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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나에게는 평생을 잊지 못할 경이로운 날이다.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작으나마 보답을 한 것 같아 여간 기쁘지 않다.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오늘 내 가슴 속에서는 즐거운 파티가 열렸다. 아무도 축하해주는 이는 없지만 내 자신은 알고 있다. 151경기 무교체 연속 출장의 대기록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비들을 넘어서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는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운명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였기에 내 자신을 격려하고 이렇다할 칭찬 한 번 하지 못했으나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 내가 축배의 잔을 올린다. "김병지 수고했다." 내가 세워놓은 제일 큰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날 지금보다 더 큰 외침으로 다시 한 번 나를 격려하며 감싸안으리라...넌 진정 축구를 사랑했다고.
오늘 밤 잠을 청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축구에 입문하던 날이 새삼 떠오른다. 성글게 짜여진 면 장갑에 빨강색 고무로 덮혀져있는 목장갑이 나의 유일한 방패였다. 지금 내가 착용하고 있는 경기용 장갑이나...어린 시절 유일한 방패 빨강색 목장갑이나...나의 가슴 속엔 이 모두가 황금장갑이다.
내가 가진 보물 아들 셋...반드시 이들 셋 중에서 나의 뒤를 따라줄 녀석이 한 명 있었으면 한다. 아버지였던 나의 기록을 깨기 위해 도전하는...그런 아들이었으면 한다. 현재 463경기...go500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반드시 달성할 것이며 후배 그 누군가가 꼭~필히 깨어주길 바라며 마음 속 축배의 밤은 아직도 파티가 한창이다.
내가 남겨가는 것들...쌓여가는 내 나이와, 잘 자라나는 세 아들...그리고...463경기를 넘어가는 요즘... 그 안에 또 다른 기록 스타팅 연속 출장 191경기, 또 그 안에 151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 또 그 안에 한 시즌 무실점 프로축구 출범 이후 25년사 21경기 무실점. 이 무실점들이 모여 현재 리그 통산 161경기 무실점이 진행중이다. 어떤 숫자가 나의 가슴에 그려질 지 난 모른다....그래서 난 달린다...
151경기 무교체 연속 출장 타이기록을 세우던 그날 밤 김병지(37·FC서울)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다. 경기는 7일 오후 7시에 치러졌지만 그가 글을 올린 시간은 8일 새벽 3시46분이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는지 눈 앞에 선하다. 화려한 수사가 없어도 진심이 녹아있는 그의 글은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따뜻한 시선, 축구에 대한 열정,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짧은 글 속에서 넘쳐난다. 그리고 사흘 뒤 벌어진 인천전에서 김병지는 홈팬들에게 152경기 무교체 연속 출장이라는 신기록을 홈팬들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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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기록 가운데 연속경기 출장만큼 값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릴적부터 '우등상'보다는 '개근상'이 훨씬 의미있는 상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자랐기 때문은 아니다. 세월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를 벼르고 날을 세우는 끊임없는 노력이 없이는 꿈도 꿀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하늘이 내린 재주를 타고났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연속경기 출장은 오롯이 그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하물며 연속 무교체 출장이라니……. 김병지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여덟. 어지간한 후배들도 유니폼을 벗었지만 여전히 그는 뒷산을 지키는 푸른 소나무처럼 싱싱하고 활력이 넘친다.
◇김병지의 무한도전
김병지는 기록의 사나이다. 그가 걸어가는 걸음걸음이가 모두 프로축구의 새로운 역사다. 문득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 어떤 기록에 가장 신경을 쓰는 지 궁금해졌다. 김병지는 "일단 첫번째 목표는 최다경기 출장이었고 지금은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이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기록을 쌓아가다보니 처음엔 잘 몰랐지만 이런 부분은 정말 힘들구나 싶은 기록이 있는데 그게 바로 무교체 연속출장이다. 최다출장 기록이 가장 값지지만 무교체 연속출장이 기록적으로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100경기쯤 뛰고 나니까 목표가 생겼다. 부상 때문에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적도 여러차례 있었는데 기록을 깨고 나니 더 욕심이 난다. 그러나 우선 팀을 위해 스스로의 경기력이 준비돼야 한다. 부상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 뒤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뿐"이라고 밝혔다.
