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춘순례(2) – 백운산,동강,동강할미꽃
1.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응봉산, 그 앞은 완택산과 고고산, 왼쪽 맨 뒤는 두위봉
황종(黃鍾)이 우는 곳에
만물(萬物)이 다 봄이라
화풍(和風) 세우(細雨)에
만산(萬山) 화류(花柳) 새 빛을 띄었어라
어즈버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원근(遠近) 소요(逍遙)하리라
―― 오남헌(傲南軒), 청구영언 가람본(駕藍本) 239;대동풍아(大東風雅) 34
주) 오남헌(傲南軒)은 특정 인물의 실명이라기보다 호(號)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음
▶ 산행일시 : 2026년 3월 21일(토), 맑음, 미세먼지
▶ 산행코스 : 문희마을 주차장,┣자 갈림길,백운산,615m봉,칠족령(525m),칠족령 전망대,동강할미꽃 서식지,
문희마을 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7.5km
▶ 산행시간 : 4시간 42분(10 : 00 ~ 14 : 42)
▶ 교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31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1번 출구 200m 전방 스타벅스 앞
10 : 00 – 문희마을 주차장, 산행시작
10 : 14 – ┣자 갈림길, 문희마을 0.8km, (급경사)정상 1.1km, (완경사)정상 3.2km
10 : 53 – 820m 고지, 정상 0.4km
11 : 00 - 백운산(白雲山, 882.5km)
11 : 55 – 615m봉
12 : 26 - ┣자 갈림길 안부, 백운산 2.2km, 문희마을 1.4km, 칠족령 0.2km
12 : 34 – 칠족령(529.9m), 점심, 노루귀 탐화( ~ 13 : 00), 문희마을 2.0km
13 : 16 – 칠족령 전망대
14 : 02 - 동강할미꽃 자생지( ~ 14 : 32)
14 : 42 – 문희마을 주차장, 산행종료, 버스 출발(15 : 43)
17 : 22 – 문막휴게소( ~ 17 : 40)
18 : 45 – 양재역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작년에는 3월 19일에 백운산을 갔다. 그때는 춘설이 난분분하게 흩날려 산행이 무척 힘들었다. 그 궂은 날에도 바위
틈에서는 꽃을 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강할미꽃을 보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맑은 날이다. 봄철 미세먼지는 어쩔
수 없다. 오늘이 길일인가 보다. 문희마을 주차장에 모인 대형버스가 7대, 승용차는 빼곡하여 더 주차할 공간이 없
다. 전국 각지에서 왔다. 줄잡아 250명은 될 듯하다. 백운산 등로는 뻔하다.
구름재골 쪽의 너른 등로로 가다가 사태골 입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의 급경사 코스를 오르는 것이다. 직진하여
백운산을 구름재골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를 더 가야 하고(이 점은 마음에 썩 든다), 등산객들이 오가지 않아 등
로 상태가 좋지 않을뿐더러 무슨 야생화라도 있다면 모를까, 황량하다고 하니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하다’는 금언
에 따라 오른쪽 흔한 잘난 급경사 길로 간다. 말이 급경사이지 어느 산을 물론하고 이만한 오르막이 없을까 싶다.
문희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10분 남짓은 너른 농로가 좁다는 듯이 무리지어 가다가 0.8km를 지난 ┣자
갈림길부터는 뿔뿔이 흩어져 오른다. 봄날이다. 겉옷 벗고도 팔 걷어붙인다. 등로는 질지 않고 꼬독꼬독하여 걷기
좋다. 갈지(之)자 연속해서 그리며 오른다. 처음에는 소자 갈지자였으나 점차 대자로 그리며 오른다.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 매너가 좋다. 뒤에 속도 내어 오르는 사람이 추월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준다. 나도 그런다.
재작년에 바위틈에서 보았던 노루귀는 영영 사라졌나 보다. 작년에도 올해도 감감 무소식이다. 넙데데한 사면의
싸리나무숲을 지날 때는 덕순이가 살 것 같아 기웃거려 보지만 내내 빈손이다. 하긴 보인다 한들 뭇사람들 시선이
따가워서 건들지도 못할 것 같다. 간혹 어렴풋한 인적이 보이면 야생화가 있을까 싶어 눈길은 그곳을 멀리까지 쫓지
만 낙엽만 수북하다. 가파른 오르막은 820m 고지까지이다. 이후 0.2km는 평탄하고, 나머지 0.2km는 완만한 돌길
오르막이다.
백운산 정상.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줄서서 정상 표지석과 사진 찍는다. 백운산 정상에서 조망은 키 큰 나무숲으로
가렸고, 왼쪽으로 약간 비켜 내린 절벽 위가 조망이 트인다. 미세먼지가 심하다. 여기 올 때마다 이랬다. 그럼에도
첩첩 산이 흑백의 그라데이션으로 또한 가경이다. 우리나라 남한에 백운산이 몇 개나 될까? 물론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표시된 백운산을 말한다. 김성태의 『신 산경표』에 의하면 28개다.
3.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본) 앞은 779m봉, 맨 뒤는 두위봉
4. 멀리 가운데 왼쪽이 응봉산, 그 앞은 완택산, 고고산
5. 앞은 백운산 615m봉, 맨 뒤는 응봉산
6. 멀리 가운데는 접산(?)
