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앞날 2월 3일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태재부. 어제 3월 3일 다시 다녀옴.
어제 새벽녁에 일정을 정하고 아침 비행기로 갔다가 저녁에 돌아온 하루여행.
그 때는 깜깜하게 숨만 쉬던 꽃망울들이 좋았었고, 어제는 만발해서 보기 좋았음.
봄은 일본 말로 하루이고, 꽃은 일본말로 하나인데, 하루에 매화 하나 보러 혼자 다녀옴.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외버스타고 30분 만에 도착한 태재부 터미널.

지난 2월과는 달리 태재부 표지판 옆에 화사하게 핀 백매화가 인상적이고 잘 어울림.

지긋지긋한 인생을 지나온 지긋한 연세에 중절모를 쓴 정겨운 뒷모습들. 부모 팔아서 친구 산다는 뜻을 알 것 같음.

노랑 파랑 빨강색. 일본스러움이 느껴지는 상점의 원색간판들. 간판으로 햇빛과 비를 피하는 용도로 사용하다니 인생은 응용력 싸움.

터미널 옆에 있는 태재부 천만궁의 명물 우메가에모찌. 찹쌀떡을 파는 이름난 맛집. 부지런한 사람은 악업장이 없음.

하양색과 검정색 그리고 빨강색만으로도 균형감 있게 장식한 멋스러움. 생각도 요란하면 굶어 죽음.

태재부 천만궁 올라가는 길목에 이따끔씩 보이는 아담한 찻집들. 이곳 역시 빨강색 하양색 검정색의 안정감 있는 톤.

유행따라 서양식 별찻집(스타벅스) 인테리어 목공예가 특이함. 자세히 살펴보니 하늘에 별처럼 멋스럽게 서로서로 꿰잡은 인다라망.

신(神)의 영역을 상징하는 도리이, 그 두 번째 도리이를 지나자 서서히 풍겨오는 태재부의 하늘 매화향기. 두 개의 돌기둥 예사롭지 않게 늠름함.

아픈데를 다 낫게 해준다는 소의 신상이 있는 입구. 다녀간 사람들의 아픈 마음도 금방 다 나았을 듯 반들반들함.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건너게 되는 다리. 붉은 난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무지개 다리. 과거심佛가득 현재심佛가득 미래심佛가득.

붉은 것은 붉게 비치고, 거목은 크게 비치고, 매화는 화사하게 비치는 수면. 인생을 건너면 그 행적의 물그림자도 영원히 비침.

가던 길 멈추어 꽃을 보기도 하며.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꽃 앞에 서면 잊지않고 꼭 생각나게 되는 양심의 얼굴이 있음.

천 수백년 향장나무 아래 오늘 새하얗게 핀 신상품. 더러는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한 나무에도 같은 꽃은 있지 않음.

매화의 붉은 뜻을 정성스럽게 그려넣은 가로등. 사진을 찍기 위해 완벽한 꽃잎을 더듬어 보지만 양에 차지를 않음. 인생이 그렇듯이.

천만궁 본전에 곳곳에 있는 소의 신상(神像). 자신을 싣고 다니는 자신의 소를 잘 길들여야지. 문득문득 심우도尋牛圖 생각나게 함.

꽃그늘 소머리에 동여맨 띠두건은 빨강색과 하양색. 소는 검정색. 천만궁에 색깔은 단순해도 꾸밈없이 단도직입이고 화려함.

교양있게 반듯이 서서 읽는 모습. 옷도 가방도 매무시가 닮은 부부지간일까. 서로를 존경한다면 그 자체로도 풍요로운 인생.

문 안으로 슬핏 보이는 먼 발치 본전 옆 비매.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 원래 아주 좋아하면 다가서기가 쑥스러운 법.

성큼성큼 무심히 본전 앞으로 직진하는 사람들. 신나게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좋은 광경. 틈새에 끼여 슬그머니 들어감.

몇 그루 되지 않는 매화로도 본전 앞 마당을 조화롭게 장엄한 풍경. 그리고 매화를 더불어 찾는 귀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꽃이 너무 화사해서 맑은 향기를 맡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은 사람들. 이치만 밝히면 잡념이 사라짐.

저렇게 함께 걸어가는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믿음. 스스로를 믿는 사람들은 남에게도 배려심이 자연스럽게 묻어남.

꽃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 생각할수록 세상에는 행복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봄날이 필설로 못다하게 아름답듯이. 비록 인생이 다사다난 하지만 더불어 즐길 만한 불가사의하고 아름다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좀 빠지시는 인물들이신던데 뒤돌아 주셔서 참 고마웠음. 아무리 맛난 진수성찬이라도 혼자서 사막에서 먹으면 의미없음.

