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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에 이어 ‘200년에 한 번 내릴만한’ 극한 호우가 거제를 비롯한 경남 남해안을 강타해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많은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AI 산업 즉,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은 물과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을 대량 배출하는 산업이다. 달리 말해, 소음과 환경 오염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일조하는 산업이다.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초대형 과제로 제시하고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지난 5월 20일 ‘정부 출범 1주년 성과’ 보고 자리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60%까지 낮추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급격하게 탈탄소를 추진하느라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2차 점검 회의’에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주문했다. 관련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해서 개선하라는 것이 요지이다.
정부가 지자체, 한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호남권·용인의 반도체 산업단지에 2041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4기 용량인 2,000만kW 이상의 전력공급을 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서남권 반도체 신규 팹 4기와 충청과 영남 등 AI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력 수요는 각각 6.3GW(기가와트), 18.4GW로 총 24.7GW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소 24기 이상의 전력 공급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과 엇박자를 밟으면서, 최근 인공지능 기반 시설 확충을 이유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키로 한 것이다.
우리는 1978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아직도 그 여파가 현재 진행 중인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증설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원전 밀집도를 나타낸다. 즉 땅 넓이에 대비하여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갖고 있다. 울산에서 볼 때, 월성, 신월성, 고리,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코앞에 있다. 곧 영덕과 울진, 삼척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설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소 밀집도는 핵사고 확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핵사고의 피해 규모에는 큰 영향을 준다. 달리 말해, 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받는 충격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에서도 ‘싼 전기 요금’이라는 경제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는 근거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원자력 발전 예산은 2007년 4,734억 원에서 2026년 현재 1조 4,582억 원으로 약 3.1배 증가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유지·관리·수습을 위한 지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결코 값싼 에너지 자원이 아니다.
또 소외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떠넘기고, 현장 노동자에게 피폭을 감내하도록 하며, 원자력 발전 가동에서 반드시 나오게 마련인 방사성 폐기물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반윤리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가 확산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인허가를 제한하거나 세제 혜택을 철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동체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선택의 결과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공동체를 해코지하는 기폭제로 변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래 세대들에게 AI 산업이 가지는 양면성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AI 경쟁력 향상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공할 만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음을 함께 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