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능소화'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막상 그 작가가 누구였는지는 잃어버리고 지내다가
우연히 대구에 사는 보물같은 작가 한 분을 발견합니다.
대략의 프로필과 주요 저서(소설) 몇 권을 소개합니다.
문학상 수상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갈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업작가로 되면 매일 매일
의무감에 글을 적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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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소설가)
출생 1967년
나이 46세
성별 남성
데뷔 2001년 단편소설 '게임'
2005 제10회 한겨레문학상
2001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
(現) 매일신문 문화부 차장
세상은 더 이상 울지 않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 가고 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사위는 고요했습니다.
너무 고요해서 제가 꿈속에서 운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떠난 줄 알지만 저는 자주 놀랍니다.
낮은 발소리에도 놀라고 낙엽 뒹구는 소리에도 놀랍니다.
나뭇잎이 공연히 떨어지고 발소리가 저 혼자 날 리 있겠습니까.
저는 잎 지는 소리에 당신이 왔음을 압니다.
초겨울 빈 가지에 걸린 달빛이 홀로 외롭습니다.--- 본문 중에서
사람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리워지는 법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함께 있어도 그리워했는데 당신이 가시고 없으니 그리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강물은 굽이굽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지만 끝내 다시 만나는 법이라고 하셨지요.
걸음을 재촉한 강물도, 더디 흐른 강물도 바다에서 만나기는 매한가지라고
당신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지요.
저는 당신이 힘겹게 이어가신 말씀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서둘러 떠나셨고 저는 남았지만 우리는 바다에서 만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조선시대 3대 여성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옥봉. 당대 일류 선비들과 시문을 주고받으며
조선 제일의 여사(女士)로 평 받았던 천재 여성시인이다. 시대가 미처 용납할 수 없었던
재주를 가진 탓에,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시문에 몸을 의탁해 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운의 여성 이옥봉의 서글픈 삶을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 소설 『몽혼』이
출간되었다.
『도모유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능소화』 『아버지의 오토바이』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호평을 받아온 조두진 작가가, 천재적 재주를 가지고도 비운에 살다 간
이옥봉의 삶을 엄밀한 사료 조사와 개성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시를 버리면 함께 살 수 있다는 님(조기원)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시문도 포기할 수 없어,
끝내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옥봉의 서글픈 삶과 그 애틋한 시들이, 조두진 작가의
문장을 입고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몽혼』은 조강포구에 떠오른 이옥봉의 주검을 두고, 한때 그녀의 시우(詩友)이자 연모의
정을 품었던 조강포구감관 송정주의 회상과 포교 김득신의 보고조사를 통해 이옥봉과 조기원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도 님도 포기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려나간다. 소재가
된 이옥봉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한 감동을 자아내는 데다, 조두진 작가의 뛰어난 구성과 탁월한
문장 덕분에 가슴 울컥한 감동과 깊은 공감을 맛볼 수 있다.
제목인 ‘몽혼’은 이옥봉이 조기원에게 내쳐진 다음, 님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 읊은 가슴절절한
시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 곳곳에 이옥봉의 시들이 잘 녹아내려 작품의 울림을 더욱 깊고
폭넓게 만들어주었다. (출판사 리뷰)
산업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이 시대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떠맡은 역할 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으로 ‘궂은일’을 했을 수도 있고, 가족의 울타리인
그 가슴으로 권력 앞에서 굴욕의 웃음을 짓기도 했을 것이다. 악행을 저지른 후 그 일이 가족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숨기고자 노심초사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가족을 위한 일이었으므로 아버지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도, 용서를 구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 속 아버지 엄시헌은 그런 인물이다.
소설 속 아들 엄종세는 그런 아버지를 부끄러워한다. 아버지의 부도덕한 삶에 대해 비판하면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엄종세는 막상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순간, 아버지
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엄청난 것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네 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리지 마라. 그리고 네 손이 하는 수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라.
