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실행 없는 대책은 더 이상 안 된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이 공론화된 8월 말 이후, 관련 법률 개정안은 2024년 9월 12일 기준 35개 이상 발의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딥페이크성범죄·디지털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11일에 회의를 개최하여 9월 내에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국민의힘도 같은 날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대응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입법 추진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경찰의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단속 실시, 교육부의 긴급전담조직운영 등 정부 측 대책도 이미 ‘발 빠르게’ 발표된 바 있다.
‘수십만’이라는 숫자의 등장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딥페이크 성폭력이 이슈가 되기 이전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성폭력은 발생하고 있었고, 그중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폭력/성착취 사건은 2019년 11월, 전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곧 정부, 국회 할 것 없이 대책이 쏟아졌다.
당시 경찰청은 (그 전과 달리) 본격적으로 가해자들을 잡아들였으나, ‘소지, 방조, 판매, 제작, 재유포, 운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담자 378명 중 단 12.4%(47명)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회는 소위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으나, 성폭력 판단기준의 근간이 되는 형법 297조의 개정 없이, 여론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급하게 개정한 법으로는 법망을 피해 가는 가해자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TF 전문위원회를 결성하였고, 해당 위원회가 불법 영상물 삭제 및 차단을 위한 응급조치 신설을 포함한 권고안을 여러 차례 발표했으나 이 중 제대로 받아들여진 것은 거의 없었다. 법과 제도가 아니라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응답 또한 없었다. 그 결과, 2024년 현재 우리에게는 ‘실행되지 않은 대책’과 수십만이 몰려든 텔레그램 성폭력 대화방이 남았다.
실행되지 않은 대책을 방치하다가 사건이 발생하면 허겁지겁 또다시 새로운 대책을 만들겠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에 우리는 염증을 느낀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민은 피해자와 연대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미 9월 6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1,2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성폭력 놀이 삼는 남성문화 박살내자, 여성혐오 딥페이크 우리가 뒤엎는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강남역에서는 ‘말하기 대회_분노의 불길’이 이어질 예정이며, 9월 21일에는 서울 혜화역에서도 집회가 열린다. 시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치권, 사법기관의 움직임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 바뀌는 움직임이 되도록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