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산서성(山西省) 태행산(太行山).
험봉준령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산서성 제일의 대산(大山)으로 태행산일천리(太行山一千里)라 할만큼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일찍이 회남자(淮南子)에서는 오행지산(五行之山)이라 불리며, 열자(列子)에서 대형(大形)이라 불렸으며 천하의 허리라고도 일컬어지는 수 천리에 걸쳐 뻗어있는 산맥이었다.
하나 수많은 산봉우리 중에서도 하늘을 거역하는 듯한 봉우리 하나가 있었으니 염천(炎天) 하에서도 특이하게 생긴 봉우리는 싸늘한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부러진 보검(寶劍)을 세워놓은 것 같은 괴이한 형상의 봉우리였다. 이른바 단검봉(斷劍峯)이었다.
한데 대첨각(大尖角)을 이룬 단검봉의 봉우리 중턱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성곽이 세워져 있었으니, 마치 천하를 굽어보는 듯한 형상이었다.
성곽의 한 곳에 패검성(覇劍城)이라 새겨진 금빛 현판이 눈을 찔렀다.
과거 천사궁과 함께 중원쌍패(中原雙覇)로 불렸던 패검성이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천하제일검 수운빙(水雲氷).
그는 패검성의 성주였다.
그는 천하를 천사궁과 함께 양분(兩分)했던 자로, 삼척검 한 자루로 무림을 질타했던 대효웅(大梟雄)이자 검웅(劍雄)이었다.
그러한 그가 지금 패검성의 깊은 곳 후전(後殿)의 문 밖에 선 채 만면에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는 애써 득자(得子)의 희열을 참고 있었다. 번갯불이 이는 듯한 그의 야심 어린 눈은 한시도 후전의 문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뒷짐을 진 채 내심 중얼거렸다.
'모든 것을 바쳐서 천하의 영약(靈藥)들을 구했다. 무려 일만 종(種)의 영약을 소운(素雲)에게 먹였다. 그런 소운의 몸을 빌어 태어날 나의 핏줄 검혼(劍魂)은... 후후... 천사궁을 능히 멸망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과연 강호에 나도는 소문처럼 그는 만금을 들여 영약을 사들여 아들을 얻으려 하고 있었단 말인가?
수운빙의 눈에 전광과도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만 가지 영약의 기운을 몸에 지닌 채 태어난 아이는 대천강패혼지체(大天 覇魂之體)가 될 것이다. 그 아이가 남아이건 여아이건 검혼(劍魂)이라 부르리라. 수검혼(水劍魂)으로!'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차 패검성을 이끌고 중원을 쟁패할 그의 후예. 수검혼(水劍魂)이라 불리워질 그의 후예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가슴은 벌써부터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후전 아래에는 아홉 명의 고수들이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패검구장로(覇劍九長老).
그들은 수운빙의 충복이면서 패검성의 원로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며 후전의 문을 잔뜩 흥분된 기색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장차의 패검성의 소주(少主)를 기다리며.
그것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으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원(內院).
"아아...... 윽......!"
한 여인이 산고를 겪고 있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상아로 만들어진 침상 위에서 동아줄을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천하제일검 수운빙의 아내인 여인의 이름은 소운(素雲)이었다.
"아아... 음......!"
산고의 진통은 세상 그 어떤 고통과도 비유할 수 없다. 한 생명을 출산하기 위한 진통은 위대하기조차 했다. 그로 이해 사뭇 긴장된 분위기가 내원에 흐르고 있었다.
산파는 천하제일의 의술과 약술을 지녔다는 백의약파(白衣藥婆)였다. 그녀는 소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시녀들이 침상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방 안에서는 온갖 기향(奇香)이 타오르고 있었다.
강진향(江進香), 백교향(白喬香), 전단향(全檀香), 만춘향(萬春香) 등등... 하나같이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으으... 음......."
소운부인은 이불 위에 난화포(蘭花布)를 깔고 누워 있었다.
애써 고통을 참는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아름다움의 극치마저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천장에서 드리워진 동아줄을 꽉 잡고 내심 부르짖고 있었다.
'꼭 낳으리라....... 패검성을 떠받칠 기둥 하나를......!'
소운부인의 옥용은 결심으로 파랗게 물들었다.
이때 방 안의 한쪽에 뚱보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태어날 아기를 목욕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다소 이상했다.
흥분한 것 같기도 했고 어떤 은밀한 생각을 감추고 있는 듯도 했다. 그녀는 산모만큼이나 배가 불러 있었다. 그만큼 뚱뚱했다.
이때 백의약파가 소운부인에게 힘주어 말했다.
"성주님을 위해... 힘을... 좀 더 힘을 주시오......!"
"아으......!"
소운부인의 옥용은 더욱 일그러졌다.
"아악!"
단말마(斷末魔)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또다시 진통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진통은 다른 때 일어났던 진통과는 달랐다.
