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녕하세요.
새해 벽두부터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후과로 이루어지는 탄핵심리와 합수부의 내란 음모 수사로 야단법석인 중입니다.
그래더 많은 언론 앞에 서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줄 모릅니다.
'마이크에 들킨 국회의원 속마음?‘
"관료 비난 아닌 채찍질 차원"
"관료들을 비난한 게 아니라 좀 더 열심히 하자는 채찍질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답답한 심정이 와전된 것이다."
뒷말로 한 비난도 성에 안 차서 이젠 급기야 등짝에 물리적 위해인 채찍질을 가하겠답니다.
사법부의 판단 말고 다른 어떤 차원을 이갸기할까요?
정치인의 차원은 일반 국민과 다르다는 특권 의식의 발로인가 싶기도 하네요.
채찍질이 아니라 '독려', '다독임'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차원'도 '의미'로 바꾸어서 얘기했다면 대중이 이해하기 쉬웠지 않을까요?
"관료 비난 아닌, 독려(다독임) 의미"
”관료들을 비난하고자 한 게 아니라 독려, 다독임의 의미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가
본의 아니게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쳤다.
특히 마음 상했을 공무원 여러분에게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정도 해야 사과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과도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큰소리를 낸 것은 피감기관 증인 선서를 한 사람으로서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걸 핑계로 국회가 또 공전하면 어떡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청와대 모 수석비서관의 말이었지요.
사과 표현에 앞서 말을 잘하는 필요 조건 중 하나는 낱말 뜻에 대한 명확한 이해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때, 장소, 상황을 고려해 적확·적실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사과하러 왔다는 이가 상대를 향해 '핑계'를 대면 어쩌자는 겁니까.
핑계는 상대가 불리한 입장임을 전제로 하잖아요?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결이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대상을 향해 쓰는 것입니다.
여기선 '빌미'를 써야 바릅니다.
'빌미'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탈이 나는 이유나 원인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거든요.
"지난 금요일 불쑥 큰 소리로 화를 내 물의를 빚은 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유구무언입니다.
바라건대, 혹여 이번 일이 빌미가 돼 국회가 다시 공전되거나 파행을 빚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송구하고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성찰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에는 3원칙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는 전제를 달아서는 곤란합니다.
"언짢으셨다면" "마음 상하셨다면"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다면" "관행에 따랐다 하더라도" 등의 표현은
외려 불쾌감을 돋우며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역효과를 부릅니다.
아울러 얄팍하고 교묘한 책임 회피성 발언도 화를 부릅니다.
'마음의 책임', '축제가 아닌 현상' 등 2022년 이태원 참사 때 공직자가 한 발언 등은
국민들 가슴에 아직까지도 불인두로 지지는 듯 합니다.
아직 기억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과를 예로 듭니다.
그는 여성 기자를 향해 스위티(sweetie)
(달콤하다는 원뜻에서 알 수 있듯 상호 친밀성이 전제되므로, 잘 알지 못하는 여성에게는 무례한 표현)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바마는 곧바로 "'스위티'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저의 나쁜 말버릇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 실수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제게 만회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적절한 사과의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헌법재판소에서 주고받는 심리과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까닭은
혐의자들의 뻔뻔함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헌법 위반을 질책하고 탄핵을 인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된 논리를 바로잡아주면 됩니다.
그게 재판관들과 변호인들의 역항이어야 합니다.
자칫 반대측의 억지주장 빌미가 될까 저어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