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카페 게시글
더불어밥의 일상 스크랩 한겨레칼럼_동물문제? 한가한 소리하네!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426 13.03.30 16:3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가끔 1인출판을 주제로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출판 불황이 깊은데 1인출판으로 꽤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있으니

출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비결이 궁금한 모양이다.

 

그래서 경험한 것, 주워들은 것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떠들고 난 후

질문을 받는데 십중팔구 나오는 질문.

 

“비정규직문제, 극심한 빈부격차 같은 사회 현안이 많은데 동물 책만 내는 것은 한가한 것 아닌가요?”

“동물 책 출판은 부업인가요?”

 

1인출판이 살아남으려면 전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음에도

그 전문분야가 ‘인간’이 아니고 ‘동물’인 것은 영 거슬리나보다.

 

동물보호단체의 활동을

‘먹고 살만한 여자들이 하는 한가한 짓거리’라고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럴 때면 나에게 묻는다.

‘나 정말 한가하게 동물 책 내고 있는 거니?’

 

하지만 매번 신간을 낼 때마다 제작비 마련에 똥줄이 타고,

7년째 사훈이 ‘망하지 말자.’인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생명력이 펄펄 넘치는 개가 유기동물이라는 이유로 살처분되고,

도로가 차고 넘치는데 또 도로를 내는 토목공화국에서 야생동물이 숱하게 로드킬로 죽어 가는데 모른 척 살 수가 없다.

 

아기에게 병 옮는다고 키우던 개를 버리라는 가족의 압박으로

개를 버리게 될 지경이라는 임산부의 말에

준비하고 있던 책의 원고를 파일로 보내기도 했다.

한가한 게 아니라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오히려 더 치열하다.

 

 

노견에게 보약보다 좋다는 볕을 쬐어주기 위해 골목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이웃집에 공사를 하러 온 분들이 나이를 묻길래 19살이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아프다.

“질기게 오래 사네.”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 아이가 돌을 던지는데 앞서 가는 엄마가 아무 말도 않는다.

결국 내가 가서 혼냈다.

 

경쟁과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분노를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고 눈앞의 약자인 동물에게 화풀이를 한다.

 

인간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사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인간사회구조 안에 들어와 있고, 최약자의 자리에 있다.

버려진 유기동물도, 동물원의 코끼리도, 실험실의 실험동물도, 서식지를 인간에게 빼앗긴 야생동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약자다.

 

 

지난 며칠 들려오는 소식에 우울했다.

5년 넘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분은 동네 사람과 마찰이 있은 후

30여 마리나 되는 고양이가 죽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도움을 청했지만 함께 걱정하고 고민할 뿐 내게도 뾰족한 답은 없다.

허점투성이인 동물보호법에 기대 긴 싸움을 할 것인지

조용히 묻고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지는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용인에서 올무에 걸렸다가 구조된 백구는 기도가 뚫렸는데도 용케 살았다.

버려져 그 고생을 하고도 수술대에 올라 사람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는 백구.

이 아이도 살려서 따뜻한 가정에서 제명대로 살다가게 해줘야한다.

 

 

동물문제는 인간문제와 동등한 위치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이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물학대가 인간학대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동물학대가 동물에만 머무르고 인간학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문가들이 동물학대에 대해서 그토록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창완밴드도 <금지곡>에서 노래하지 않나.

동물들 학대하지 말라고, 우리는 곧 떠날 몸이라고, 인생 그거 별거 아니라고.

 

 

지난 3개월 동안 새로 생긴 서울시 동물복지과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내가 사는 곳이 혜화동이라 매주 시청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면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오른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보였다.

최장기 농성 기록을 갈아치우며 힘들게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도 사회도 그들의 외침에 귀를 닫고 있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늘 종탑 위 노동자들에게 말했다.

‘제가 지금 가서 하는 일도 같은 일일 거예요.

한가한 일 아닌 거 맞죠? 우리 같이 힘내요.’

 

 

-----------------------------------

한국사회 주류의 시각은 여전히 동물문제에 냉담하다.

'한가한 소리.'

가장 흔히 듣는 말이다.

 

그래도 뭐 어쩌랴.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가 다르고

나는 동물에게 연대 의식이 느껴지는 걸.

그저 묵묵히 갈뿐.

 

 

혜화동 성당 종탑 위 재능교육 노동자들이다.

그 앞에서 버스를 탈 때마다 아프다.

그나마 날이 풀려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들이 건강하게 어서 내려올 수 있기를.

앞으로는 누구도 땅을 떠나서 고공농성은 하지 않기를.

저렇게 해야지나 약자의 소리에 귀기울여주는 사회는 비틀어진 사회가 아닌가.

 

 

원문은 이곳에...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80471.html

 
다음검색
댓글
  • 13.04.01 03:13

    첫댓글 뭐라 말로 할수 없는 슬픈 현실..
    찡이 언니 밥님이 외치는 소리를...이세상 약자 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기우려 하지 않는 ..
    독립 투사 도 많이 외로 웟을 거에요. 일제에 붙으면 편히 살수 있는데.
    편한길 버리고 약자들의 소리를 가슴으로 듣고 고군 분투 하는 울 찡이 언니밥님! 힘내세요.
    소리 없는 외침이 메아리로 돌아 와서 산을 옮겨 놓을수 있는 날이 꼭 올거에요. 아자! 아자! 홧팅~~ 밥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자나요~~~~~~~~~~~~

  • 13.04.14 23:56

    더불어밥님의 닉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글이네요. 천사가 인간을 불쌍히 여기사 동물로 변장해서 다가오는 줄도 모르는 불쌍한 인간들...밥님이 천국의 일을 지상에서 수행할려니 애로가 많으시네요. 계속 힘내시기를~~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