모든 것이 최다경기 출장에서 비롯됐으니 최다경기 출장을 기본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김병지의 미니홈피의 테마는 'GO 500'이다. 수년전부터 500경기 출장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어느덧 목전에 다다랐다. 올시즌 이미 37경기에 출전했으니 6강 플레이오프까지 적어도 465경기는 확보했다. 2003년 이후 36경기 이상을 꾸준히 소화했으니 내년에도 그 정도 경기수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계산상으로는 2008년 정규리그가 끝나기 전에 그가 그토록 바라던 500경기 출장에 입맞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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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희망을 낳는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도 20대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것은 젊었을 때 들어둔 보험 덕분이다. 20대에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던 것이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도 개인훈련을 빼놓지 않지만 순발력과 근육을 발달시키는 훈련에 집중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근력과 순발력을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트레이닝 위주로 변화를 줬다. 김병지는 "말이 쉽지 기본적인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운동을 그때 그때 챙겨야 하고 마음가짐도 항상 긍정적으로 갖고 젊은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축구를 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통제를 맞고 뛰었고 그라운드에 나서기 직전까지 링거 바늘을 꽂고 있었던 적도 있다. 김병지는 "매년 한 두번은 고비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허리 근육통 때문에 고생을 했고 올해도 감기몸살 때문에 혼이 났다. 수원에 1-2로 패하던 날에도 사실은 허리가 아팠다. 골키퍼의 움직임이 몸을 날리고 땅에 떨어지고 하는 격렬한 것이다보니 신경이나 근육을 언제든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또다른 나의 이름
김병지의 집에는 산이 많다. 큰 아들 태백(9), 둘째 산(5)에 이어 이제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난 세째 아들에게도 태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특별히 산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의 정기를 아들들이 이어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틈나는대로 텍스타일 작가로 활동하는 아내를 외조하고 세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98월드컵과 2002월드컵을 전후해 태어난 '월드컵둥이'인 태백이와 산이는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태백이와 산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스타 되는 것이 꿈이다. 태백이는 경기 구리시 부양초 축구부에 들어가 정식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필드플레이어로 뛰며 기본기를 익히고 있지만 언젠가는 골키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산이는 TV를 통해 화제가 됐던 'FC슛돌이'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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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 제공 |
◇얌전해진 김병지? NO!
골키퍼 김병지를 세상에 알린 것은 여느 골키퍼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공격적인 성향과 개성넘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울산에서 뛰던 98년 10월 포항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공격에 가담해 동점을 만드는 헤딩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2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던 것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탓에 안정감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플레이에서는 예전의 과감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총 천연색으로 물들였던 과거의 헤어스타일도 얌전해졌다.
김병지는 "공격하는 골키퍼로 알려져 있고 출발이 그랬으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젊었을 때는 혈기도 있었고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지금은 기록들이 말해주듯이 자제를 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무실점 기록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더라도 무실점은 기본이다. 다만 경기를 컨트롤 하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훈련의 목표가 근력을 키우는데서 유지로 바뀐 것 처럼 활동력보다는 집중력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헤어스타일도 나만의 느낌은 갖고 있다. 염색을 옐로 컬러나 점잖은 쪽으로 하고 머리 길이도 많이 짧아졌다. 그러나 염색이나 꽁지머리는 나의 트레이드마크다. 비록 색깔과 길이는 조절했지만 내 상징과도 같은 것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역시 자신만의 개성을 가꿀 줄 아는 프로의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첫댓글 좋았어! 이번엔 병지횽이 자서전 소재인 거닷!
오오ㄱㄱ
김병지옹보다는 김기동옹이 더 철인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아닌감?
아무래도 필드플레이어중에는 김기동 따라올 선수 거의 없지 않나요? 병지형은 골키퍼라 일단 유리하긴 하죠..그래도 최고의 위치에서 저만큼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게 존경스럽네요~
멋지다능
김병지 선수 운동하는거 기회가 되서 몇번 봤는데 팀 단체 훈련할때 제일 먼저 나와서 운동 시작하시구 끝날때도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운동하다가 들어 가시더라구요 정말 노력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던데 정말 대단한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