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살던 고향은 아주 산골이라
날마디 아주머니가 마산에서 생선 다라이를 이고 고개 너머 평촌역에서 내려서
십리길이나 되는 뱀실고개를 넘어 오곤 했다.
날마디라 붙은 별명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고기를 팔러 오기 때문에
동네사람들이 붙여준 것이었다.
농사철에는 일손이 바빠서 읍내까지 나갈 시간도 없었으므로
생선외의 다른 물건도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곤 했다.
닷새만에 서는 반성장은 3일과 8일에 섰고
군북장 2일과 7일에 섰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사봉장은 규모가 조금 작았는데 5일과 10일에 섰다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모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없어지고 말았다.
군북장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걸어서 가려면 한나절은 잡아야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땔감 나무를 한짐 지고 군북장에 가서 팔아서
손자를 위해 배나무 묘목 한그루를 사다 터밭가에 심어 놓으셨다.
할아버지는 6.25사변때 돌아가셨지만 내가 국민학교 다닐적엔
배나무가 아주 커서 배가 많이 열렸고 달고 맛이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반성장에 두어번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큰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끓인 장터 국밥은
목구멍에 때를 벗기기에 충분하였다.
장터 여기저기에는 쌀을 이고 온 아낙네
계란을 갖고 팔러 나온 할머니,생선을 파는 아주머니
나일론 양말을 팔러 온 옷장사 등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어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오늘 등산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가 어떤지 인터넷으로 날씨예보를 보았더니
오전엔 '구름많음'으로 표시돼 있었다.아랫쪽엔 우산이 그려져 있어서
비가 올 것 같기도 했다. 9시범어사역2번출구에서 만나서 정관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8시에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졌으나 하늘을 보니 그렇게
많이 내릴 비는 아닌 것 같았다.
2호선을 타고 가다 수영역에서 다시 3호선으로 환승, 연산역에서 다시 1호선으로 바꿔 타고
범어사역으로 갔다. 약속장소에 나갔더니 친구가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고웅산악횐지 뭔지 거기서 주관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비가 오니 산행자체가 취소됐는지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좀 그치면 둘이서 범어사라도 한번 올라가 볼까 하고 생각했으나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