플레이만 하는 현실이 역겹다. 당장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을 해임시키고 이번 북한 무인기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과정을 철저히 감사해서 군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