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걸으며.
경주 구시가지, 시장 답사기.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벌써 11월 마지막 날이다. 며칠 전 드물게 11월 첫눈이 경주에 내리는 등 이제 완연한 겨울이다. 나중에 경주에 눈이 많이 내리면 대릉원하고 불국사를 꼭 가려고 했는데 올해나 내년 겨울에 과연 그 소원이 이루어질지.
쌀쌀한 날씨인 가운데 시간이 지나자 다들 현대병원 앞에 모였다. 오늘은 경주 구시가지를 걸으며 답사하는 날이다. 먼저 건널목을 건너자 중앙시장의 일부가 보인다. 경주 시가지에는 두 개의 큰 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하나는 성동시장, 하나는 중앙시장이다. 경주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성동시장을 위 시장, 중앙시장을 아래 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크기는 어디가 크다 할 수 없지만, 경주에 왔으면 두 시장 중 하나는 가 봐야 경주를 느끼고 갔다 할 수 있다. 딱히 살건 없으니 그저 눈으로 쭉 보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중앙시장 일대.)
중앙시장에서 다시 건널목을 건넛마을 골목길로 들어간다. 골목길을 조금 지나자 오른쪽에는 노서동 고분군이 보이고 왼쪽에는 새롭게 단장 중인 월성초등학교가 보인다. 경주에서 계림초등학교와 더불어 10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오래된 학교다. 경주 시내에는 오래전 계림초등학교, 월성초등학교, 황남초등학교, 이렇게 세 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셋 다 출신 학교는 아니지만, 그중 황남초등학교는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에 나와서 그런지 익숙하게 들린다. 아무튼, 월성초등학교 입구에는 세종대왕상이 있는데 왜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는 저런 동상이 없는지 모르겠다.
(100년 된 월성초등학교. 지금은 새롭게 단장했다.)
(세종대왕상.)
월성초에서 조금 더 가면 시내가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시내에는 홍살문이 있다. 이 홍살문은 예전 고분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던 것인데 없어졌다가 최근 들어서 복원한 것이다. 아마 여기 있는 고분들이 다 왕릉급이니 신성한 장소라 그런 것 같다. 시내에는 경주의 옛 사진과 함께 근현대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안내판이 있어 읽으며 걸어간다.
(시내에 있는 홍살문.)
(옛 경주에 대해 설명 중이신 강태희 선생님. 뒤의 청기와 다방도 무척 오래된 집이라고 한다.)
시내를 통과해 다시 건널목을 건너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만큼 아마 근현대 시절 경주를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골목길을 따라 더 걸어가자 낯선 모습의 일본식 건물이 나타난다. 저번 제헌절 답사 때도 봤던 '구 서경사'다. 일제강점기, 일본 불교종파인 조동종에서 포교목적으로 세운 건물인데 분명 듣기로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고 되어 있으나 평일 날 와도 휴일 날 와도 문이 항상 닫혀있다. 나중에 저 안에 꼭 들어가 보고 싶다.
(구 서경사.)
구 서경사에서 다시 걸어가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나온다. 현재는 경주문화원으로 쓰이는 이곳은 조선시대 경주 관아의 일부인 내아 공간이다. 후에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이 되면서 박물관으로 쓰이다가 광복 후 1970년대 인왕동에 신관을 지을 때까지 계속 박물관으로 쓰인 건물이다. 안에는 오래된 나무와 성덕대왕신종을 걸었던 종각, 그리고 중앙에 있는 유물관과 몇몇 건물이 남아있다. 전에 여기 지키시던 분과 다른 사람들 데리고 또 오겠습니다 하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구나 하고 들어갔는데 오늘은 왜인지 계시지 않는다. 방명록에 적어 뒀으니 꼭 보셨기를.
(길 건너다보이는 경주문화원.)
(안으로.)
(중앙에 보이는 경주 관아 내아 건물.)
(옛 성덕대왕신종 종각 건물.)
(아마 산수유로 추측되는 나무.)
(유물관 안.)
