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마늘과 콩값이 폭삭 내려앉은 2013년 의성의 겨울은 춥다.
농심만이랴, 문화원장님의 엄중한 부탁 말씀으로 미루어 볼 때 문화예술단체 또한 예외는 아닌 듯싶었다. 이럴 때 우리는 위로받고 어루만져 달래지 길 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문화예술단체 송년회는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누군가 추진해야 할 이러한 모임을 우리 회장님이 주도한 것은 뿌듯한 일이었다.
갓 쓰고 도포 차림의 부채춤 여인네의 공연에 넋이 빠져 물었다.
“어디 사니껴?”
“의성 요.”
헐~ 올봄 안평에서 본 도립국악단원인 줄 알았다.
회장님 사진기로 국장님이 박는다. 출판 회 때처럼 조질까 싶어 조작 좀 잘 하시라! 거듭 당부한다. 그러고보면 내 똑딱이가 딱이다. 이 복잡한 세월엔 단순한 장비가 편하다. 찍사업무에 이르기까지 회장님을 보필하러 대구 먼 길을 버스로 오간 국장님의 수고가 여간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교신하는 요즘이다. 어르신들도 어둔해 하질 않고 곧잘 찍는다. 비싼 전화기 바쳐 올린 자식들은 효자다.
연극 같은 시낭송이다. 저마다 맡은 시어를 잘도 읊조린다. 일본의 엥까가 사랑받는 것은 색깔을 배제한 온전한 사랑가이기 때문이다. 독도가 의미하는 바가 크긴 하지만, 시 또한 감성 어린 순수시가 좋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명창 박동진 옹은 여인을 일컬어 늪이라 하였다. 여인이란,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심연이기도 할 거다. 같은 남정네로서 이 분내 나는 여인네들로부터 어찌 자유로울 수 있을쏘냐.
여울연주단의 나발수는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다. 프로는 아름다워, 여인들의 앙코르가 뜨겁다.
초상 길을 뒤로하고 까불거리는 여인네는 또 누군가. 아~ 잘한다. 여성 마라토너는 가슴이 아파 동여매는데, 저토록 통통 튀니 저 일을 어쩌랴.
못된 시어미, 못난 신랑 패듯 하는 여인은 즐겁고, 관중들은 덩달아 흥겹다.
두손을 부여잡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절절하다. 세월 흘러 같이 늙어가는 제자가 아닌가 싶다.
시골 콩쿠르에 출전한 형의 노래가 영 시원찮아서 보다 못한 아우가 만류한다.
“행님, 고마 니러 오소.”
“동새이, 마저 하고…….”
눈치 없는 형에게 휘파람 쏟아지고, 아우는 곤혹스럽다.
황 시인은 왜 나갔는지, 뻘쭘하기 짝이 없다. 양복 윗도리는 안면이 많다.
조금만 더 서성댔으면 그 아우 될 뻔했다.
어디서 봤더라?
아하~ 농업대학 동창 아이가. 눈썰미 없는 나는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텔레비전이 버려놓은 눈높이에 맞추려면 어지간한 재능으론 어림없는 요즘이다. 더구나 인터넷과 연동된 음향장비를 갖춘 내가 감동하기엔 애당초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고장 예능인들의 높은 수준과 그 진정성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연말연시 이웃돕기가 한창이다. 올해엔 얇은 지갑을 덜어내는 경우가 많다. 돈도 돈이지만, 재능기부도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예능인만의 모임을 군민과의 잔치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김태우 소찬휘가 좋다한들 돈 내야 하니 관람이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 끝날 듯 연말에 휘몰아치지 말고, 구정 세밑이면 어쩌랴. 한 번은 서부에서, 한 번은 읍에서 하자. 레파토리도 이만하면 너끈하고, 어묵에 막걸리 몇 말이면 요기 또한 거뜬할 것이다. 그러면, 군민도 세상을 겁 많게 사는 사람들이니, 영감님 훌륭하고 원장님 누구신고 수군댈 것이며, 앞장선 그 회장님 참 인정 있다 할 것이 아닌가.
첫댓글 의성 문화예술단체 참석 후기 재미나게 잘 읽고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셨음에 박수 보냅니다
고향의 진미를 만끽하는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