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추억
손 원
과거 모습을 사실적으로 가장 확실히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영상물이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볼 때면 소중한 유물처럼 여겨진다. 60년대까지는 거의가 흑백사진이었다. 우리의 할아버지 사진이 있다면 거의가 흑백사진일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선명한 영상물을 사진이나 동영상을 직접 찍어 활용하고 있다. 영상물의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
요즘은 누구든지 쉽게 사진을 찍고 남길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에는 카메라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에 마음내키면 언제든지 사진을 찍고 저장해 둘 수가 있다. 과거 여행 필수품이던 카메라를 지금은 별도로 소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소풍을 갈 때면 반에서 한 두명 카메라를 갖고 오는 친구가 있었다. 한 둘이서 60여명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이 바빴다. 필름 1통으로 24장을 찍을 수 있기에 온 종일 사진을 찍으면 아껴도 필름 5통은 들었다. 한 이틀 지나면 사진 몇 장을 인화해서 건내 주었다. 필름값이며 사진관에 지불한 인화료를 포함하면 가격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꽤 비싼 편이었다.
나는 중학생 때 이모님으로 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당시 카메라는 재산목록에 들어갈 만큼 소중해서 고이 모셔 놓고 가끔 사용했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의 사진이 생겨나 사진첩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 카메라는 15년 정도 사용한 것 같다. 이후 보다 소형의 디카를 구입하여 편리하게 사용하였다. 해외 여행을 갈 때는 작고 가벼워서 꼭 지참하기도 했다. 디카를 사용하고 부터는 별도로 필름값이 들지 않고 인화를 하지 않고 컴퓨터나 메모리에 저장하면 되기에 비용이 들지도 않아 자유롭게 셔트를 누를수가 있었다. 디카의 등장은 영상물 활용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사진이나 영상물은 살아 온 중요한 기록물이기도 하고, 그 속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다.
가끔 사진첩을 뒤지거나 저장 된 영상물을 보게 된다. 영상 사진이 수 천개라면 인화한 사진은 수 백장에 불과하다. 촬영비율을 감안한다면 인화한 종이 사진이 압도적이다.
종이 사진은 연간 수 십장을 찍는다면 디카사진은 수 천장을 찍을 수도 있어 희소성에서 차이가 크다. 종이 사진은 비용이 들기에 한 장 한 장을 신중하게 찍은 반면에 디카사진은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고 저장의 용이성으로 촬영을 난발했기에 작품성 낮은 사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직접 찍은 종이 사진은 적어도 30년 전의 사진들이다. 그 속에는 나의 결혼식, 신혼여행, 커가는 두 아이의 모습 등 개인적으로 소중한 기록물이 가득하다. 30대인 애들이 자신의 어릴 때 사진을 즐겨보고 스마트폰으로 재촬영 하기도 한다. 사진을 남기고자 노력한것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디지털사진은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일부는 컴퓨터에 , 일부는 메모리나 CD에 들어 있다. 카메라 기능이 우수한 스마트폰을 소지 한 지는 10년 쯤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화질도 디카 못지 않아 그때 부터 디카만 사용했다. 디카에는 약 3년간 수시로 찍은 사진이 거의 1000장이 넘게 저장되어 있었다. 잘 찍은 사진도 더러 있어 소중하게 여겼다. 그런데 낭패가 생겼다. 한 번은 아내와 집근처 산책을 하다가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 몇 장을 지우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지우기는 해당사진 파일을 선택하여 지우기를 해야하는데 파일전체 지우기를 터치해 버렸다. 신중하지 못한 순간의 실수였다. 사진파일에는 한 컷의 사진도 남아있지 않았다. 머리가 하얘졌다. 지워진 사진을 살려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폰에 능숙한 딸애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원본처럼 살려내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작업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고 했다. 나의 답답한 마음을 안 딸애는 아쉬운대로 살려 낼 수는 있지만 선명도는 떨어 질 거라고 했지만 그렇게라도 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원본과 차이가 나는 흐릿한 영상물을 건진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한번의 터치오류가 3년간 기록물을 망칠 수 있었다. 그 동안 수시로 내려받기를 해서 다른 매체에 저장을 해 두었어야 했는데 설마했던 것이 낭패를 초래했다. 지금은 보다 성능이 향상 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직접찍은 사진, SNS 상의 내려받기 한 사진 등 수 천장이 들어 있다. 2년간 나의 기록물이 언제 또 낭패를 당할 지 모른다며 불안하다고 하니 딸애는 이제 그런 걱정안 해도 된다며 원본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을 설정 해 주었다. 요즘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지식을 못 갖춘 기성세대임을 실감한다.
그래도 가장 안전한 방법은 종이에 출력하여 보관하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하다. 과거에 해 왔던대로 소중한 순간을 잘 포착하여 찍어 인화한 사진 몇 장이 스마트폰 사진 수백장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의 아집이 아닐까?(2022.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