이제 문화원도 지나 읍성 쪽으로 걸어간다.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수많은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강태희 선생님께서 여기가 미용실 이전에 있던 것인 '이용원'이란 곳이라며 오래된 건물을 가리키신다. 이발소랑 비슷한 것 같다. 큰 도로로 나오면 오른쪽에는 경찰서가 보이고 왼쪽에는 옛 경주여중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정면에는 고풍스럽게 생긴 건물이 나온다. '화랑수련원'이란 간판을 단 이 건물은 경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야마구치 병원 건물이다. 이런 것도 근대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예전에 듣기로는 여기 병원 원장이 바로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영묘사에서 나온 얼굴 무늬 수막새를 기증한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은 경찰들이 쓰고 있다는데 아직도 안에 그 옛날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을까? 야마구치 병원에서 조금 더 가면 담 너머로 동경관이 보인다. 지금은 옛 건물의 3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아 한쪽은 팔작지붕이고 한쪽은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는 황당한 모습이다. 어서 빨리 복원되었으면 한다.
(구 야마구치 병원.)
(동경관.)
동경관에서 쭉 걸어가자 드디어 목적지인 경주읍성이 보인다. 읍성은 최근 복원한 부분과 예전부터 있던 허물어진 부분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원래는 한 변이 600m 정도 되는 읍성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도로를 낸다고 다 헐려 버렸고 90m 정도만 남아 있다. 현재 경주읍성의 일부분과 문을 복원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나중에 저 성벽 위를 걷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복원 중인 경주읍성. 혹시 복원되더라도 저 나무는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원된 치.)
그냥 드는 생각에 경주는 옛 신라 문화재에 너무 집중해 있다 보니 조선이나 근대유산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 간다면 다들 대접받을 유산인데. 그래도 경주읍성처럼 복원되고 있는 것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난 적어도 경주읍성과 동경관은 꼭 복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중간에 빵집에 들러 빵을 사 먹고 나오는데 옆에 '북정'이라고 적힌 작은 건물이 있다. 시간이 없어 문은 못 열어 봤는데 북정 앞에 어디서 왔는지 석조 유구들이 몇 개 놓여있다. 시가지를 걷다 보면 몇몇 건물에 저렇게 장식 용도로 옛날 석조 유구를 갖다 놓아둔 게 허다하다. 그나저나 저 북정은 정말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건물이려나.
(정체 모를 건물, 북정.)
이제 마지막 일정으로 위 시장(성동시장)으로 간다. 위시장은 다른 것보다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분식점들이 가득하다. 천장을 보면 경주의 유적지 사진이 쭉 늘어서 있다. 항상 여기 올 때마다 저 사진들을 보며 안 간 곳을 확인하고 다음에 갈 곳을 짜기도 한다. 중간에 빈대떡을 팔길래 다들 하나씩 먹고 간다. 돈만 더 있었어다면 좋았을 텐데.
(위 시장(성동시장).)
(큼직한 문어 다리.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했지?)
이제 마치고 가려 하는데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황남빵을 하나씩 사 주신다. 원래 원조 집은 비싸고 오래 줄 서서 기다려야 하므로 그 옆에 있는 무척 낡은 집에서 사 먹는다. (솔직히 말해서 황남빵, 너무 비싼 것 같다.) 황남빵을 나눠 먹고 다시 현대병원으로 향하다가 해산한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끝난 기분이다.
(황남빵. 두 개씩 나눠 먹었다.)
날씨가 좀 춥긴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아 답사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자주 와서 그런지 이제 여기 쪽은 지리를 다 외울 판이다. (그래도 다음에 오면 또 잃어버리겠지?) 이제 다음 주가 마지막 답사다. 정말 중학교 다니면서 마지막 답사가 벌써 찾아오게 되다니. 다음 주가 되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경주 구시가지, 시장 일대. 신라가 아닌 조선, 근현대로서 경주 역사의 또 하나의 축이다.
-여정- (2013. 11. 30. 土)
현대병원→ 아래 시장(중앙시장)→ 월성초등학교→ 홍살문→→ 구 서경사→ 경주문화원(관아)→ 야마구치 병원→ 동경관→ 경주읍성→ 북정→→ 위 시장(성동시장)→ 황남빵집
첫댓글 이제 민욱이는 경주의 역사 전문가가 다된 것 같다.
꾸준히 노력해서 민욱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마.
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