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한자`는 기원전 2세기인 위만 조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기원후 6~7세기로 알려져 있다. 글자가 없는 나라에 한자는 유용한 연모로 쓰였을 테다. 지금은 고비용 저효율의 비아냥을 받긴 해도 한글`이 있기 전 - 만들고 나서도 많은 시간을 한자`로 문화를 일궈 온 게 사실이 아닌가?
그러나 한자`가 처음부터 중국식 한자로 들어 온 것은 아니다. 입겻한자(구결한자), 이두, 향찰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말을 글자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졌으나 고려 광종 9년(기원후 958년)에 시행한 과거제도로 점점 입겻한자, 이두, 향찰 들들의 표현 - 곧 우리말을 글자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사라져 간다.
(다른 외부 요인을 뺀 역사적 사실만으로) 13세기 중엽에는 몽골에 80여 년간 지배를 받아 몽골말의 요소가 우리말에 담기고 20세기 초에는 일본에 35년간 지배를 받아 일본말의 요소가 우리말에 담기기도 했다. 영어는 어떤가? 영어가 들어 온 것은 해방 이후라기 보다 16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 카톨릭교를 통해서 전해오다가 19세기 말 근대화의 물결로 밀려왔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자` 중심인 우리 나라에서는 영어`와 로마자`는 관심 밖이었을 테다. 때문에 일본을 거쳐서 온 일본식 영어가 해방 이후 한국식 영어(이른바 콩글리시)로 쓰기도 했지만 최근 영어 말소리를 제대로 하게 하려고 아이의 혀를 자른다는 얘기를 한다.
어쩌면 이렇게 한자와 영어가 똑같을까? 처음에 입겻한자와 콩글리시가 그렇고, 한자`의 토착과 영어`와 로마자`의 토착이 그렇다. 5000여 년 역사에 중국과 몽골과 일본가 있었고, 한자`란 글자`가 있었다만 우리말(한국어)은 버리지 못 했다. 그러나 해방 후 다양한 서양 문화를 만난 것이 아니라 미국 문화만 만나서인지, 아니면 미국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이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만, 콩글리시는 점점 사라지고 국적 없는 본토(?) 영어를 쓰려는 경향이 두드러져서 우리말은 물론이고 우리 글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상표에, 간판에, 우리가 내는 말에 영어`와 로마자` 안 썪인 게 있는가? 더구나 우리 나라 사람은 똑똑해서인지, 아니면 부지런해서인지 몰라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원어 표기를 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 한자말 옆에는 꼭 한자를 적어야 직성이 풀리고 영어 옆에는 꼭 로마자를 적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이 나라 지식인들의 머리다.
한자`와 영어`, 로마자`가 발가락이 닮았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좀 먹는 게 이렇게 닮을 수 있을까? 우리말의 체계를 뒤흔드는 영어`는 한자`나 로마자`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천 년을 우리는 또 다른 중국을 꿈꿨고, 지금은 또 다른 미국을 꿈꾸고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