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요시위, 역사왜곡 일본 교과서 규탄 3월 30일 낮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제9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 용어 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일본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며 일본 대지진 직후 열린 수요집회는 묵념만 하는 추모집회로 개최한 적이 있으나, 이날은 '죄'를 심판하는 날이라며 정상적으로 규탄집회를 진행했다. |
ⓒ 권우성 |
| |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나온 뒤인 지난 1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이 독도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그 자리에서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4일에는 '한국사를 대입 수능의 필수 과목으로 추진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 모든 것이 말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와 한국사 수업 시수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당 6시간에서 2시간으로... 1/3로 줄어든 한국사 수업 시간
현재 우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2009 개정 교육과정)이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는 총 415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첫 페이지 부터 69쪽까지 약 17% 정도의 분량에서 구석기 시대 부터 조선전기(즉, 병자호란)까지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고, 70쪽부터 403쪽까지는 조선후기 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미래엔 컬처그룹 '고등학교 한국사' 기준)
이것을 고2, 고3 학생들(7차 교육과정)이 1학년때 배웠던 국사 교과서(국정도서, 총 433쪽),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중앙교육진흥연구소 '한국근현대사', 총 399쪽)와 비교해 보면, 내용은 두 교과를 합쳤으나, 분량은 절반 정도로 줄인 셈이 된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2011년, 고1부터 적용된 2009 개정 교육과정 때문이다. 먼 옛날의 역사보다는 근현대사가 더 중요하므로 개정 교과서에서 분량을 이렇게 배분한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직전의 교과서와 내용을 비교해보고 현재 고2, 고3 학생들을 가르쳤던, 혹은 가르치고 있는 수업 시간 수와 비교해보면 한국사 수업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현재 고2, 고3 학생들은 1학년 때 구석기 시대부터 흥선대원군이 등장하기 직전의 조선후기까지만 가르치는 '국사 과목'을 1년 동안 주당 3시간의 시수로 배웠다. 교과부는 주당 2시간으로 가르치라고 했지만, 이는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힘든 일이어서 대부분의 학교가 1시간을 재량시간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의 집권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를 배우는 '근현대사'는 1년에 주당 3~4시간 동안 배웠다.
그런데 국사와 근현대사를 합쳐 고2, 고3 학생들이 1주일에 총 6시간에서 7시간으로 1년간 배웠던 내용을, 현재의 우리 학교 고1 학생들은 한 학기(3월∼7월이거나 8월∼12월, 즉 5개월), 1주일에 4시간 분량으로 배우고 있다. 1년 분량으로 환산해 따진다면 1주일에 2시간꼴로, 선배들은 주당 6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2시간만에 다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의 수업 시수가 1년 전과 비교해 1/3로 줄어든 상황이다. 교과부는 집중 이수제로 한 학기에 주당 5시간 한국사를 가르치라고 했지만, 영어와 수학교과의 과목 수와 시간 수를 다른 학교들에 비해 많이 늘린 우리 학교는 한 학기에 4시간 밖에 주지 못했다.
열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줄여서 설명?... 고1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
물론 결코 한국사 과목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교과가 소중하므로, 적정 수업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집중 이수제를 시행해서 한 학기에 4∼5시간으로 교과서를 모두 마쳐야 한다면, 그에 맞게 적정한 분량의 교과서를 만들어 제공했어야 했다. 현재 고1들의 한국사 교과서가 1주일에 4∼5시간씩 수업해 한 학기만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 작업에 참여했던 친구는 내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원래 흥선대원군의 집권 부분부터 현재까지만 다루기로 했었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전기까지는 중학교 때 배운 것으로 끝내고, 고등학생들에게는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가르치자는 취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미 교과서 원고 집필이 다 끝났을 무렵, 갑자기 앞부분도 수록하라는 연락이 와서, 구석기 시대∼조선전기 부분도 교과서에 우겨넣었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전기까지의 부분, 겨우 교과서 전체 분량의 17% 때문에 이 난리를 치고 있느냐고 의아해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17%의 분량, 69쪽은 과거 241쪽 분량에 서술되어 있던 내용을 압축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즉, 열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할 내용을 두세 문장 수준으로 줄여서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교과서에 실린대로 단 두세 문장으로 내용을 설명하고 넘어가게 되면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는 이것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1/3로 줄어든 수업 시수로 설명할 시간이 없기에 그냥 대충 넘어갈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 부족해 '계절 학기 한국사'까지 만드는 현실
며칠 전 우리 학교에서는 영어 교과 무학년제 문제로 영어 교과의 시간 수가 문제가 되어 회의가 소집됐다. 그 회의 석상에서 한 학기, 주 4시간만으로는 한국사 진도를 다 마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시수에 맞게 교과 내용을 교사가 조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진도를 다 마치지 못한다는 것은 교사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양날의 칼, 서울대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서울대에 진학하려면 수능에서 한국사는 필수다. 새로 개정된 교과서는 열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지 알아야 할 내용이 과거의 교과서보다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1 학생들도 현재의 고2, 고3이 배운 수준으로 한국사를 짚어줘야 한다. 함부로 어떤 내용을 빼고 진도를 나갈 수도 없다. 가르치지 않고 넘어간 내용이 수능에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정해진 시간 내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느냐고만 물었고 교사가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보는 듯했다. 역사 교사로서 억울한 심정마저 들었다.
