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까지 거푸 외국에서 온 내빈 두 곳을 접대할 일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다 마침 대만에서 온 분들이었지요. 한 곳은 계약 문제로, 또 한 곳은 MOU
(양해각서) 작성을 위해 방문한 손님들이었는데 일이 끝난 뒤 저녁에는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와 함께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이 아닌 사석에서(하긴 뭐 사석은 아니지만..)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무슨 말을
나누겠습니까. 가족 얘기, 운동 얘기같은 사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시작된 화제가 일본놈들
욕해주기 정치 얘기 같은 쪽으로 번지더니 두 번 다 종착지가 된 곳은 드라마 가을동화였습
니다.
요즘 대만은 가을동화가 온통 장안의 화제라더군요.
남자건 여자건 가을동화 안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네요. 그래서 제가 얼른 말해 주었지요.
"니 쓰 겨울연가 써마?"
농담입니다.
영어도 몬하는 내가 짱꿰말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여간 콩글리쉬 짱꿰리쉬를 서로 섞어가며
말했습니다. 가을동화 2편이 나왔다. 여긴 얼마 전에 종영했는데 엄청났다. 그랬더니 이 친구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이냐, 그럼 송혜교도 나오는거냐. 언제 방영했냐. 내용은 어떻냐.." 등등
나는 대만 사람들이 그렇게 드라마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중국 사람들 시끄럽다는 얘
긴 들어 알고있었지만, 일 얘기 하거나 정치 얘기할 땐 점잖고 조용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가을
동화 얘기 꺼내자 나는 무슨 호떡집에 불난줄 알았습니다.
"송혜교는 안나온다. 걔보다 엄청나게 더 이뿐 최지우라는 탤런트가 나온다. 남자배우 이름은
둔땅이다. 뭐? 이름이 좀 이상하다고?.. 그럴거다. 한국 사람들 이름이 니네 듣기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그거 우리나라에선 좋은 이름이다, 둔땅이. 나하고도 좀 닮았다."
별의별 주접을 떨면서도 나는 순간적으로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상도 보지말고 그냥 겨울연가나 볼껄.
큰일입니다.
걔네들 이제 겨울연가 방영하면 나 엄청 욕할텐데요. 사실 나는 그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물어보길래 스토리를 그냥 생각나는대로 대충 지어서 말해주었거든요. 그래도 감동적인 눈빛
으로 듣던데요,, 뭐
그나저나 정말 걱정이긴 합니다. 설마 나중에 보고나서 계약파기하겠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대만에서 겨울연가 방영 안되기만을 간절히 소망하는 발톱. ㅠ
카페 게시글
자유지대
거, 참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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