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아래 물받이통이 가득 찼다 누가 나이 찬 어느 집 여식 중매라도 왔나 걸음걸이 조신스럽게 물받이통을 비운다 조금만 숨이 흐트러져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오호라 물이 나를 조율하는구나 걸음마를 익히는 아기의 경이를 굳은살 박인 발바닥으로부터 다시 살려내면서 간다, 몇 평짜리 거실이 족히 수십 평은 되는 듯 초와 분을 뛰어넘는 걸음걸이로 부동산 횡재라도 한 듯, 간다 내가 내 걸음을 낯설어하며 미세한 동작을 따라 반응하는 물의 두근거림 둑 너머로 함께 넘실대는 방류 직전까지 간 수력발전소 아닐런가
이럴 땐 심심한 내 눈빛도 제법 싱싱한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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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잘 보이지도 않더니 가늠 못한 물이 화분 아래로 빠질 때마다 말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믈받이통이 없었다면 거실 나무 바닥 내내 얼룩이 졌을 것이다 가끔 한 번씩 물받이통을 비우며 은혜를 베푼 듯 생색 내는 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지 삶을 가늠 못해 휘청일 때마다 말없이 받아주는 어머니한테 그러듯
첫댓글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을 때 그걸 흘리지 않고 마시려고 조심조심 들어올리는데 약간의 손떨림에 술은 조마조마~~ㅎ
좋은 시상이 될거 같아요
가득찬 술잔을 들 때 ...ㅎㅎ
화초가 삼키고 뱉은 물을 말없이 받아내는 일, 사소한ㅈ것 같지만 생명을 살리고, 보는이들에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네요....ㅎ
그치요
물받이통으로도 좋은 시를 쓰네요~
에휴~~
소재는 사방에 널려있는데 줍질 못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