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성수기의 8월의 커피숍
주말과 주일을 임대를 주기로 하고
아내의 부부동반 초등 모임을 가기로 약속하였지만
이번 나의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내가 좋아했던 순덕이가 온다는 소식에
아내와의 약속을 깰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순덕인 늘 이렇게 가슴에 앉아
늙은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 애가 6학년 1학기 때 미국으로 이민 가던 날
학교 담장 밑에 쪼그려 앉아 슬프게 울었었는데
그 꼬맹이가 할머니가 되어 돌아온단다.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몰라보면 어쩌지...
거울 속에 서 있는 늙어버린 나의 모습에 긴 한숨이 나오지만
수십 년을 보고파했던 순덕이
절대 양보할 수 없건만
아내의 협박 섞인 구애에 마음을 점령당하고 있었다.
"여봉 ~ 약속 어기지 마!
이번 부부 동창 모임 참석해 준다면
뭐든 당신을 위해 양보할게
"당신은 나만 보이는 안경을 끼고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는데
"회장인 내가 혼자 나가면 나를 과부 됐냐며 놀릴 거라며"
그리곤 밥상 발로 쭉~`밀어놓고 준비도 안 된 나를 밀어 넘기며
처음 당하는 테크닉으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내일 죽을망정 오늘은 왕처럼 호강하지 뭐!
특별 서비스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어떻게 변했을까~
비겁하게도 순덕이를 생각하며 아내와 잔치를 치렀지만
이른 아침부터 그애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내가 콧노래 부르며 화장을 할 때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와 차 시동을 건다.
그래~ 가는 거야 인생 뭐 있어~
여보! 미안해. 그동안 당신 말이라면 고민 없이 허허 해왔잖아
이번 한 번만 나를 이해해 주면
당신을 위해 뭐든 열 가지를 양보할게
판소리처럼 부르는 노래 속에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라리 상큼하다.
거리에 가로수도 하늘도 바람도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한 듯하다
두 시간을 넘어 달려온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왜 운동장이 접시만 하고
학교가 이렇게 성냥값만 한 걸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와~소리 지르는
친구들의 소리가 나의 가슴을 진정시킨다.
다툼이 잦았던 숙희는 알아볼 수 없는 할머니가 되었고
힘 자랑하던 영철이는 영감이 되어 앉아 있다
공부 제일 잘해 공학박사가 되겠다던 춘길이가 나의 손을 잡으며
늦게 왔으니. 인사말 하고 들어가라는 말에
앞에 서서 울컥 말을 잇는다
어젯밤엔 정말 친구들 볼 생각에 가슴이 설레더라
아련했던 친구들을 만나니 감해가 새롭네
하지만 내가 기다리고 보고 싶어 했던 그 친구는 못 왔나 봐
내가 그동안 모임에 못 나온 건 미안하지만
난 앞으로 계속 참석할 거야
언젠가는 내가 보고파하던 그 애도 나오겠지. 안 그래?
만나서 진짜 반가워
더 말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다음 친구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며
운동장을 바라본다.
슬픔도. 아픔의 고통도. 돈의 무게도. 모르고 그저 뛰어놀던 그 운동장에
우리 모두를 50년 잠자는 약을 먹였나
깨어보니 달리기 선수였던 영철이 목발을 짚고 있고
내 짝꿍 영희 자리에 영희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 같다.
돈 많이 벌어 아주 큰 비행기를 만들어
친구들 세계 일주 시켜주겠다던 용수는
아직 비행기를 못 만들었나
어릴 적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을 모아 두었던 운동장에
아직 남은 여름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아차 하며 정신 차리니
무음으로 돌려놓았던 핸드폰이 마구 울려댄다.
아내가 보낸 문자 보기가 무섭다.
용기를 내어 문자 보낸다
여보~? 미안해 근데~
이렇게 몰아붙이면 나 집에 못 들어가
하지만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면
당신이 바람피워도 용서해 줄게 응?
총명하다고 학교선생님들 칭찬이 자자했었는데
난 부모님의 희망이었었는데....
순덕이가 미국 이민 가던 날
담벼락에 앉아 울던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여보~
나 집에 가도 돼?
정이 많으신 분이시네요
못 만날 일은 없죠 ^^
따스한 만남 되시기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드가님
즐겁고 편안한 일요일 되십시오
배짱 좋으십니다.
늘 문제는 욕망이 이성을 이길때 일어나는데...
그래도 게시판에 글을 올리신 것을 보면 쫓겨나지
않으신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요즘은 저도 자존심에
쫓겨나기 전에 먼저 나옵니다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