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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김용만 시인의 시집을 받았다.
그 분의 첫 시집이다.
시집을 펼쳐 시 세 편을 읽자마자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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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실 맑은 햇살 마당에 가득하다
저 햇살 몇 삽 담아
요양병원 어머니에게 가야겠다
병실 가득 눈부시게 깔아놓고
참깨 털고
고추 널고
호박 곱게 썰어 하얗게 널어야겠다
귀가 어두운 어머니와 바위에 앉아
해 지는 강물을 오래 바라봐야겠다
꼬들꼬들 호박꼬지 마르는 동안
- 〈호박꼬지 마르는 동안〉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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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차로 온다는
딸 마중 나가다
위봉산 만딩이에서
고라니를 쳤다
서행으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 하는 사이
쿵, 하고 말았다
돌아보니 길가에
서 있다
다행이다
아마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휴, 큰일 날 뻔했네
했을 것이다
- 〈고라니〉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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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두꺼비가 죽었다
아무리 느려도
도로 건널 때는
좀 서둘러라
신신당부했는데
아이구 속 터져
차에 치여 죽었다
오늘 인간인 내가
종일 미웠다
나는 아니라고들 하지 말라
- 〈두꺼비〉 / 김용만
나도 얼마 전에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우리 집 두꺼비를 베고 말았다
그날 하루 종일 죄인이 되었다
나는 김용만 시인을 모른다.
페북을 통해 가끔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 사이일 뿐이다.
시인의 시집 겉표지 속에
‘임실에서 태어나 완주에서 산다’고
딱 한 줄이 적혀 있다.
다음 시를 보면
김용만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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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엔
십자가도 없고
마트도 없고
치킨집도 없어요
그래도 달은 밝고
높은 산과 나무들은 많아요
밤마다
별은 하늘 가득 빛나요
눈도 많이 와요
그래요
사람들이라고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만나는 사람 없어
산 보고
메리 크리스마스, 했어요
- 〈메리 크리스마스〉 / 김용만
시를 두 편만 더 소개해 본다.
시인의 옛날과 지금을 엿볼 수 있다
김용만 시인, 참 좋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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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버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저 대문 활짝 열고
찾아올 동무를 위해
일찍 등불 걸어야지
저 허청엔 닭장을 지어야지
첫닭이 울면 어둑어둑 비질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아야지
뚝뚝 떨어지는 능소화 꽃잎을
아침마다 주워야지
잉그락불 같은 채송화를 마당 가득 심어야지
불 끄면 마당 가득 쏟아지는
별들을 소쿠리에 담아야지
새들이 오래 놀다 가는
바람의 집을 지어야지
- 〈귀향〉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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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아침 햇살 따라
봄기운이 왕창 밀고 들어온다
담 너머 앞집
산수유꽃이 벙글고
수선화 새싹이 눈에 띄게 솟았다
참새 몇 마리가
진달래 가지에 앉았다
떠난다
새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들러야 할 곳이 많은 것일까
참새가 흔들고 간
진달래 가지에
꽃이 곧 피리라
오늘은 뒤란 밭을
정리해야겠다
가만히 있으면
봄 햇살에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 〈아침 일기〉 / 김용만
시인에게 내가 좋아하는 동요 한 곡 드린다.
https://youtu.be/xVT3zdZI6-c
첫댓글 저는 시도 뭐도 모르지만 그냥 제느낌이 너무좋은 글이네요
김용만 시인님의
글이 정말 읽어보고
또 읽어봅니다
전북 완주군 임실면
같습니다
오래전 그쪽을 동호인들과 가 본 기억이 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오는 곳이라서요
임실엔 송화정이있고
옥정호도 있더랍니다
책소개에
전 뚱딴지 답글을
다네요
마지막 동요가
맛깔스러워서 수현이
노랜가 했네요
누구나 읽으면 마음이 움직이는 글들이었어요.
자연 속에서 참 착하게 사는 시인이었어요.
수연이가 좋아하는 노래라 저도 자주 듣는답니다.^^
아.. 댓글 중에 완주군 임실면이라고 하셨는데
완주군과 임실군은 별개의 행정구역입니다.
임실군 운암면에 운암호수 또는 옥정호가 있고 그 호숫가에 송화정을 옮겨 만든 하루라는 찻집이 있지요.
하루 찻집을 잘 알아서..
@안다미로 송화정이 참 기억에
남았던 곳이라
그곳의 찻집이
늘 기억에 남아있네요
찻집의 분위기가
너무좋았어요
저도 동행한 사람의
동생 동료 교사였던가?
그래서 일부러 그곳을
갔었네요
그곳엔 烏竹이 있었고요 바로옆이 호수 같았어요
아 그렇군요?
임실군도 왼주군도
두곳 다 군이었군요?
저도 김용만님 시집을 사서 읽어 봐야겠어요
김용만 시인처럼 시골에 사는 저는 마치 내 마음을 훔쳐보는 듯했습니다.
시가 여렵지 않고 마음에 닿아 참 좋습니다.
산골에 살고 있는 분인데 마음이 참 맑은 시인이었어요.
시를 읽다가 위봉산을 보고
혹시.. 했더니 맞군요.
위봉산은 완주군에 있는 산.
시가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네요.
그러시군요.
오래 노동을 하다가 산골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있는 시인이랍니다.
8월 초하루를
김용만 시인의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시와
아이들 노래를 들으면서
또 하루를 맞아
행복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읽고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좋습니다. 사볼게요.
마음이 무척 맑은 시인이었어요.
김용만 시인은 몰라도 평온하고 부드러운 시 입니다
뚱보새의 가사도 순수하고요
노래소리도 깔끔하게 들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용택 시인의 동생이라고 합니다.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 시가 좋은 시겠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