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면
다른 사람과 연결을 갈망하고 네트워크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지구상 어느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된다.
특히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네트워크 기술을 물이나 공기처럼 섭취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원주민들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갖고 놀았던 모바일 본(MobileBorn) 세대다. 하루 24시간 동안 하이퍼 문화를 향유한다.
이들은 기존사회구조와 가치관, 행동양식을 크게 변화시킨다. 각종 아날로그 정보들이 디지털로 변환하는 대전환기에 가상의 인간 관계망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푹 빠져 있는 달인들이다.
스마트폰으로 입체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혼자 밀폐되어 있어도 가상의 인간관계는 확산된다. 오프라인 파워 이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새로운 유행을 주도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하이퍼 세대의 진화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주문형 경제, 공유경제사회가 펼쳐진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돈을 계좌이체하고 상품을 구매한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호텔숙박이나 항공권 구매도 손가락으로 처리한다.
의식주 문화가 몸을 움직이는 바디 컬쳐에서 손끝으로 해결하는 핑거 컬쳐로 급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머리를 숙여 스마트 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본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지하철은 무가지 전성시대였다.
미래사회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하이퍼 세대와 그들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기존 인류문화인 순차문화에 하이퍼 문화는 비순차문화를 가미했다.
예컨대 1990년대 음악테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고 되감고 하는 선형 문화였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노래파일로 1초만에 선곡하는 점형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모바일 본 세대가 이끄는 사회변화는 오프라인 문화와 경제산업 분야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모바일 기술과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이 모바일 환경의 기반이다. 소형 모바일 기기의 인터페이스와 수많은 앱이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가 내놓은 ‘체계와 생활세계’의 개념이 떠올려진다. 학교와 기업 등이 공식적인 체계이고 모바일 본 세대의 놀이터는 생활세계이다.
근대사회에서는 체계가 너무 강력해지는 바람에 생활세계가 위축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체계 내에서 이뤄졌고 자신의 진솔한 모습은 혼자만 간직하고 있어야 했다.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생활체계는 ‘언제 어디서나’를 뜻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되살아나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을 영상 음성 문자로 저장하고 이웃과 공유하게 된 것이다. 체계 속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인간의 기본 욕구이자 존재가치인데 이걸 손쉽게 못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신분에 관계없이 아이디어와 노력에 따라 인정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파워 블로거들의 등장이 그것이다.
패션, 음식, 여행, 건강, 독서 등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북 블로거인 ‘태극취호’(전남 여수)는 왕성한 독서량과 핵심을 짚는 리뷰로 인문분야 독자들이 책을 사기 전에 먼저 찾는다.
기성세대는 성장한 후 뒤늦게 디지털 생태계에 이주해온 유목민이다. 이십대 중반 이후에야 컴퓨터를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에 젖은 생활 습관을 디지털로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문서작성은 독수리 타법, 스마트 폰으로도 문자 전송만 한다. 대부분 온라인 업무는 부하직원이나 비서에게 시킨다.
은퇴 후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분가한 아들을 불러들인다. 인터넷이 먹통이라고 하면 랜 연결선이 이탈돼 있고 부팅이 안 되면 전원플러그가 빠져 있다. 컴맹에다 기계치까지 겹쳤다.
아들한테 놀림 받고 이를 악물고 인터넷에 빠져본다. ‘내가 왕년에 누구였는데’ 자존심이 상해서다. 컴맹 탈출은 지자체 문화강좌로 충분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6개월짜리 코딩 전문가 과정에 등록한다.
이제는 문자 보낼 때 이모티콘 꼭 붙이고 동영상도 곁들인다. 식당을 섭렵하며 음식을 촬영하고 블로그, 카톡, 페이스북, 라인,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후 세상은 크게 변했다. 너무 극적이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기가 벅차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계층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정보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더 이상 정보와 지식을 머리 속에 축적할 필요가 없다. 지식은 소유에서 검색으로 바뀌었다. ‘기억’으로 출세한 계층과 검색으로 승부를 내는 계층의 지식 양극화가 심화된다.
메모카드보다는 빅데이터 등 저장된 정보를 활용한다. 익명의 다수가 수시로 저장하고 수정하는 지식정보들이다. 자동 증식하는 시대에서는 파워가 소수강자에서 다수 약자로 넘어간다.
기성세대가 모바일 본 세대의 생태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선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서로 연결되어야 존재할 수 있는 초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간섭과 지도 보다는 학습과 이해 그리고 응원이다.
그럼에도 익명에 숨어 악플에 빠져 있는 댓글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처방 제시는 유효하다. 페친(페이스북 친구)에게 상처받을 때는 건전한 인간관계 형성 노하우를 알려준다. 얼굴 한번 맞대는 게 이메일 73번, SNS 120번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앞으로 세상을 주도하는 계층은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가 아니고 ‘블랙칼라’다. 블랙칼라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신성장 동력의 중심이 될 것이다.
·김원태 칼럼니스트/ 前중앙일보 경제에디터
() | 화광신문 : 18/03/09 12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