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동,고성 某 식당에 점심 먹으러 갔다 겪은 일이라서 나도 공감이 갑니다. 한 그릇은 못 판다고 하는 통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물가 비싼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읽고 댓글로 얘기해 주세요. 모두,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회원제 트레킹 클럽을 꾸리는 어느 여행가는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닌다. 밥도 챙겨 먹을 겸 괜찮은 음식점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난감한 것이 식당 드나들기다. 멀쩡한 중년 사내가 혼자 밥 먹는 게 머쓱하더니 이젠 이골이 났다. 문제는 혼자 오는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 식당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창 바쁜 밥때에 한 사람이 식탁 하나를 차지하는 게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몇 번 쫓겨난 뒤로 음식점 들어설 때면 무슨 죄인처럼 조심스럽다. 어쩌다 가끔 편하게 맞아주는 곳도 있다. 그럴 때면 천사라도 만난 듯 고맙다. 칼국수 한 그릇을 차려주는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인상도 말도 부드러워서 아주 편안히 먹을 수 있게 해줬다. 그는 "음식이 맛있다고 다 좋은 음식점은 아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 집이 많다"고 했다. 두어 사람이 이것저것 맛보고 싶어 각자 시키면 으레 주인의 '명령'이 떨어진다. "한 가지로 통일하라"고. 두 사람이 한 그릇 나눠 먹는 건 꿈도 못 꾼다. 2인분 이상만 판다는 집도 흔하다. 남도 한정식 상은 네 명이 기본이다. 비싼 걸로 많이 시키라고 몰아붙이는 집도 적지 않다. 둘은 메뉴판 맨 위 7000원짜리 산채비빔밥을 달라고 했다. 주인은 "안 된다"고 했다. 우리 닭 구이 상에도 갖가지 나물이 오른 걸 보면 안 될 리 없지만 주인은 막무가내다. 둘이 돼지 구이 2인분을 시키자 이번엔 "양이 많지 않아 3인분 이상만 주문받는다"고 했다. 착한 커플은 울상 짓다 3인분을 주문했다. 곁에 앉은 우리까지 밥맛이 떨어졌다. 등산 온 옆자리 중년 부부가 우동 두 그릇을 사놓고 배낭에서 김밥을 꺼냈다. 종업원이 달려와 "싸 온 음식은 못 먹는다. 김밥을 도로 넣어달라"고 했다. 부부가 "우동을 사 먹지 않느냐"고 해도 종업원은 "안 된다"만 되풀이했다. 그 러더니 결국 "나가라"고 했다. 대학생 같은 커플이 1000원 비싼 '곱빼기' 칼국수 한 그릇을 가운데 놓고 나눠 먹고 있었다. 주머니 가벼운 데이트가 젊고 예뻤다. 늘 붐비는 집인데도 선선히 한 그릇만 차려준 주인을 다시 봤다. 통영에서 복국 잘하는 집에 꼽히지만 일부러 찾아간 이유는 따로 있다. 한 사람 먹기 딱 좋게 일인분 회를 낸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생선회에 반주 한잔 하고 싶어도 마땅치가 않다. 회를 한 명 먹을 만큼만 주는 집도 드물뿐더러 값도 만만찮다.
문 열고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돌아 나오기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정서다. 바깥 메뉴판은 합리적인 발상이다. 거기에 '생선회'가 8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소금 적게 쓰는 식당'이라는 팻말도 미덥다. 나이 지긋한 남자 주인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해돌라(해달라)는 대로 다 해드립니데이." 네댓 명이 회 일인분 시키든, 혼자서 몇 인분 시키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한다. 둘이서 2인분 주문했다. 두툼하게 썬 회가 얼핏 봐도 서른 점 넘는다. 참숭어는 껍질째 끓는 물에 잠깐 데쳐 얼음물에 담가 냈다. 껍질은 쫄깃하고 살은 사각거린다. 병어 뼈회가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줄 몰랐다. 광어는 냉장 숙성해 쫀든쫀득 차지다. 멍게엔 통영 바다 향이 짙다. 이리 실한 회가 1만6000원이라니 황송하다. 쌈 채소나 구색 곁 음식은 없다. 마늘과 된장만 곁들였다. 남학생이 쭈뼛대다 물었다. "멍게비빔밥 하나만 시켜도 될까요." 주인이 또 시원스럽게 대답한다. "해돌라는 대로 다 해드립니데이." 둘은 사 온 충무김밥을 꺼내 비빔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일인분 회도 알찼다. 겨울 어느 날엔 대구·학꽁치·보리멸 회에 굴이 올랐다. 철 따라 봄 도다리, 여름 농어, 가을 전어가 이어졌다.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예순다섯 살 윤 도수씨는 1982년 식당을 열어 지금 자리에선 32년째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32년 한결같이 일인분 회를 차렸다. 그는 "몇 만원씩 하는 회는 사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매일 새벽 바로 옆 서호시장에서 펄펄 뛰는 제철 생선을 사 오는 덕분이다. 손질한 뒤 그날 상에 올릴 때까지 냉장고에 두면 숙성돼 감칠맛이 난다. 부부가 일하고 주말엔 자식들이 거들어 사람 값도 덜 든다. 제일 중요한 건 마음씨다. "1000원 남을 것, 반만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장사합니데이."
젊은 학생 둘이 김밥 싸 와도 내색 안 해 보기 좋더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남는 자리, 비워두면 뭐합니껴." |
출처: 소 리 굽 쇠 원문보기 글쓴이: ptlee67
첫댓글 내 마음에 속ㅡ 옥 드네요 언제 방문해야겠소 잘계시지요
주인 마음 먹기에 달렸네,감사할 일, 많이 잡수시고 건강하세요,감사.
나도 기사 읽어 보고 토영가면 수정식당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네.
저런 느긋한 마음으로 장사하면 복 많이,아니 덕 많이 쌓을 것이야.
통영 수정식당 단체투어 한 번 가야겠네.
통영 서호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 같은데, 삼수친구랑 1차 방문해서 인정삿을 올려 볼게요.
방문후 후기 올리겠읍니다.
여친쌤 이름이 수정인데...
박쌤, 아직까지 기분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