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수) <텃밭 관리>
오늘은 날씨가 따뜻했습니다. 오후 4시경 실습장 텃밭을 가는 길에 온도를 재보니 20도 정도 되었습니다. 농부학교를 수료한 동기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가는 길에 텃밭에 들렸습니다. 실습장 텃밭을 정리하고 텃밭과의 이별도 준비를 해야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을 작물 텃밭으로 갔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텃밭은 3평 정도되는데 거기에 무 4개 정도 그리고 당근이 30개 정도가 남았습니다. 무는 성장이 더디지만 조금씩 두툼해지고 있습니다. 당근은 이파리가 무성한 것을 보니, 땅속에서도 잘 자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들은 남기고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쪽파들을 모두 수확했습니다. 30뿌리 정도 되었습니다. 쪽파는 다른 텃밭들에 둘러싸여 잘 크지 못했습니다. 대개 한뼘정도 크기로 굵기는 연필 굵기보다 못합니다. 사방이 키가 큰 배추나 갓으로 둘러 싸여 있으니 햇빛이나 바람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가을 작물 텃밭의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와 갓은 점점 더 크게 자랐습니다. 배추는 더욱 큰 결구가 형성되고 있고 갓은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자랐습니다. 어떤 밭의 갓은 그야말로 야자수 이파리같이 크고 넓게 자랐습니다. 갓이 저렇게 크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저의 시골 텃밭에 심은 갓은 자라는 둥 마는 중 시들시들한데 여기는 다릅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낼까 이리저리 고민이 많았습니다. 거름이 부족한지, 토양에 문제가 있는지, 물이 부족한지 ... 모든 것에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 작물 텃밭으로 갔습니다. 이제 헤어질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심은 갓이 엄청 많이 컸습니다. 지난 주에 이곳에 왔을 때보다는 갓 심은 자리가 부쩍 울창해졌습니다. 너무 많아 오늘 모두 수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갓은 일부만 수확하고 나머지 부분에 심었던 상추며, 쪽파를 수확했습니다. 상추는 3개 정도 남겼습니다. 날씨가 요즘같이 선선한 상태에서 더 시간을 두고 키우면 상추 맛이 더 깊어지고 맛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추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합니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 놓고 먹는다고 하니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수확하여, 정말 문을 걸어 놓고 그 맛을 한번 음미해봐야 겠습니다.
얼마전에 대구에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칠성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금방 수확한 호박이며 무, 당근, 땅콩 등 많은 농산물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무심고 지나가면서 살펴보다가 '언뜻 왜 저것을 팔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밭에서 따오면 되는데 ...'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이렇게 생각하게된 자신이 우스웠습니다. 작년만 해도 텃밭에서 제대로된 농작물 하나도 수확하지 못했는데 금년에 농부학교를 다니면서 텃밭을 가꾸고 수확을 하게되니 마치 스스로 농부가 된 느낌입니다. 내년에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마음 속으로는 심히 걱정이 됩니다. 혼자서 잘할 수 있게될지...
농부학교를 졸업한지 10일이 지났습니다. 금년에 처음 농부학교를 다닐 때 어떤 친구가 물었습니다.
친구 : 농사 짓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그냥 지으면 되잖아?
나 : 아니 그게 아니고 쉽지 않지. 경험이 없으니...
친구 : 경험은 뭐. 글쎄 농사짓는데 농부학교까지 다닐 필요가 있을까?
그런 친구에게 이렇게 핀잔을 들을까봐 걱정입니다.
"아니 농사를 배웠다면서?"
"또 수확을 제대로 못했어?"
지금 생각으로는 "정성을 다하자," 그리고 절실하게 매달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중에 배운 말이 생각납니다.
"농사는 과학이다."
"농사일에는 정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