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들이 편법으로 우리 항구에 입항함에 따라 대북(對北) 5·24조치가 무력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0년 5월 24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2010.3.26)에 대응하여 5·24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① 제주해협 포함 우리 측 해역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 금지 ② 남북 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입 금지 ③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북한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및 북한주민과의 접촉 제한 ④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개성공단의 생산 활동은 지속되도록 하되 체류인원은 축소 운영 ⑤ 대북지원사업은 원칙적으로 보류, 다만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은 유지 등이다.
정부가 북한 선박에게 이런 조치를 한 이유?
당일 국방부장관은 3부(통일부, 국방부, 외통부) 합동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5월 24일 이후 북한 선박이 우리 해역 진입을 차단하고 이에 불허하는 경우에는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군이 상선으로 위장하여 우리 영역의 해양정보와 작전환경을 정탐하고, 해상침투용 모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잠수함(정)의 침투 등을 획책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상선은 북한정권 소유로 군인이 승선원으로 위장하여 타고 있고 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선박은 남한에 있는 간첩들에게 총기, 폭발물 등을 전달 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북한 상선이 우리 항구에 입항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항에 6,500톤 화물선(페트럴 1호)이 들어와 철강 2천 톤을 내렸다. 국적은 캄보디아, 그러나 제3국 국적으로 위장한 사실상 북한 선박이다. 지난해 4월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한 화물선(그랜드 포춘1호) 역시 몽골 깃발을 달았지만 모든 선원이 북한 사람인, 북한 배였다.
이 배의 국적은 ‘키리바시’다. 구조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 승조원 16명 모두 북한국적으로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가 확인한 ‘제3국 위장 북한 선박’만 15척이다. 이 선박 중 3척이 지난 1년 간 인천항에 33차례 들어왔고, 석탄 등 연료나 철강 제품을 국내업자에게 운송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5·24조치가 사실상 뚫린 것이다.
북한은 ‘편의치적(便宜置籍, flag of convenience)’이란 해상법을 악용하여 5·24조치를 회피하고 있다. 편의치적선은 제3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배들을 등록해, 해당 제3국 국적 깃발을 달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배의 소유 관계를 일일이 따져보지 않는 이상, 배의 진짜 국적을 알기 어렵다.
편의치적 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이유와 비슷하다.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주로 캄보디아, 몽골, 파나마, 시에라리온, 키리바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이 배들을 등록해 놓고 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올해 2월에 낸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여기서 한 번 더 ‘국적 세탁’ 시도를 하기도 한다, 배 이름도 바꾼다. 북한은 배의 국적을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배의 이름도 여러 차례 바꾸고 있다. 유엔이 북한의 편의치적선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도 바로 ‘무기’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3년 1월 대북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결의안 2087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금수 품목이 아니더라도 무기 개발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을 전면 통제하도록 했다. 북한산 무기 수출에 이 편의치적선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파나마 운하 근처에서 북한 ‘청천강 호’가 전투기 등을 싣고 가다 적발된 적이 있는데, 이 청천강 호를 소유한 회사가 유엔이 꼽은 15척의 편의치적선 일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편의치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진입과 항구 입항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유엔, 우방국과의 협조 등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방부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