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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인장을 받은 하느님의 종 십사만 사천 명! 시한부 종말론과 연관된 사이비 종파들은 구원받을 수 있는 숫자를 십사만 사천 명으로 못 박고 그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 숫자는 상징적입니다. 십사만 사천 명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서 만 이천 명씩 나온 숫자로서, 완전하게 가득 채워진 숫자를 뜻합니다. 따라서 그다음에 이어지는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와 가까운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성인들 숫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가 성인들의 수를 수천 명, 수만 명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어린양의 피로 깨끗해져서 천국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들, 하느님께서 사랑을 베푸시어 당신 자녀로 삼아 주신 이들은 그리스도를 닮아 순결하게 되어 언젠가 그분처럼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하늘 나라를 그리워하면서 정의와 자비와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갈망도 언젠가 채워져, 하늘 나라가 바로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니, 이런 분들의 숫자가 십사만 사천 명뿐이겠습니까! “성인들은 인간이었고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이 성인이 되셨다면 나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아우구스티노는 자신의 고백대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나도 성인이 될 수 있고 또한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어떻게 살면 성인이 될 수 있을까요? “성인은 맡은 일에 열중하며 주어지는 모든 일을 거절하지 않는다. 성인에게는 주어지는 모든 것이 선행의 좋은 기회가 될 뿐이다”(루이 라벨). 성인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거절하지 않는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인데, 아마도 이렇게 하여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행복한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짧고 하느님 나라의 기쁨은 영원하니, 눈을 들어 하늘 바라보기를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김태근 베드로 신부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오늘은 가수 이용씨의 잊혀진 계절이 귓가에 맴도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며 더불어 이 곳 미국에서는 Halloween으로 동네 곳곳에서 Jack-o'-lantern을 밝히며 무섭거나 재밌게 분장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Trick or treat! 을 외치는 날입니다.
시월에서 십일월로 넘어가는 이 때.
달력을 넘기다 문득 이제 “올 해도 달력 2장 밖에 안 남은게야!” 하며 다소 서글픈 생각에 잠기다가도 재미난 할로윈 축제 덕분에 잠시 잊게 되는 오늘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할로윈’(Halloween)이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s)의 전야제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모든 성인 대축일’은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따르고자 다짐하는 날입니다. 동방 교회에서 먼저 시작된 이 축일은 609년 보니파시오 4세 교황 때부터 로마 교회에서도 지켜졌고, 5월 13일에 지내던 이 축일은 8세기 중엽부터 11월 1일로 변경되면서 성인들과 함께 순교자들까지도 기억하도록 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에 기억나는 성인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분들은 어떤 삶을 사셨기에 성인으로 존경과 칭송을 받았을까요? 모르긴해도 어떠한 처지에서든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그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걸어가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길은 마음이 가난하지 않으면 걸어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온유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고, 그리고 그 길은 평화를 이루어 나가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 행복이 참된 것이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희망하는 행복의 내용은 열이면 열 모두가 다릅니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꿈이 참된 행복이고, 어떤 사람이 제대로 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까?
오늘 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을 지내는데 확신하며 얘기할 수 있는 하나는 참행복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이 곧 성인이셨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참 행복은 구체적으로 주님을 닮는 삶을 살아야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참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인들의 삶을 본받고 다시금 남은 두 달을 힘차게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미사 책 재 인용 ..김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