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는 2000년 교회 전통 안에서 길이신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원의에 대한 고유한 신심 표현이었습니다. 평화신문은 새해를 맞아 세계 성지순례를 희망하는 신자들에게 진정한 도우미가 되고자 특별기획 '교회사 따라, 성지 따라'를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세계 교회사의 현장으로 생생하게 안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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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수님께서 태어나 성장하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거룩한 땅. 모든 그리스도인이 살아서 꼭 한번 밟아보고자 희원하는 순례의 땅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성지중 성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시켜주는 유일한 땅이다.
그리스도교 발생지이며, 최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세워진 곳인 이스라엘은 동쪽으로 요르단, 서쪽으로 지중해, 남쪽으로 이집트, 북쪽으로 레바논ㆍ 시리아와 접해있다.
이스라엘은 또 지형에 따라 서부 지중해 연안 평원지대와 중부 구릉지대, 지표면보다 낮은 동부 협곡지대, 남부 네게브 사막지대로 나눌 수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아열대 영향을 받아 여름에는 기온이 40℃를 넘나들고, 10월부터 4월까지는 우기다.
이스라엘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싸우신다" 또는 "하느님께서 싸워 주시기를"이라는 뜻으로 야곱이 야뽁 강가에서 하느님이 보낸 사람과 겨루어 이겼다(창세 32,29)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팔레스타인과 영토 분쟁 중인 이스라엘은 여느 나라보다 출입국이 까다롭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탑승자 모두에게 질문을 하고, 짐 검사를 꼼꼼히 하기에 항공기 탑승시간 4~5시간 전에 공항에 가서 출입국 수속을 밟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공항뿐 아니라 예수님 발자취를 좇는 이스라엘 땅의 모든 길은 긴장감으로 팽배하다. 거리 곳곳에 자동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다. 심지어 커피숍조차도 무장 경호원의 검문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땅인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은 이 곳이 분쟁지역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예수님 탄생지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약 8km 떨어진 언덕 위에 세워진 작은 마을이다. 오늘날 '베이트람'이라 불리는 베들레헴은 구약시대에는 '에프라타'라 불리기도 했다.
예루살렘에서 차량으로 약 20여분 거리에 있는 이 곳은 안타깝게도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려면 다마스커스 관문 앞에서 이스라엘군 초소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검문을 통과하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고립시켜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설치한 회색빛 콘크리트 장벽이 방문자를 가로막는다. 높이 9m에 두께 50cm가 넘는 이 콘크리트 장벽은 건너편 하늘조차 볼 수 없을 만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짓눌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게토에 고립됐던 유다인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게토를 건설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두고 있다.
베들레헴은 구약시대 때부터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마을이었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 때문에 요셉과 마리아는 헤로데 군인들의 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할 수 있었다.
히브리어로는 '빵(떡)의 집', 아랍어로는 '푸줏간'을 뜻하는 베들레헴은 야곱의 아내 라헬의 무덤(창세 35,19)과 다윗 왕의 고향(1사무 16,1-16)으로 구약시대 때부터 성스러운 땅으로 여겨졌다. 유다인들은 이스라엘에 태평성대를 이뤄줄 메시아가 장차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다(미카 5,1). 신약성경은 "예수님께서 베틀레헴에서 탄생하셨다"(마태 2,1;루카 2,4-7)고 선포하고 있다. 또 150년경에 집필된 교부 유스티노의 「트리폰과의 대화」와 위경 「야고보의 원복음서」도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베들레헴 버스 터미널에서 큰 길로 나와 왼쪽 언덕길로 약 150여m를 걸어 다시 오른쪽 언덕길로 꺽어 올라가면 '예수 탄생 성당'이 나온다. 이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베들레헴을 순례한 어머니 성녀 헬레나의 청을 받아들여 예수님의 탄생지로 전해 오는 동굴 위에다 339년 성당을 완공했고, 200여년 후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6세기 초반 화재로 소실된 성당을 개축했다. 지금의 요새형 성당 외형은 12세기 초 십자군이 베들레헴을 탈환한 후 재보수한 것이다.
°횅뭣뵀맛?경찰의 검문을 받은 후 성당 입구로 들어서면 긴 회랑이 나온다. 바닥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성당 바닥을 장식한 모자이크가 남아있다. 이 성당이 이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고 지금까지 1500여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성당 정면에 있는 모자이크에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이 페르시아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군은 이 모자이크를 보고 너무나 감동해 성당을 허물지 않고 참배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쿠란」에 동정녀 마리아가 하느님의 종이며 예언자인 예수를 종려나무 아래에서 낳았다고 하는데, 이 종려나무가 바로 베들레헴에 있다는 이슬람의 전설 때문이다. 오늘날 무슬림들이 예루살렘 이슬람 황금사원과 헤브론 성조 사원을 순례한 후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당도 참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중앙 제대 바로 아래에는 '예수 탄생 동굴'이 있다. 이 동굴은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각각 소유권을 갖고 있다. 중앙 제대 왼쪽은 아르메니아 정교회, 오른쪽은 그리스 정교회 소유이다. 예수 탄생 동굴은 그리스 정교회 소유이지만, '베들레헴의 별'이라 불리는 동굴 바닥의 은색 별은 가톨릭에서 설치한 것이다. 또 예수 탄생 동굴에서 3~4m 물러서서 두 계단을 내려가면 '구유동굴'이 있다. 아기 예수를 구유에 눕힌 곳이라고 하는 이 곳은 가톨릭 소유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가 하나되기를 희망하셨지만 당신의 탄생지조차 세 교회의 소유로 쪼개져 있는 것은 역사의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수 탄생 성당 왼편에는 1881년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세운 근대식 건축물인 '가타리나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이 곳에서 매년 성탄 자정 미사를 봉헌한다. 가타리나 성당 지하에는 예로니모 성인이 34년간 은거했던 동굴이 있다. 예로니모 성인은 이 곳에서 신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 완간했는데 이 것이 그 유명한 '불가타 역본'이다.
예수 탄생 성당을 순례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콘크리트 장벽을 만났다. 이 콘크리트 장벽은 유엔에서 도시 재건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원조한 것을 부패한 정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몰래 내다 판 시멘트로 지어졌다고 한다. 장벽에는 이스라엘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낙서들이 있었다. 그 중에 "우리의 육체는 가둘지언정 정신은 가둘 수 없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국경 지대를 넘으면서 미카 예언서를 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 것 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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