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6월 하순까지 긴 가뭄으로 애타하다가, 7월부터 찾아온 장마와 잦고도 많은 국지성 비는 곳곳에 상처로
過猶不及, 械溋杯를 생각나게 하고, 한편으론 잦은 비로 뜨건 열기의 진한 폭염을 반감시켰던 비는,
정유년 여름의 끝자락에도 주초부터 계속 내리더니 오늘 하루 쉬어가는 산행하기 좋은 흐린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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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에 운무가 오르는 풍경)
오늘 산행은 양평읍에 소재한 백운봉이다. 용문산에서 서울방향으로 서남능선의 마지막 봉으로
경기도의 마터호른이라 불릴 정도로 피라미드형, 뾰족한 산세로 산행이 어려우리라 생각했는데,
강동지회 광복절 행사로 사나사계곡 야유회에 참여했다가, 서울 인근에 수려하고 푸근한 산 아래
천년고찰 사나사와 맑고 깨끗하고 한적한 계곡과 도로 건너편 옥천타운의 넉넉한 여사장까지
한여름 산행과 휴식 장소로 최적이라는 판단에 백운봉 산행을 계획했다.
(※마터호른은 이탈리아와 스위스에 접한 알프스 산맥의 4478m 피라미드형 준봉으로
평균경사 45도의 급한암벽이 1500m 이상 솟아있는 눈과 얼음의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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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 완행열차를 생각나게 하는 경의중앙선 전철에 몸을 싣고 도심을 벗어나,
창밖, 옅은 운무가 드리워진 초록의 절정인 산과 강과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상쾌함으로 만나며
양평역에 도착, 옥천타운에서 제공한 봉고를 타고 재 정비중인 용문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승용차로 선착한 월성, 창수, 진홍, 무영, 영한님과 조우, 13명이 합류하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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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조 무영, 대환, 월성은 하산길 사나사 계곡에서 만나기로 하고,
10명은 휴양림을 지나 본격적인 940m 고봉 백운봉을 향해 2.7km(평균 경사 35도) 산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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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산길에 오랜 동안의 비로 촉촉한 산길에, 계곡은 풍성하게 곳곳이 폭포를 연출하고 있었고,
하늘의 양분을 머금은 싱그러운 초록의 숲길을 기분 좋게 오르다 보니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어
땀과 숨이 차 오르고, 고도를 높일수록 급한 경사가 이어지는 계곡 숲길을 30분 간격으로 휴식하며,
현우형이 준비한 오이와 사과, 간식들로 영양 보충해 가며 능선에 서니 산들하고 시원한 바람과
초록의 산들의 풍경이 높이 오름만큼 수고에 대한 답례로 땀을 식혀주고 상쾌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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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400m전, 60도의 급한 경사에 암릉을 지나 잘 조성되어 있는 철 계단을 올라 작은 전망대에서
산 아래 옅은 운무 속의 아득한 청정 양평의 전원과 남한강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급하고 험한 길을 바위와 밧줄과 계단에 의지하여 정상에 섰다.
좁은 정상에는 나무데크로 전망대와 휴식공간을 잘 조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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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가파른 고봉에 습도까지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운무로 시야가 가려져 있었지만 간간이 산들한 바람이 운무를 잠시 물리우면
동북으로, 용문산과 고봉의 검초록의 산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서남으로, 멀리 아득한 산 아래 남한강과 청정 양평 전원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내어주며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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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름의 끝자락 알프스 마터호른 같은 백운봉 산행에 좋은 날과 안전한 산행을 열어준 하늘과,
늘 넉넉하고 푸근하고 한결같은 자연과, 오랜 세월 동행해 준 벗들에게 감사하며,
우리들 살아갈 날들! 아름답고 소박한 소망들을 이루어가며 하루 하루 일상의 행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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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가져왔다는 통일기원 기념 돌 앞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노교수가 양해를 얻어 확보한 전망이 수려한 정상의 북편 나무데크에 자리를 펴고,
영한, 창수님의 떡과 진홍님의 빵과 현우님의 문어와 오이김치와 동태전을 펴니 한상 가득이다.
또한, 전일 냉장고에 얼렸다가 가져온 진홍, 수영, 상현님이 준비한 얼음 동동 시원한 막걸리 4병으로
오늘 산행에 대한 수고와 감사와 기쁨과 정을 나누고, 고봉에서 명철형표 핫, 아이스 커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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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사 방향의 급한 철계단과 암반의 위험한 길을 한참 내려와 구름재에서 사나사길에 들어서니
잔돌들의 너덜길이 펼쳐지고 오랜 비와 흐린 날로 미끄러워 넘어지고, 가시나무에 찔리고, 벌에 쏘이는
거친 숲을 헤치며 위험하고 지리한 정글같은 산길을 한참 내려와 계곡에서 땀을 씻으며 한차례 휴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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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우선, 스로우 스로우로 하산하여 계곡과 산을 두르고 있는 사나사 절에 도착했다.
신라 경덕왕 7년, 대경법사가 창건하여 수차례의 국난으로 소실되었다가 복구되어 현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찰 사나사는 뒤로 고즈넉한 산을 두르고, 앞으로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산사는 적막했고 처마밑 풍경도 조용했다. 경내를 돌아보고 감사와 소망을 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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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한참 늦게 옥천타운에 도착하니 감사하게도 베이스조가 음식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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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청정의 시원한 계곡에는 어린아이들과 행락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진하고 맛나는 백숙에 소맥 곁들여 수고와 갈증과 동행에 감사하며 정을 나누고,
넉넉한 여사장이 제공하는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에 계곡과 바둑과 고스톱과 오침과 휴식을 하고,
노교수는 선약으로 4시30분에 귀경하고, 12명은 늦은 중식으로 저녁도 거부하고
오빈역에서 7시16분 전철을 타고 귀경하여 모든 산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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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원거리에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동행, 동락해 준 님들! 감사드립니다.
한 여름, 급한 산세에, 고봉에, 미끄러운 돌길의 힘든 산행에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게 되어 감사드리오며, 백운봉 정기로 힘찬 날들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 동 행(13인)
고창수, 김무영, 김성여, 김진홍, 노수영, 마상현, 송명철, 윤대환, 이영한, 이현우,
조금식, 최영찬, 황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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