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였는데 /김언희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 김언희 「의자였는데」 전문. 『트렁크』 (세계사)
<독후감>
이 시는 모든 행마다 띄어쓰기 규정을 부정한다.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암시한다. 편안한 의자라고 여겼는데 불안한 도마가 되었고, 안식의 베개라고 여겼는데 목숨을 노린 작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회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일탈하여 의자가 도마가 되고, 베개가 작두가 되고, 사람이 포장육이 되는 폭력적인 상황으로 전환된 상태가 발생한다. 현실의 구체적인 실상은 가려진 채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이는 폭력에 의해 하나의 기표를 해체하고 다른 기표로 전이 상태를 넘어서 이질적인 사물로 변전된 상황인 것이다. 곧 대상에 연접한 순간 전체적인 성질이 변하거나 다른 사물로 변전하게 된 경우이다. 따라서 이때 다양성이 발생한다.
이는 질 들뢰즈가 언급한 “n차원에 있는 탄탄한 다양체들은 탈기표작용적이며 탈주체적이다” 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즉 기존의 기표에서 일탈하게 되고 기존의 주체에서 일탈하게 된다. 텍스트는 기존의 존재론을 뒤집는다. 이때 이질적인 사물은 단순한 공상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像)으로서 현상을 지니게 된다. 시인은 몸 안으로 잠입한 이 현상으로 인해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자 한다. “끊어”와 “질듯”이 행갈이 하면서 한 단어의 음절이 끊어졌다. 곧 하나의 사물이 해체되어 다른 사물로 변전됨을 시사해준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오빠 난 시인이 됐어, 혀 달린 비데랄까 모두들 오줌을 지려”(「보고 싶은 오빠」)에서 화자인 시인은 망칙하게도 “혀 달린 비데”를 떠올린다. 시가 언어라는 면에서 혀와 통접을 이루었고 오줌이 인접성에서 비데와 통접을 이루어 “혀 달린 비데”라는 복합적인 사유로 전이하면서 혀의 본질이 달라지고 의미가 변질한다. 이는 혀와 비데처럼 관계가 없는 사물들을 향해 수평적으로 뻗어가는 리좀적 사유가 먼 거리까지 뻗침을 알려준다.
텍스트 후반부에서 나는 “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 있는 정황을 밝힌다. 결국 죽음을 극복하고자 내 입에서 거미줄을 내어놓았는데, 내어놓은 거미줄에 매달려 있다. 이 행위는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망이지만 의자가 도마가 되고 베개가 작두로 변전한 환경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 간댕 간댕 끊어질 듯 매달려 있을 뿐 화자의 생명의 위험은 마찬가지이다. 꽃 한송이가 “꽃절벽”이 되고 사람 하나가 “사람절벽”이 되는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다질성의 “리좀 유형의 방법은 언어를 다른 차원들과 다른 영역들로 탈중심화 시켜야만” 가능하다
- 감상자 이구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