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5. 유낙준주교.
22. 통일
“다윗은 야훼의 궤(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와 장막 안의 방에 모셔두고 번제와 친교제를 하느님께 바친 다음 야훼의 이름으로 백성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1역대 16:2).” 다윗은 아삽가문에게 하느님께 감사의 노래를 바치게 하였다. “몸소 하신 일들을 만방에 알리어라(1역대16:8). Tell the nations what the Lord has done.”
다윗은 실패와 어리석은 행위를 한 사람입니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실패와 바세바에 대한 음욕과 그의 남편을 죽게 한 장본인으로 어둠과 상실과 어리석음으로 최악의 삶이었지만 하느님은 이 실패자를 최고의 리더로 하느님의 구원의 날을 매일 전하게 하였습니다. “야훼께서 승리하신 그 기쁜 소식 날마다 전하여라(1역대16:23). Proclaim every day the good news that he saved us.”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좋은 소식을 매일 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구원을 노래하는 것이 다윗의 삶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신도로, 사제로 실패할 수 있고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소식을 날마다 전한 다윗을 하느님은 귀하게 보신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가 비록 약하지만 우리의 힘을 넘어서는 어떤 힘이 우리를 버티게 해 주었습니다. 성공회가 볼 것이 없다고 큰 교단에서 온 사람들이 농담이라도 하는 소리가 들리면 속이 타들어가는 제 마음입니다. ‘그러면 큰 교단에 있지 왜 작은 성공회로 왔는가?’라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 가득하지만 속으로 삭입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신하고 자신이 소속한 성공회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면 그러한 말은 삼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교단에서 작은 교단에 올만큼 뭔가 부족해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아서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 속에서 하느님을 향한 열정과 믿음은 단단해서 주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펼치는 성공회입니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성공회에 대한 소속감이 단단한 사제의 교회는 이번 역병이 창궐한 지난 3년간에 오히려 교회가 아름답게 성장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적거나 확신이 부족한 사제의 교회는 반쪽이 난 것이 보였습니다. 더 한발 깊게 들여다보니 하느님에 대한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매일 하느님의 구원소식을 전하는 사제가 교회를 살린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비록 성공회가 약하지만 어려운 가운데 하느님의 구원의 소식을 날마다 전하는 힘을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어리석은 우리에게 우리의 지혜를 넘어서는 어떤 지혜를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을 경험하는 사제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교회를 만드는 중입니다. 작고 내세울 것이 없어서 소심한 성공회 사제이지만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사랑이 우리의 심장을 약동하게 해 주십니다. 바로 하느님이 우리를 홀로 남기시지 않고 사람들을 보내시어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함께 하도록 인도해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과도하게 사랑한 적이 많아서 사랑에 대하여 수없이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적절하게 사는 방법을 모른 채 어른이 되었기에 나타나는 어리석은 삶이 제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었던 하느님이 보내주신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잃어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로 사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사제로의 길에는 참으로 부적합한 사람이 저인 것을 늘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없이 제단 아래서 기도를 바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느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제 초점이었습니다.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제 성정으로는 성령이 제게 맞는 하느님이셨습니다. 기분이 널뛰고 버럭 화를 잘 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미안한 삶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처럼 하느님의 구원의 좋은 소식을 날마다 전하고자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늘 도우셨습니다. 물질이 부족하고 지혜가 모자르고 기분좋은 가문이 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은 저를 선한 도구로 사용하셔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간절히 기도를 하였습니다. “전능자이신 하느님이시여, 제가 어디에서 일을 해야 합니까?” 이에 대해 하느님은 제게 이러한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을 찾아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달동네에 먼저 들어가 빈자사목을 하신 송경용신부님과 김홍일신부님이 제게 좋은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성남동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대전역 동쪽의 개천부근과 그 위 언덕빼기를 성남동이라 불렀습니다. 한국전쟁이후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지은 오두막 집들이 개천 가에 줄지어 있었고 금방 찍어낸 벽돌로 지은 집들이 언덕빼기에 있었습니다. 