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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을 결정하는 질문은 조금 달라졌다."어디가 유명하지?"보다 "나는 거기서 뭘 하지?"에 가깝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몇 시간을 걷고, 누군가는 작은 카페 하나를 찾아 먼 길을 간다. 오래된 시장이나 건축, 사진처럼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도시를 찾아도 각자가 기억하는 장면은 다르다. 여행의 중심이 관광지에서 취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의 관광 경쟁력도 유명한 장소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 취향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관광에서 주목받는 로컬 리크리에이션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주민에게는 익숙한 동네와 음식, 오래된 가게와 생활문화가 여행자의 시선에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거창하게 새것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익숙한 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들고, 평범했던 지역의 일상을 여행자의 취향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이 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바로 `공간 브루잉`이다. 커피를 천천히 우려내듯 기존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와 문화콘텐츠, 체험을 더해 공간의 매력을 다시 우려내는 방식이다. 단순히 장소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방문객이 공간을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느끼고 참여하도록 해`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울산은 이런 여행을 만들기에 꽤 재미있는 도시다. 태화강 국가 정원이 있고, 영남알프스가 있고, 강동과 대왕암의 바다가 있다. 동시에 산업시설과 산업도시의 역사, 오래된 시장과 골목, 울산만의 음식과 생활문화가 있다. 자연과 산업, 도시와 바다가 이처럼 가까이 어우러진 도시도 흔치 않다.
그동안 우리는 이 자산들을 주로`어디를 볼 것인가`의 관점에서 소개해 왔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가, 어떤 취향으로 이곳을 즐길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예로 들어보자. 정원 자체만 보면 하나의 관광지이지만,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산책 코스가 되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계절을 기록하는 공간이 된다. 인근의 카페와 식당, 전시와 공연을 연결하면 문화여행이 되고, 책과 음악을 더하면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여행이 된다. 같은 공간도 어떤 취향과 경험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
산업도시라는 정체성도 울산이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다. 공장과 산업시설을 단순한 생산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시간과 노동의 역사, 그 안에서 성장한 도시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다면 산업도시 울산은 다른 지역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여행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광객 모두에게 똑같은 울산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숲과 바다의 울산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도시와 산업의 독특한 풍경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시장과 골목의 울산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울산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정보도 달라질 수 있다. 관광지를 가나다순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걷는 울산, 먹는 울산,산업을 만나는 울산,혼자 쉬는 울산, 사진으로 남기는 울산 처럼 취향을 기준으로 도시를 다시 편집해보는 것이다.
`꿀잼도시`의 재미도 하나의 정답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축제가 재미이고, 누군가에게는 태화강을 천천히 걷는 시간이 재미다. 오래된 시장의 한 끼가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 밤의 산업경관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취향이 모두 다른 만큼 도시의 재미도 다양할수록 좋다.
울산에 새로운 관광지 하나를 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있는 공간에 울산만의 이야기와 경험을 천천히 우려내고, 그 안에 여행자의 서로 다른 취향을 담아내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관광지를 보여주는 도시에서, 취향을 발견하게 하는 도시로. 울산 관광이 그렇게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사람들은 울산에서 단순히 볼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