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지만 요즘 독감 유행 사태도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코로나 초창기, '코로나19'의 '19'를 [십꾸]로 읽느냐 [일구]로 발음하느냐 논란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숫자냐 기호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그 생성·제작 주체의 뜻에 일단 따르는 게 옳긴 합니다. 나름대로 고민을 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게 적절치 않거나 설득력을 잃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최적의 방법으로 정리됩니다.
그 기준은 어감·편의성·줄임 효과인데요.
이걸 기제로 집단 지성이 작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십 단위의 날짜 사건만 보기로 합니다.
'4.19(사일구)/5.16(오일육)/ 8.15(팔일오)/10.26(십이육)'은
원래 숫자의 의미를 무시하고 기호화해 단 단위로 끊어 읽은 경우인데요. 이런 게 대부분입니다.
반면 '6.10(육십)/12.12(십이십이)'는 어떤가요?
제대로 된 수의 고유명을 존중했습니다.
같은 해 벌어진 사건이라도 '10.26'은 십 이십육[십이심뉵]이라고 안 합니다.
왜? 입에 붙지 않는 데다 음절 수도 하나 더 늘어나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비륙]이 안착했다고 봅니다.
12.12는 [시비일리]로 하든 [시비시비]로 하든 글자 수가 같지만,
[시비시비]가 어감이 당기고 더 와닿아서 굳어진 예입니다.
'콘서트7080(칠공팔공)', '2030(이공삼공)세대', '84(팔사)학번', '98(구팔)학번', '10(일공)학번' '19(일구)학번' 등
이런 예도 발음의 편의를 좇아 기호화한 읽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승강기의 '4' 대신에 'F' 표기도 그렇습니다.
'4 ⇒ 사 ⇒ 死'가 싫은 이유로 알려져 있지요.
1층 밑은 왜 반듯하고 합리적인 0(zero)나 under가 아니고,
굳이 B(Basement, 기초)를 들여와 B1/B2/B3 방식으로 쓸까요?
바로 약속과 인정을 바탕으로 한 기호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12.3 비상계엄도 그런 이유로 [시비삼]으로 굳어져 가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