네 처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축하 편지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들은 끝내 아버지의 삶을 긍정하고, 내면의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한다. 정직한 노동뿐 아니라
야비한 웃음, 비굴한 행위도 아버지 역할의 일부라는 사실을 수용한다. 그 순간 아들은 진정한
어른, 진정한 아버지의 세계로 진입하고 세대간의 소통과 승계가 이루어진다. 아버지들의 세계는 그렇게 전승되어 왔다고, 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말한다. 아버지에 의한, 아버지를 위한,
아버지의 노래는 영원하리라고. <추천 평 김형경 (소설가)>
1597년 정유재란. 순천 인근 해안에 쌓은 산성. 땔감을 모아 성으로 돌아오던 십칠 군막장
도모유키는 말을 끌다 떨어진 노인(명외의 아비)을 죽이지 않고 성으로 데리고 온다. 전쟁
중에는 다친 조선인은 무조건 죽여버린다는 규정을 깨고 노인을 구해준 것이다. 습격한 조선인
마을에서 명외를 만난 도모유키는 명외의 얼굴에서 이치코를 발견하고 그녀와 그녀의 아비를
구해주고 풀어준다. 이치코는 장꾼들에게 팔려가 돌아오지 못한 그의 여동생이었다. 며칠 지나
성으로 붙잡혀온 조선인들 속에 다시 명외를 발견한 도모유키는 그녀를 살려낸다. 성안에 있는
병졸들과 조선인들이 역질에 걸려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가고, 굶주림에 죽어가고, 성을 쌓다가 죽어간다. 조선과 명나라 군대가 쳐들어와 성벽을 무너뜨리면 성안의 병졸들은 참호를 파고,
성벽 보수 작업으로 다시 쌓기를 반복되는 지겨운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보급작업을 위해 성 밖으로 나간 도모유키는 운좋게도 도공을 사로잡고 쌀과 비단, 도자기들을
가지고 성으로 돌아온다. 성주 고니시 유키나가와 사사키 부장의 상을 받은 도모유키는 군막에서 술과 고기 파티를 연다. 술에 취한 마쓰히데가 과거에 히로나리 가문의 무사였음을 자랑하면서
전쟁에 끌려온 것에 대한 반감과 푸념을 늘어놓다가 도모유키와 싸우게 된다. 이에 반감을 품은
마쓰히데는 그날 밤, 명외를 겁탈하러 하고, 창병의 도움으로 도모유키는 명외를 구하면서 마쓰히데와 부딪치게 된다.
굶주림에 시달린 성안의 병졸들과 조선인들은 보급작업의 성공 이후 자신감을 가지고 사냥을
나간다. 두 사람씩 짝을 나눠서 사냥을 시작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마쓰히데의 배신이었다.
대장간 집 아들인 열여섯 살 도네와 함께 사냥을 나간 마쓰히데가 도네의 목을 베고, 그 수급을
들고 조선군 진영으로 도망친 것이다. 도모유키는 성으로 돌아와 심문을 당한다. 또 염초를
구하러 성 밖으로 나가 작업하던 군막 사람들은 조총병 히로시의 실수로 적군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 책임을 물어 도모유키는 장 삼십 대를 맞는다. 군막으로 힘들게 돌아온 그는 명외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는다.
철병 소식이 들리던 어느 날, 군막마다 병들거나 다친 병졸을 챙겨 일본으로 귀국시킨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창병 시나노와 조총병 히로시가 귀국환자에 포함되어 고향으로 떠나고, 떠나는 그들을
보며 남겨진 사람들은 각자의 귀국을 꿈꾼다. 그러나 십사 군막장 곤도에게 고향으로 떠난 귀국
환자가 모두 죽었고, 그들의 머리만 적군 수장에게 보내기 위해 짠 작전이었다는 이야기에 도모유
키는 경악하게 된다.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전쟁. 철병이 결정된 그날 밤, 도모
유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명외와 그 아비를 성 밖으로 도망치게 해준다. 명외는 함께 도망치자고
했으나 도모유키는 같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 성안의 남아 있던 조선인들을 모두 죽이고, 일본군
은 철군을 한다.
그해 겨울. 도모유키는 낙오병이 되어 조선 팔도를 도망치며 다닌다. 대포 소리와 토벌군을 피해
도망을 다니던 그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조선인들을 죽이다가, 문득 명외가 제대로 집으로 돌아
갔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는 힘들게 명외의 집으로 찾아간다. (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