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식편대숙주병(이하 GVHD, Graft versus Host Disease)은 골수이식을 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이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기능에 따라 그것을 공격하는데 반대로 이식편이 환자를 공격하여 발생하는 것이 GVHD입니다.
예를 들어 A2B46/A24B7이라는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을 가진 환자가 골수 이식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기증자의 골수 이식편 HLA형이 우연히도 A2B46/A2B46이라면 환자의 면역체계는 기증자 이식편에 대해서 자기와 동일함으로 전혀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증자 이식편의 입장에서 보면 환자가 가지고 있는 A24B7이라는 HLA는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남’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이때 이식편과 함께 반응을 일으키면 이식편쪽 면역세포들이 환자의 세포를 공격해 GVHD가 발병합니다.
따라서 골수기증에서 HLA가 완전히 같은 사람의 골수를 이식 받으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그래서 HLA가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1~2개 차이가 나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GVHD가 발생하면 이식편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모든 장기와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골수 이식시 환자 몸에 이식편과 같이 들어가는 림프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방사선 조사(irradiation)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GVHD는 골수이식이 아닌 수혈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혈이라는 것도 일종의 혈액세포의 이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혈혈액에 포함되어 있는 림프구가 위에서 설명한 조건들이 맞아서 환자의 세포를 공격하게 되면 이것이 수혈성 GVHD가 됩니다. 수혈성 GVHD는 골수이식을 하고 나서 발생하는 이식편대숙주병보다 훨씬 더 무섭고 예후가 나쁩니다.
골수이식 후에 생기는 GVHD는 혈액세포는 공격을 하지 않지만 수혈성 GVHD는 혈액세포도 공격을 하기 때문에 마치 재생불량성빈혈처럼 감염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쉽게 생깁니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의 HLA를 물려받게 되는데 이를 반수체(haploid)라 부릅니다.
한 쌍의 HLA형은 두 가지의 반수체로 이루어집니다. 형제 사이에 HLA가 일치할 확률은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25%가 됩니다. 반면 HLA 반수체가 일치할 확률은 무려 75%나 됩니다. 수혈에 있어 형제자매의 혈액인 경우에 HLA 반수체가 일치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혈성 GVHD의 발병 위험이 더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형제•자매의 혈액이 모르는 사람들의 혈액보다 안전하다고 믿지만 사실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수혈성 GVHD가 잘 발생하는 경우는 신생아처럼 자신의 면역체계가 미 성숙된 경우나 선천성 면역결핍증이 있는 경우,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 같은 경우들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보통 이런 경우에만 수혈 혈액에 대해서 방사선 조사를 시행합니다.
그렇지만 환자의 면역체계에 아무 이상이 없어도 위에서 설명한 경우처럼 GVHD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확률이 낮더라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직계 가족의 헌혈과 수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혈에 의한 GVHD는 피부발진, 발열, 간 기능 저하, 황달, 설사 및 범혈구감소증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사망률이 매우 높아 반드시 예방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