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루스 지구는 마치 미로처럼 얽혀져 있는 복잡한 골목으로 된 지역입니다.
처음 이 지역의 시작은 유대인이 모여 사는 집단 거주지였다고 하지요.
워낙 복잡해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제갈공명이 만들었다는 팔괘진이 연상되는 곳이죠.
첫날 세비야에 도착해 숙소를 정한 곳이 산타크루스 안에 유대인의 집을 개조한 펜션이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밤에 에스파냐 광장과 세비야 대학을 구경하고 마눌님이 피곤하다고 해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
밤늦게까지 대성당이며 그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들어와 보니 마눌님이 숙소를 찾지 못해 두 시간이나 헤매다가 간신히
찾아 쉬는 중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길눈이 밝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골목길에 불과합니다.
위치는 알카사르 북쪽에 있어 우리같은 관광객에게는 아주 좋은 위치입니다.
여기는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곳입니다.
골목 자체가 관광지니까요.
오래된 곳이기에 무척 매력적인 동네죠.
17세기에 접어들며 세비야 귀족들이 모여들며 부촌을 이루고 살았나 봅니다.
지금은 많은 곳이 식당이며 펜션으로 바뀌어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배낭여행자가 많이 찾는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
무리요(Murillo).
골목길로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다니라는 말은 아니고 이런 예술가도 만날 수 있는 곳이 산타크루스 거리입니다.
사실 산타크루스 지역 자체도 유명한 구경거리기 때문이고 미로 같은 많은 골목이 있는 곳으로
골목을 걸어가며 두리번거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구경거리기 때문이죠.
유대인의 집단 거주지로 그들은 이슬람 무어인이 이 지역을 지배했을 때 브레인의 역할을 담당했다 합니다.
이들은 회계에 뛰어난 민족으로 이슬람 왕궁 살림도 도맡아 처리했다고 하네요.
특히 집집이 파티오(Patio)라고 부르는 중정을 집안에 만들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습니다.
이런 작고 앙증맞은 정원을 구경하며 다니는 것도 즐겁습니다.
집안 장식하기를 무척 좋아하나 보네요.
좁은 미로를 간신히 빠져나오면 갑자기 널따란 광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골목 사이로 광장을 만들어 답답함을 해소했나 봅니다.
광장은 어김없이 카페가 있고요.
스페인에는 대부분의 가정집 창문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갈대처럼 생긴 나뭇가지 모양을 걸어두었습니다.
아마도 이게 액운을 멀리하고 행운을 맞이하는 부적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세상에 어느 민족이나 부적을 사용하잖아요.
골목 이름이 참 특이합니다.
Agua라고 하면 물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그러면 이 골목은 물 먹은 골목인가요?
후추라는 의미의 Pimienta라는 특이한 이름을 붙여놓은 골목도 있습니다.
이 동네는 목적을 두지 말고 그냥 걸어야 하는 곳인가 봐요.
좁고 구불거리고...
걷다 보면 갑자기 막다른 길이고 겨우 몸 하나 빠져나가면 갑자기 광장이 나타나고...
이 거리는 미로 게임을 하는 듯 재미있는 거리입니다.
팔괘진을 만든 제갈공명도 여기에 오면 한참 땀을 흘리지 싶습니다.
이 골목에서 제법 유명한 발코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로시나 발코니라고...
어때요?
여기 서서 가만히 눈을 감으면 사랑의 아리아가 들리는 듯하지 않나요?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알마비바 백작은 마드리드에서 로시나라는 처녀를 만나 직감적으로 운명이라는 느낌을 받고 이곳 세비야까지 왔다네요.
아마도 그는 지금 우리 부부가 서 있는 이 자리에 서서 저 발코니를 바라보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나 봅니다.
요즈음에는 안면방해라고 해 경범죄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이 골목에는 워싱턴 어빙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어빙이 누구냐고요?
미국의 문학가로 1826년부터 3년간 마드리드 미국 공사관에 근무하며 에스파냐 문학에 심취해 나중에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에 방을 얻어 알람브라의 전설이라는 책을 집필해 그때까지 폐허로 있던 알람브라 궁전을
재조명함으로 세상에 알람브라의 가치를 인정받게 했던 사람이라네요.
산타크루스 거리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바라보면 타일 모자이크로 카테드랄의 오렌지 정원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황금의 탑이라는 것도 볼 수 있지요.
여기 오렌지가 탐스럽게 열린 나무 아래에 많은 관광객이 모여 가이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이곳은 로스 베네라 블레스 광장입니다.
오렌지 나무가 있는 이 광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집은 바로 돈 후앙의 집이라고 합니다.
바로 바람둥이로 유명한 그 사내 말입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에 만남의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라네요.
대부분의 작은 여행자 숙소가 이곳을 중심으로 영업 중입니다.
이 집들의 대부분이 한때 어깨에 힘주고 헛기침이나 하며 살았던 귀족의 저택이라는 거죠.
원래는 유대인의 집단 거주지였다고 하는데 그들을 내보내고 귀족들이 모여들었나 봅니다.
아름다운 꽃과 연못을 정성스럽게 가꾼 파티오가 보기 좋은 곳입니다.
벽은 흰색으로 칠해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아담한 골목 사이로 걷다 보면 정원 속을 걷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물론, 입장료는 없고요.
저녁만 되면 현지인도 관광객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동네인가 봅니다.
낮이면 낮대로 또 밤이면 또 다른 풍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유명한 유적이나 대단한 경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 냄새 풀풀나는 골목길 투어도 좋습니다.
이런 곳은 돈도 들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새는 궁(窮)하면 아무것이나 쪼아먹게 되며,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해치게 되며,
사람이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 공자 -
그러나 이곳에 올린 글과 사진은 사실입니다.
첫댓글 이래도 되는 겁니까? 연약한 사모님을 만리타향 이국에서, 더군다나 그 복잡하다는 세비야의 유태인 거리에서, 털치기나 도둑들이 많은 스페인에서 혼자 보내시다니 말입니다.
저는 길을 갈때 걸음이 빨라서 보조맞추기가 힘들어 항상 앞서서 걷다보니 조금 욕을 먹지만 혼자보내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하고 반성문을 작성해서 카페에 올리시기를 바랍니다. 흠 흠 ~~~.
근데 세번째 사진 왼쪽에 자세히 보면 누구에게 이처럼 욕을 하고 있는데 누구에게 욕하는 건지요? 사모님 먼저 보냈다고 가인님께 욕하는 것 같은데. . .맞나요? 아니면 말고. ㅎㅎ
반성문
세 번째 사진을 자세히도 보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운데 손가락이 아니고요.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사람입니다.
올라간 손가락은 중지가 아니라 검지가 분명합니다.
@佳人 저는 욕하는줄 알았는데. . .미안해요.
@서울사람 미안하긴요.
잘못 볼 수 있지요.
그럼 반성문 제출은 ????
퉁 치는 걸로 할까요?
@佳人 고맙습니다. 그러면 이쁜 아가씨가 대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