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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스크랩 불가근불가원
두꺼비 추천 0 조회 82 11.03.14 11:1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不可近不可遠

 

흔히 기자를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히고 진실을 전하는 사회의 목탁이자 빛과 소금이라고 합니다. 불가근, 불 가원 (不可近, 不可遠) 이라고도 하지요. 멀리도 가까이 할 수도 없는 사이를 뜻하는 말인 듯합니다. 語源은 알 수 없지만 흔히 기자와의 관계를 뜻하는 용어로 많이 통용되는 말이지요. 세상을 살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사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수학공식처럼 특정된 것이 아니라서 더욱 어려운 듯합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홍보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습니다. 나름 기자들의 생리에 관해 잘 알 것 같은 사람인 셈이지요. 그러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직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관계일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얻은 철학이 있다면 불가근 불가원한 관계는 결국 불가분(不可分)의 관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 따름입니다.

 

형하고 저는 공무원으로 살아왔는데 기자생활을 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으니 전공을 살린 셈이지요. 저는 객관적으로 보면 누구보다도 기자의 생리를 잘 알법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지금도 전혀 기자들의 심리를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랜 경험상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라고 하면 일부러는 만나고 싶지 않은 職業群이지요. 아버지가 생전에 계실 때도 저는 “기자라면 동생도 별로입니다.” 라고 했다가 꾸중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아마도 홍보업무를 하면서 기자들 때문에 몹시 지쳐 있을 때라서 그런 말을 했을 겁니다. 동생에게 기자로 살지 말고 사람으로 살라는 말을 한일이 있지요. 공무원도 현직을 떠나면 찬밥(?)이 된다고들 말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언 밥(?)신세가 되는 사람들이 기자라는 것이지요. 현직에 있을 때 특권을 가진 것처럼 지낸 경우 더욱 그러하다는 겁니다. 물론 공무원이나 기자나 자기 할 탓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현직에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뜻이겠지요. 저 역시 이런 뜻에서 동생에게 기자를 그만 둔 후에라도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기자로 살지 말고 사람으로 살라고 話頭를 던진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 후 동생 녀석은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려고 애쓰는 몸짓을 느낄 수가 있게 되었지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저나 동생이 공무원이나 기자로만 살지 말고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현직을 떠나서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이지요.

 

 

그동안 많은 언론인들을 만났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이 많았지요. 올 곧은 정신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면서 正論直筆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퇴직한 분 중에 이런 분도 있지요. 모 지방언론사의 주재기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기사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겁니다. 업무가 더 중요하더라는 것이지요. 업무라는 게 쉽게 말하면 구독부수 늘리고 광고 많이 얻어내는 것을 말하는 속칭이랍니다. 그분은 5대 독자였지요. 당연히 군 입대 면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판사였던 부친이 본인도 모르게 자원입대를 시켰다지요. 군대엘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분이지요. 졸지에 군에 입대를 했는데 대학 국문과를 나온 덕에 행정병으로 일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부친께서 그 사실을 아시고 이번엔 월남전에 참전토록 했다는 겁니다. 기가 막힌 일이었지요. 이런 어르신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으니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삶의 기품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닌가합니다.

 

그런 바탕을 가진 사람이니 지방 언론사의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생리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천성이 착하고 심성이 비단결 같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하니 광고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사표를 던졌답니다. 그러다가 새로 생긴 통신사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다시 기자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30년 정도를 알고 지냈는데 한 번도 부담되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쓰는 분으로도 정평 나 있었지요. 그 인품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나 인간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도 가끔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분을 만나면 존경스런 마음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지요. 사람냄새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만나는 기자들이 모두 이분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꿈같은 일이고 착각이겠지요. 가끔 사람으로 만나다가 어쩔 수 없이 기자로만 만나야하는 상황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요.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사람답게 산다는 거 그거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람냄새 물씬 풍기며 사람답게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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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3.15 11:19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원만한 인간 관계란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 작성자 11.03.15 15:56

    고맙습니다. 좋은 봄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 11.03.19 19:35

    사람이 사람냄새를 풍기며 살줄 알아야 하고 ..... 사람이 진정한 사람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만남의 자리에서 그 사람의 돈냄새를 쫒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씁쓸한 맘 어쩔 줄 모르네요....
    그것이 살아가는 삶의 정석인양 말하는 이의 당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선배님의 글은 저의 가슴에 콕!! 와 닿는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 작성자 11.03.21 14:20

    고맙습니다. 고운 햇살이 오후를 나른하게 합니다. 좋은 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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