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대가야의 달빛 소녀
저- 한현정 장편 동화
출- 학이사
독정- 2023년 12월 28일 목
<대가야의 달빛 소녀> 제목부터 마음을 끄는 장편 동화집을 얻었다. 문장 수련법, 역사 고증법, 필연적 구성법 들을 두루 배울 수 있는 책이라서 교과서처럼 옆에 두고 읽고 싶어,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한현정 작가가 대가야의 전설을 동화로 써보고 싶었던 동기부터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서문에 밝혔다. 고령의 지산동 능선 무덤을 둘러보다가 순장제도로 30~40명이 묻혀있었고 그중 8세 소녀도 묻혀있었으니, 순장제도로 죽은 원혼들이 작가의 가슴에 달라붙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초 작업으로 작가는 역사 고증에부터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① 대가야 건국 설화에서 정견모주를 등장시킨 점
② 대가야 멸망의 숨은 이야기에서 대가야 왕이 신라와 결혼 동맹을 요청. 신라 이찬 바조부의 누이를 100여 명 시종과 함께 시집을 보낸 이야기에서 순장 이야기를 끌어낸 점
③ 가야 그릇이 대부분 굽다리 그릇임은 하늘이 주신 음식을 감사히 먹겠다는 뜻이며, 왕이 저승에 가서도 먹을 곡식을 담아 둘 그릇들은 위쪽이 넓고 펑퍼짐하다는 것.
④ 절을 두 번 하는 것은 밝음과 어둠을 나타내는 음양의 원리이며 무덤에 넣는 그릇도 쓰임과 모양에 따라 두 개씩이라는 점.
⑤ 신라국에서는 토우를 무덤에 넣는다는 점 등을 보면 안다.
둘째, 작품 속 사람들의 이름 작명(달이, 모단, 연조, 소야, 반야:반야는 불명인 듯)과 사용하는 입말이 시대상에 맞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왔다.
① “장터 할머니들이 나라에서 꼭 필요한 기술자는 자미성으로 데려가지 않는데요.”
② “이 밤이 참으로 모질구나.” 등
셋째, 상황 설정과 그 상황에서 하는 말도 억지스럽지 않음에 감탄했다.
① 부뚜막에서 불을 모셔 와 장작에 불을 지폈다. 밤은 어둡고 깊었으나 산속 가마골은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넘실거렸다.
② 검푸른 숲에서 비명처럼 산짐승이 울었다. 마치 대가야 모든 정령들이 깨어나 뒤섞여 우는 것만 같았다.
③ “실은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자비심을 들먹여 할머님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어. 뭔가 더 큰 이유가 있어야만 해. 과연 그게 뭘까?“
④ “썩은 가지는 쳐내는 겁니다. 그래야 우리 왕실을 지키고 대가야의 영광을 이어 나갈 수가 있어요.”
넷째, 진정성을 높이는 순도 높은 필연성으로 구성을 이어갔다.
① “그래서 순장울 반대했던 저 대신, 반야를 죽이려는 겁니까?
② 왕비가 친정에서 요양하고 오겠다며 떠나던 날, 우륵의 가야금 연주는 세상의 공기가 울고 있는 것만 같이 들렸다.
③ 달이는 토령을 손에 꼭 쥐었다. 방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어머니 손을 잡은 것만 같았다. 전견무주의 따사로운 눈빛을 받은 듯했다
다섯째, 죽음을 묘사하는 문장에도 허투루 달뜬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꼭 그 자리에서 꼭 그렇게 느껴질 듯한 말만 정선해서 묘사했다. 작가로서 닦아온 오랜 내공이 작품의 슬픈 주제를 더 깊이 다져갔다.
① 옷을 갈아입는 몸이 심하게 떨렸다. 수의에서 나는 죽음의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달이는 비로소,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여섯째, 독자를 감동하게 한 구성 중 가장 큰 감동의 구성은 순장 제도에 희생되려는 달이를 살려낸 작가의 뚝심이다. 이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작가의 인간애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달이를 세상에 내어놓은 데는 분명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디 제 몫을 다하며 살아다오.”
달이 엄마의 슬픈 유언의 목소리를 빌렸으며
“제 목숨은 죽은 임금님의 것이 아니에요. 제 삶은 온전히 제 것입니다. 저는 이제 겨우 열두 살이에요. 아직 죽기에는 일러요.”
이 말은 작가가 작품에서 가장 하고 싶은 주제이겠다. 그래서 시퍼런 칼날이 들어 올려졌지만, 달 속에서 정견모주가 ‘살아있는 모든 것에 자비를 베풀라. 이 아이 말처럼 그대들이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땅이 자미성이다.”
고 하자, 대비가 고꾸라진다.
일곱째, 슬픈 장편 동화의 끝 문장이 너무 서정적이고 장엄해서 아름다웠다.
‘죽은 왕들의 무덤이 늘어선 달빛 능선 위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이 굽이굽이 흘렀다.’ 11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