여름에 조금만 비가 와도 좁은 길목에 물이 차고 집안으로 물이 쳐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삼일에 한 번꼴로 차가 들어와 까놓은 마늘을 상인이 수거해 갔습니다. 남성들은 일 나가고 집안에 있는 나이든 여성들과 아이들이 주로 하는 일이 마늘까기였습니다. 성공회 성남동나눔의집은 아이들이 놀 장소인 공간을 세우고 여성들을 위한 솜씨공동체를 세워 어려운 살림에 조금 보탬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돈을 벌어올 동안만이라도 여성들이 일할 거리를 만들면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일들로 인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하여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국민기초생활법을 만들게 되었고 그 법을 만드는데 한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국민훈장 목련장이란 훈장과 메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 훈장과 메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저를 도와서 얻은 것이고 하느님이 주신 상을 은총으로 늘 받고 있었기에 제가 받을 수 없는 것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자립공동체에 참여한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내부의 정신 활동을 외부에 알리도록 강제당하지 아니할 자유가 사상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으면 배제하거나 홀대하기 일쑤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유럽식의 인간존종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인 ‘다르기에 평등하다.’는 것까지는 지녀야 할 것입니다. 차별에서 평등으로, 평등에서 존중으로 나아가는 한국사회가 될 때 세계의 사람들이 사람대접을 하는 한국에 몰려와 사람대접 받는 삶을 살 것입니다. 한반도는 단일한 조선나라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받을 때에도 한 민족이고 한 나라로 받았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이후에 외국군의 침입으로 인하여 남한과 북한으로 분열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분열된 나라 한반도에서 분열되고 왕복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열된 나라를 통일시키려고 남북이 서로가 애를 썼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애만 썼지 통일은 안 된 상태입니다. 일본은 남북이 통일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분열된 한반도로 남아있는 것을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민족의 일원으로 저는 통일을 원합니다. 남북의 각 주장을 내려놓고 통일하는 것의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더구나 외세의 간섭이 많아 통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 후손에게는 통일된 한반도를 물려 주어야 하는데 통일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최인정 할아버지가 암에 걸려 충남대학교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것을 채계순과 함께 방문하여 정황을 파악하고 1991년 5월부터 간병하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 11월 21일에 통일애국장으로 대평리 공원묘원에 묻혀 있습니다. 최인정선생은 김책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남한에 파견된 사람으로 바로 체포되어 20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악성종양으로 출소되어 병원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신 것입니다. 최선생을 간병하다가 충남대학교 간호대학생들이 도와주고 우문숙가정에서 돌보고 박정현부부가 돕고 임일선배가 도와 7개월간 간병으로 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에서 남으로 파견되어 체포되고 감옥에 수십년간 사시고 출소하신 어렵게 사는 이들을 돕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늘 들리는 성남동에 “형제의 집”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이 집에 채수일(최태묵)과 최선묵 두 분이 사셨습니다. 이 형제의집을 계기로 대전에 사랑의집이 세워졌고 낙성대에 만남의집이 서게 되어 오랜 감옥생활을 하신 분들이 머무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이들 63명을 북으로 보낼 때 이분들도 북으로 가셨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남북의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분열된 한반도입니다.
이스라엘은 12부족으로 구성된 한 나라였습니다. 사울과 다윗왕과 솔로몬 왕때에는 강성한 통일의 나라였습니다. 솔로몬 왕 사후에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분열되었고 서로 통일되지 못한 채 앗시리아로 인하여 북이스라엘이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통일된 강대한 나라를 이룩했다면 북 이스라엘이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분열되면 힘이 약해집니다. 통일되면 힘이 강해집니다. 통일된 한반도를 세우기 위하여 하느님의 힘과 하느님의 지혜를 요청하는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성심당에서 빵을 많이 주어 은행동에서 성심당의 빵으로 한반도를 만들어 놓고 청소년들에게 통일로 가는 길을 8년간 선전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형제의 집은 지금 성공회 성남동교회가 되었습니다. 우창봉감독이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구호로 자동차경주대회를 세 번이나 개최하여 남북교류를 활발히 전개하는데 저도 참여하여 금강산과 백두산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금강산 일대의 북한 마을들과 사람들을 보고서 가난한 삶이 보여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민족을 살려주실 줄 믿고 조만도에 통일을 위한 대도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