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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안모(51)씨는 게임기 판매 사업을 벌였다.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2006년부터는 수도 자카르타에서 불법 컴퓨터 도박장을 운영했다.
경찰 단속으로 영업정지를 자주 당했다.
싱가포르에서 남매를 키우던 부인 정모(48)씨에게 보낼 생활비는 물론 한국 지인들에게 진 빚도 갚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생활고에 몰리던 부부는 지난 5월 꾀를 냈다.
뉴스에서 보던 '죽은 것으로 속이고 보험금 타내기'였다.
현지 한국 기업에서 일하던 조카 전모(32)씨가 가담했다.
이들은 지난 6월 3일부터 20여일 동안 L사 등 국내 보험사 6곳에서 10개의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 사망 시 받게 될 보험금 총액은 18억6000만원.
이들이 만든 '가장(家長)의 죽음 시나리오'는 7월 11일 북(北)자카르타의 '코카콜라 사거리'를 걷던 남편 안씨가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숨지고, 범인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문서 위조에 능한 현지인을 끌어들여 교통사고 조사 보고서와 장례식·화장터 영수증을 위조했다.
자카르타에 있는 한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를 매수해 응급실 진료 기록과 사망 진단서도 허위로 발급받았다.
장작을 놓고 불을 붙이는 불교식 장례 사진도 찍었다.
이들은 위조·허위 서류를 제출해 지난 7월 자카르타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사망 서류를 받았다.
안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부산 연제구에서도 정식 사망자로 처리했다.
8월 잠시 입국한 정씨는 보험사에 남편의 사망 보험금 수령을 청구했다.
18억원의 꿈이 깨진 것은 '가입 한 달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황'을 이상하게 여긴 L보험사가
지난 9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부터다.
경찰은 현지 대사관과 영사관 등의 협조를 통해 안씨측이 제출한 관련 서류 일체가 위조되거나 허위로 만들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4일 입국하던 정씨는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정씨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중 "남편이 지금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다"며 자백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강제 추방된 안씨와 조카 전씨는 지난 22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29일 안씨와 정씨를 구속하고, 전씨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가짜 사망진단서 등을 발급한 현지 의사와 간호사, 문서 위조 공모자도 현지 경찰에 의해 사법처리됐다.
경찰은 "해외 거주 교민들이 국내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일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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