7.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응봉산, 왼쪽은 계족산, 그 앞은 완택산, 고고산 연봉
8. 맨 뒤는 접산(?), 그 오른쪽은 삼방산
9.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접산(?), 그 앞은 왼쪽은 능암덕산
10. 노루귀, 615m봉 오르는 중 등로 옆에서
11. 멀리 왼쪽은 계봉
잠시 서성이다 백운산을 내린다. 남서쪽 칠족령능선을 내린다. 6개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매우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다. 왼쪽은 깎아지른 깊은 절벽이다. 밧줄 둘러쳐서 접근을 예방하고 추락주의 팻말을 달았다. 그래도 조망이
트이는 곳에는 밧줄을 넘어 인적이 반들반들하다. 내리막은 워낙 가팔라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오죽 많은 사람들이
허구한 날 붙잡고 내렸으니 밧줄이 닳아 하얀 보풀이 묻어난다.
6개 봉우리 중 615m봉이 미봉인 첨봉이거니와 오르고 내리기가 가장 힘들다. 그 중턱의 바위절벽이 동강할미꽃
자생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철책 넘어 절벽 가까이 다가간다. 활짝 피었다. 서로 교대하여 들여다본다.
동강할미꽃을 들여다볼 때마다 환성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보다 더 예쁠 수 있을까?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년
보다 개체수가 더 늘어났다.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동강할미꽃도 다른 할미꽃과 마찬가지로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속명 풀사틸라(Pulsatilla)는 라틴어
‘풀사티오(pulsatio)’에서 유래하였는데, ‘종(鐘, bell)을 치다’라는 뜻이다. 꽃이 종 모양을 닮아서다. 종소명 동강
엔시스(tongkangensis)는 동강 산(産)이라는 의미이고, 명명자 Y.N.Lee & T.C.Lee은 우리나라 식물학자인
이영노(1920~2008) 박사와 한택식물원 이택주 원장이다.
어느 여성분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 잡으며, 보기에 거추장스러웠는지 마른 잎을 뜯어내려고 하자, 주
위에서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마른 잎을 건들지 말라고 소리친다. 마른 잎에 손을 대려던 그 여성
분이 더 깜짝 놀란다. 그게 동강할미꽃의 이불인데 치우면 되겠느냐는 핀잔이다. 그 여성분은 바로 알아듣고 부끄러
워한다.
김종원은 그의 저서 『한국식물생태보감 2』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동강할미꽃은) “꽃이 피고 새잎이 다 자랄 때까지 지난해 잎줄기가 갈잎 상태로 떨기진다. 이것은 토양의 유실과
건조를 줄이고, 척박한 영양 환경에 유기물을 보충하며, 토양의 작은 동물을 보호한다. 좁은 츠렁모바위 암극의 열
악한 환경조건을 극복하는 스트레스 인내자(stress-tolerator)의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꽃 사진을 찍으려고 갈잎다
발을 제거한 개체를 종종 만난다. 자연 사랑이 묻어나는 참다운 생태사진은 갈잎 다발이 붙어 있는 채로 그 삶을 드
러낸 것이라 하겠다.”
12. 동강할미꽃, 615m봉 중턱 절벽에서
15. 노루귀, 칠족령에서
17. 칠족령 전망대에서 전망
18. 노루귀, 산성터 주변에서
22. 동강할미꽃, 동강 강변 서식지에서
여기가 이럴진대 동강 강변의 동강할미꽃은 더욱 볼만하리라.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칠족
령을 오른다. 거기에는 노루귀가 있어서다. 칠족령은 고개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사방에 키 큰 나무숲 둘러 조망은
가렸다. 한적하다. 늦은 점심밥 먹는다. 점심밥은 산악회에서 준 김밥 한 줄이다. 탁주는 백운산의 험로를 취기에 걷
다가 혹시 봉변을 당할까봐 준비하지 않았다.
칠족령 등로 주변은 노루귀가 자생한다. 예전에 비해 그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노루
귀를 찾는 사람도 없다. 이제 하산이다. 문희마을 갈림길에서 0.2km 떨어진 칠족령 전망대를 들르기로 한다. 가파
른 내리막이 잠시 멈칫한 데다. 데크전망대와 쉼터를 설치하였다. 발아래 동강과 강 쪽으로 칼로 잘라낸 듯한 절벽
의 능선을 전망한다.
문희마을은 온 길 뒤돌아 산허리를 돌고 돈다. 가파른 사면 구간을 지날 때는 그 깊은 골을 내려다보고 움찔한다.
산성 터 엷은 지능선을 넘을 때가 또한 노루귀 군락지다. 등로 주변이라 많은 사람들이 길을 막고 엎드려 있다. 나도
합세한다. 다시 산허리 돌고 돌아 문희마을이다. 강변의 동강할미꽃 서식지로 직행한다. 여럿이 가고 온다. 가는
사람은 기대에 부푼, 오는 사람은 흐뭇한 표정이다.
백룡동굴을 오르는 계단은 막았다. 동강할미꽃 서식지는 그 오른쪽 강변의 제법 넓은 바위지대다. 많은 사람들이
동강할미꽃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예년에 보았던 그 자리에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흙 한 톨이 있을까 의심
스러운 바위틈에 화려하게 꽃을 피운 그 생명력이 가상하고 경이롭다. 한 송이, 두 송이, 서너 송이, 다발로 피었다.
각각 그대로 흠 잡을 데 없이 아름답다. 김주대 시인의 ‘동강할미꽃’ 시가 그럴 듯하다.
벼랑에 붙은 바람만 먹었다
붉은 얼굴을 버리고서야 목이 자랐지만
발목은 돌 속을 걸어가
봄의 뿌리에 닿았다
서울 가는 길. 이른 봄날, 숙제 하나를 끝냈다. 후련하다.
23. 동강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