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채워주는 집
아들을 위해 시작한 전원생활
부모는 집을 지었다. 하늘과 나무, 새와 친구 하고픈 아들을 위해. 그리고 집을 둘러싼 자연은 그 소망을 채워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바닥 마감재를 달리하여 공간을 구분해준 주택의 내부 모습
대문을 통해 계단을 오르면 세 식구의 보금자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 권혁건, 이미영 씨 부부와 아들 순호, 그리고 반려견 장군이
“처음부터 아들을 위해 이곳에 왔고, 아들을 위해 지은 집이에요.”
이 모든 것이 단지 아들을 위해서라니. 아들 사랑이 좀 유별난 부부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그들에게도 많은 고민이 따랐다. 도심 속 주거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사는 것도 모자라, 편리한 아파트를 버리고 손이 많이 가는 주택을 택했으니 말이다. 건축가 권혁건, 디자이너 이미영 부부의 전원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맞벌이하다 보니 일찌감치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었는데 얼마 못 가 잃어버리고 왔더라고요.평소에도 아파트 단지 화단 귀퉁이를 밟고 이름 모를 풀과 곤충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인도로 다녔음 전화기가 떨어지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늘 풀숲으로 걸으니까(웃음).”
아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정원
언제든 좋아하는 새와 꽃을 마주할 수 있도록 아들의 방은 정원과 소통할 수 있게 배치했다. / 거실과 연결된 야외 데크. 종종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 대지면적 : 618.00㎡(186.95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 123.52㎡(37.36평)
연면적 : 211.59㎡(64.01평) / 건폐율 : 19.99% / 용적률 : 22.95%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94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 벽식구조
구조재 : 벽, 지붕 – 철골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평지붕 슬래브 위 우레탄 도막방수
단열재 : 벽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20㎜ + 열반사단열재 10㎜, 지붕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200㎜
외벽마감재 : 삼목엠보채널 사이딩, 스터코 외단열시스템 / 창호재 : LG하우시스 시스템창호 24㎜ 이중로이유리 + 하이새시 에너지원 : LPG 난방
설계 : 장명희, 이정은, 신태준 / 조경 : 장은정, 권순호
시공 : ㈜디자인맑음
디자인 : 건축사사무소 엠에이 권혁건 02-333-8271 + ㈜디자인맑음 이미영 02-546-1140 www.hipure.com
총공사비 : 3억2천만원
매일매일 ‘시골’, ‘자연’을 노래 부르는 아들에게 두 손 두 발 다 든 부부는, 딱 2년만 살아보자 약속하고 전원행을 결정했다. 서울 근처에서 전원생활이 가능한 파주, 고양, 용인 세 지역 중, 같은 비용으로 가장 마당이 넓고 출근 거리가 가까운 곳을 찾아 일 년여를 헤맸다. 그렇게 만난 곳. 아들 순호가 12살이 되던 해 용인으로 이사를 와, 이곳에 머문 지 이미 약속한 2년을 훌쩍 넘겼다.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아파트만 있는 곳에서 태어난, 태생이 ‘도시남’인 아들인데, 열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들풀, 새, 오리, 닭, 별을 사랑한단다. 자칭 자연 문외한이라는 부부 사이에 이런 아들이 태어난 것이 신기할 정도.
“이사 온 첫해부터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텃밭도 가꾸고, 뒷산으로 탐사·탐조도 다니고. 할 일 많은 아들은 아주 신이 났었죠.”
SECTION
넓은 창이 인상적인 주택의 배면 ©김재윤 / 아들의 소망대로 주택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김재윤
내부 천장의 조명 라인은 새의 형상을 모티브로 했다.
창밖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실 / 슬라이딩 도어로 수납공간을 분리해 정돈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PLAN - B1F (66.62㎡)
PLAN - 1F (123.52㎡)
PLAN - 2F (21.79㎡)
하얀 헤링본 바닥이 인상적인 거실. 한쪽에 놓인 벽난로는 직구하는 수고도 마다치 않고 설치했더니 공간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준다.
부부 침실과 계단실 사이 공간. 넓은 창을 통해 늘 따스한 햇볕이 내부로 들어온다. / 제작 가구로 깔끔하게 꾸민 주방
긴 테이블은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화합의 장소가 된다. / 화이트 & 블랙으로 인테리어한 욕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른 이들처럼 처음부터 집을 지어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잠깐 머물다 갈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일단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했기에 조립식 주택 한 채를 전세로 구했다. 아들은 이곳 생활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에겐 단점들이 보였다.
우선 단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혹독한 신고식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난방비는 아파트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비쌌다. 수도는 지하수였는데 자주 누런 흙탕물이 나왔고, 심지어 이사 다음 해부터는 쥐도 출몰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2년 후 떠남’이라 는 계획을 실행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따뜻하고 쥐가 구멍을 못 내는 튼튼한 집에 대한 욕망이 마음속에서 자라기 전까진 말이다.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본인의 집은 못 지어 본 남편과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실내디자이너로 전업한 제가 집에 대한 이런 욕망이 안 생긴다면 사실 그게 더 이상하잖아요. 시한부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온 우리가 집을 짓다니….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부부 침실. 슬라이딩 도어 안쪽으로 드레스룸과 욕실을 배치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원목합판 + 자작나무합판, 지정색 래커도장, 벽지 + LG하우시스 벽지
바닥재 : 원목마루, 동화마루, 에폭시(White)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현장제작 + LKM / 조명 : 현장제작 + 종로조명
계단재 : 현장금속제작(메탈하우징) + 카펫 / 현관문 : 주문제작(메탈하우징)
방문, 아트월, 붙박이장 : 현장제작 / 데크재 : 레드파인 방부목
집을 지어 너무 행복하다는 아들 순호 씨 / 계단실에는 창과 유리 파티션을 더해 답답함을 없앴다.
결국, 떠나지 못하고 근처 땅을 알아보았다. 대지의 두 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자리였고, 자연이 줄 수 있는 혜택 같은 이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 당시 아들이 이 새, 저 새에 빠져 탐조를 다닐 무렵이라, 부부는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집의 콘셉트를 잡아보았다. 캐노피와 내부 조명 라인 등에 빗각이 살아있는 것은 모두 새의 날개에서 형상을 가져온 것이다.
조경에 관심이 많은 아들의 요청으로, 새가 좋아하는 열매를 맺는 덜꿩나무, 낙상홍, 마가목 등도 정원 곳곳에 심었다. 덕분에 언제부턴가 새들이 식사하러 빠짐없이 들리는 집이 되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설계된 주택은 세 식구의 생활 반경에 맞춰 실을 많이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면적을 크게 낸 것도 아닌, 불필요한 공간 없는 꽉 찬 집을 계획했다.
2층에 위치한 손님방 / 계단마다 카펫을 시공해 오르내리는 소음을 줄이고 포근함을 더했다.
필요한 가구로만 깔끔하게 채운 아들 방 ©김재윤
주차장과 연결된 창고 겸 다용도 작업 공간
외부와도 연결된 지하에는 주차장과 여러 가지 작업이 가능한 다용도 공간을 배치하고,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등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실을 담았다. 곳곳에 넓은 창을 내어 집안을 밝고 따스함으로 가득 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들이 아니었다면 저나 남편은 여전히 주택은 꿈도 꾸지 못했을 ‘아파트순이, 돌이’였을 거예요.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을 보며, 이제야 진정한 자연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매일 너무 행복합니다.”
집을 짓고 나서 가족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경험하는 만큼 새로운 삶이 보이는 것, 가족이 주택에 와서 얻은 깨달음이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김재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