내게 근현대사를 배우고, 수능에서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 하나가 "근현대사는 교과서를 씹어 먹어야 하는 과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학생의 말처럼 교과서의 한 구절도 놓치지 말고, 샅샅이 읽고, 외우고, 응용해야만 수능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역사인데, 관리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교과부의 누가 역사 교사들의 이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줄까?
회의 결과, 우리 학교는 일종의 편법(?)을 쓰기로 했다. 역사 교사들 모두가 인정했듯 한국사 진도를 결코 한 학기, 주 4시간으로 다 마칠 수 없기에, 방학 때 계절 학기를 개설하기로 한 것이다. '계절 학기 한국사'를 만들어 학기 중에 마치지 못한 진도의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서울대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이 계절 학기를 반드시 수강하라고 홍보하기로도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대에 진학할 생각이 없거나 방학 때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은 학기 중 수업만으로 우리의 역사를 다 배울 수 없는 현실에 씁쓸했다.
일본·중국과 '적대적 동반자'가 된 역사교과
|
▲ 서경덕-김장훈 '독도는 우리땅' 홍보계획 발표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땅'으로 표기한 내년도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과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VISIT KOREA(한국을 방문하세요)’ 전면광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김장훈은 '코리아 매치컵 세계 요트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리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
ⓒ 유성호 |
| |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신문을 살펴보니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기술 문제로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쏟아진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일본과 중국이 한 마디 할 때마다 강화되어 지금쯤 가장 막강한 교과가 되어 있을 것이라 착각할 지경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강화 여부는 중국과 일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나라가 조용하면 대한민국의 역사 교과는 점점 축소된다. 영어가 아니고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자 역사 교육 강화 주장이 나오고,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건드리니 국사 교육 강화 여론이 들끓는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기사를 쓰고, 한국사 수업 시수가 너무 적다고 국내에서 떠들어 봤자 소용없다. 일본이나 중국이 또 '한 건' 터뜨려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빠를 것이다. 어쩌다가 일본과 중국에 대해 비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한국사가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되었는지, 어쩌다 이들 나라와 역사 교과가 '적대적 동반자'가 되었는지 웃음만 나온다.
많은 신문에서 안중근 의사가 진짜 병원의 의사인 줄 아는 학생들이 많다며 역사교육을 질타한다. 6·25를 모르는 학생도 있다며 한국사 교육을 제대로 하라고 주문한다. 진실로 역사 교사들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 안중근 의사 생애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일부도 편집해 보여주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의 일부분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를 학생들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이 짧은 수업 시간으로는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사살했다" 이 한 마디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설명할 시간은 주지도 않은 채 현재 학생들의 역사 지식 수준을 역사 교사들의 무능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사 교육 강화, 적정 수업 시수 확보가 첫 걸음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한국사는 국사, 근현대사라는 두 과목으로 나뉘어져 시간은 빠듯해도 비교적 풍성하게 수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한국사를 한 과목을 합치고 시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놓았다. 한국사뿐만 아니라 1학년 사회 교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교사들은 가르칠 내용은 많은데,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놓았다며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사회 교과에서 이렇게 아낀 시간을 우리 학교의 경우 영어, 수학 교과시간을 추가하는 데 사용했다.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영어와 수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한국사 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도 아무 문제 없는 걸까?
비단 이번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문제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사 공부는 아이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주인의식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통해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고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한국사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추진하는 것을 당론으로 삼겠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현재의 역사 교육에 문제점은 없는지 돌아보고 개선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
첫댓글 한국사 교육강화하는 법은 사실 간단하죠. 모든 대학에서 입시 필수과목으로 삼도록 의무화하면 됩니다. 그러면 보충수업에 과외에 사교육까지 흥할듯.
참고로 현재는 서울대만 의무화되어있는걸로 압니다. 그러다보니 공부잘하는 애들이나 시험치는 과목이 되어버렸고...--
진지하게 역사( 세계사 ㅋ )나 가르쳤으면 좋긴 하겠는데, 수험생들이 욕하겠지요?
자기들 스스로가 자국 역사를 왜곡하고 앉아있으면서, 일본애들을 욕하누?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