진통은 엄청난 통증을 동반했으며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아아악......!"
천지를 울릴 것만 같은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백의약파가 크게 소리쳤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부인! 조금만 더 힘을!"
그녀의 아래로 축 늘어진 뱃속에는 희귀한 영단 만 가지를 고스란히 흡수한 어린아이가 들어있었다.
그 아이는 대천강패혼지체(大天 覇魂之體)로 태어날 아이였다.
하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결과는 왕왕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기도 하는 법이 아니던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달빛보다 더 밝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아아앙......!"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였다.
"흑......!"
소운부인은 천지가 까무러지는 듯한 고통에 교신을 축 늘어뜨렸다.
마침내 아기가 태어난 것이었다. 엄청난 운명을 걸머지고 태어난 아기였다. 백의약파는 재빨리 모체(母體)에서 빠져나온 아이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은 한 곳으로 향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핏덩이 같은 아이의 배꼽에 연결된 탯줄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아닌가? 두 개의 탯줄에 연결되어 있는 배꼽 또한 나란히 두 개였다.
"서... 성공했다!"
백의약파는 탄성을 질렀다. 아기의 배꼽이 두 개 있다는 것은 기형(奇形)이 아니라 바로 대천강패혼지체임을 증명하는 표시이기 때문이었다.
일만 종의 영약은 결코 헛된 결과를 낳지 않았다.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백의약파는 희열에 들떠 어쩔 줄 몰라했다.
이때 뚱보노파가 더운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다가왔다. 백의약파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아기를 넘겨주었다. 더욱 기쁜 것은 태어난 아기가 사내아이라는 것이었다.
뚱보노파는 말없이 아기를 안아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백의약파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소운부인을 보살폈다.
소운부인은 파리하게 말라붙은 입술을 힘겹게 열었다.
"아기는......?"
백의약파는 부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성공입니다."
"아......!"
소운부인은 기진한 중에도 미소를 지었다. 해당화 같은 미소였다. 마침내 해내고 말았다는 만족스러움이 미소 속에 담뿍 담겨있었다.
백의약파가 다시 아기 쪽으로 돌아섰을 때 뚱보노파는 밖으로 나갔는지 그 자리에 없었다. 함지 안에는 사내아이가 깨끗이 씻겨진 채로 눕혀져 있었다.
한데 그 순간 백의약파는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이럴 수가......!"
대체 어찌된 일인가? 함지 속에 뉘여져 있는 아이는 배꼽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백의약파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아... 아이가 바뀌었단 말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보았단 말인가? 으으......!'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살폈다. 그러나 분명 아기의 배꼽은 하나였다. 백의약파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불현듯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쾅! 하고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뚱보노파...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뎅... 뎅... 뎅... 뎅......!
패검성에서 서른 여섯 차례의 타종(打鐘)이 울렸다. 그것은 패검성의 봉성(封城)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패검성에서 일진광소가 들려온다.
"으핫핫핫......! 희망이 없어졌구나! 으핫핫핫... 대천강패혼지체... 대천강패혼지체가 태어나지 않다니......!"
천하제일검 수운빙의 낙담과 분노에 찬 광소가 단검봉을 뒤흔들었다.
너무도 큰 좌절과 충격이었다. 일만 종의 영약을 허비해가며 기다려 온 대천강패혼지체의 아들, 만고기재(萬古奇才)를 기다려 온 그의 희망이 일시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으핫핫핫핫......! 하늘이 나 수운빙을 버렸다....... 패검성을 버렸다! 으핫핫핫핫......!"
휘익!
달빛 아래 한 명의 노파가 달리고 있다.
얼굴에는 복면을 쓰고 있었으나 노파라고 생각되는 것은 그녀의 머리가 세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품 안에는 강보에 감싸진 아이가 안겨 있었다. 귀엽고 영리하게 생긴, 아니 마치 하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듯한 갓난아이였다. 아이의 눈은 맑고도 투명했다.
아이를 들여다 보던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리석은 자들....... 호호홋......! 몽중신투(夢中神偸)가 잉태시부터 노린 녹림제일인이 될 아이를 기대하다니.... 호호홋......!"
그럼 그녀가 바로 녹림구우 중의 막내인 몽중신투란 말인가?
그녀는 아주 큰 옷을 걸치고 있었다. 마치 애를 밴 부인이나 뚱보가 입을만한 헐렁한 옷이었다.
휘이익!
복면노파는 계속 절정의 경공으로 달렸으나 갓난아이는 울음조차 터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듯 달빛 아래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이 어처구니없이 바뀌어진 줄도 모르는 듯.
"호호호....... 이 귀여운 것!"
몽중신투는 기쁨을 금치 못하는 듯 한시도 웃음을 끊지 못했다.
그녀는 산봉우리를 타고 유성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남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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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무슨 작당을 하려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