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해 말 특별사면으로 4년 9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끝낸 후 입원 치료를 해오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퇴원해 10년 만에 그의 고향 대구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하며 짧은 인사말을 남긴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곧바로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로 향했다.
그는 사저에 도착해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저 앞에는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한 30대 남성이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소주병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부터 사면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순간들을 정리했다.
1. 2016년 10월 25일 1차 대국민 담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끈 국정농단 사태는 2016년 9월 언론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JTBC에서 최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하면서 결국 박 전 대통령은 10월 25일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씨로부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을 도움 받은 적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는 11월 4일 2차 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29일에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언급했다.
2. 2016년 12월 3일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촛불집회
분노한 국민은 촛불을 들고 전국 곳곳에서 모였다. 2016년 10월부터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는데, 그중에서도 12월 3일 촛불 집회에는 전국에서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해 사상 최다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8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9일 표결에 붙여졌고,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7표, 기권2표로 가결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건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12·12 사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5번째였다.
4.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 결정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주문을 선고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5. 2017년 3월 31일 구속 수감
박 전 대통령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며 다음날 새벽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3번째다.
6. 2017년 5월 23일 첫 재판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서원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피고인석에 섰다.
7. 2021년 1월 14일 징역 20년 확정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을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으로 확정하면서 3년 9개월 간 이어진 사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여기에 2018년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확정된 징역 2년까지 더해 형량은 총 22년이 됐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다면 87세가 되는 2039년 만기 출소가 예정됐다.
8. 2021년 12월 24일 특별사면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을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했다. 건강 악화로 11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는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 기간이다.
https://www.bbc.com/korean/news-60857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