매화를 완상하러 갈 때 너무 두꺼운 옷은 매화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 짐도 가볍게 옷도 가볍게. 가벼운 마음 가벼운 인생.

아! 붉은 꿈을 꾸고 있는 늘어진 능수매화. 중국 항주 서호에 수양버들 사이마다 복사꽃이 피는 소제춘효蘇堤春曉가 연상.

생로병사 길흉화복에서 편안을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 곳곳에 매달린 잘되게 해달라는 비는 쪽지들.

패찰에 정성껏 글씨를 써서 매단 사람은 분명히 행복함. 능동적인 사람은 전쟁을 일으켜도 죄가 안되고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는 그날까지 행복해야할 권리를 넘어서 의무가 있음.

꽃이 아름답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움.

종일토록 천만궁 본전 앞으로 몰려드는 참배객. 1년에 700만명. 그 곁에 저 비매飛梅는 학문의 신으로 일본역사의 큰 축.

이름만큼이나 어울리는 행서체의 명패. 오른편 붉은 빛의 황후매와 상대적으로 깨끗한 백매라서 더 귀하게 보이는 기품.

뒤에서 바라보는 비매. 앞 쪽의 화려함과 달리 느껴지는 엄숙함과 장중함. 이것이 천년의 세월 맛.

필총(붓무덤) 앞에 섰는데 문득 떠오르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짧은 두 구절의 싯구.

뒤뜰로 돌아가면 비매의 영향으로 화원을 이룬 6000그루의 젊고 늙은 매화.

매화를 심은 동기를 써놓은 사연들이 간혹 걸려있는 나무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읽어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친구.

철부지들의 소풍. 오늘의 피는 꽃같은 걸음마가 훗날 멋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겠지. 한 줄기 봄바람에도 꽃은 희고 붉게 갈라지는 법.

후원에 있는 찻집들. 이렇게 아름다와도 되는가. 차도 신령스러운 영물靈物이고, 매화도 고결한 君子군자.

천만궁에는 어딜가나 검정색과 하양색과 빨강색의 조화.

찻집 자리도 빨강색. 게다가 방석은 또 하양색.

흐드러진 매화를 보러 새벽에 비행기표를 끊어서 훌쩍 타국으로 왔는데 낯설지 않은 봄날.

꽃은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봐야하고. 삼매는 경전에서나 읽는 게 아니라 삶에서 지혜와 자비로 우러나야지.

도량 안쪽도 아름답고 바깥도 아름다운 곳. 천 년을 지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답을 물었던 곳. 오늘 이 자리가 행복자체.

이웃 사찰에 스님의 염불소리가 낭랑하다. 꼭 별찻집 앞에 서서 탁발하는 이유가 있을까?

자세히 보니 발을 살펴보는데 고행정진으로 얼었던 적이 있는 듯. 왜 가슴이 찡할까.

하룻만에 다녀온 일본여행. 꽃과 소. 매우梅牛 값진 여행이라 위대한 양서를 한꺼 번에 왕창 읽은 느낌.
서울 가기보다 더 가까운 거리 45분. 할인항공권 임박한 표를 잘 구하면 ktx 경부선 왕복값 정도 밖에 안됨.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데 땅에 비치는 비행기 그림자가 높아질수록 작아지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김.
질척이지 않고 꽃이 지는 것처럼만 살다가 가면 완벽한 삶. 올 봄은 이곳저곳 화엄세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길 듯.
첫댓글 _()()()_
설명이 없어서 좀... 아니, 많이...
양서를 한꺼번에 왕창 읽은 느낌이 아니라,
법문록을 왕창 읽었습니다.
까만색=과거, 빨간색=현재, 하얀색=미래. 그래서
과거심佛가득, 현재심佛가득, 미래심佛가득 앞에선 '아 하!!' 가슴이 울렁울렁...
강의에서도 여기서도 재치있는 유모어들.
고맙습니다.
매화가 곱습니다. 사진 솜씨가 좋으셔서 더 아름답게 보여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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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_ 꽃소식 벌써^^작년에 여행가서 지는 벚꽃을 보고 왔더니, 집떠날 때 한창 시작이던 저희 동네 벚꽃들이 져버렸습니다. 올 해는 잘 기다렸다가 동네에서 벚꽃놀이 혼자서 실컷 할 생각입니다.^^ 모두에게 편안한 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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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도 아름답고, 어디를 봐도 종이 한 장 없이 깔끔하네요.
참~ 부럽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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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심하게 매화 잘보고 마음이 요란합니다~ 마음관리를 잘못해서.
멋을 아시는 스님 덕분에 매화향기 잘 듣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_()()()_
멋들어진 스님.
법문 잘 보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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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_()()()_
스님덕분에 책상앞에 앉아서 후쿠카 태재부 매화 보살님 친근했습니다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