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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작가·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금강일보] 탈레반의 한 간부인 뮤라자드 라만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게 시계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고. 이 말은, 탈레반 자신들은 끝까지 버티면 되지만, 미국은 결국 떠나갈 거라는 말이란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미국은 국익과 무관하다고 판단하면서 철군을 했고, 그 후 3개월 만에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가니 대통령은 자기 국민을 버리고 국외로 도망갔다. 참담한 사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빈 라덴을 제거하고 세운 친미 정권이 20년 만에 붕괴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1조 달러 이상의 돈을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었고, 자국민 수천 명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미군 철수를 명했다.
지난 1979년 소련이 부동항을 확보하려는 속셈으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역사는 우여곡절 끝에 1989년 끝난다. 정부의 공백을 틈타 군벌들의 내전이 계속됐는데 1990년에 아프카니탄 남부를 중심으로 거주하는 파슈·족에 바탕을 둔 부족인 탈레반의 세력이 크게 발호하기 시작한다. 반국가 단체인 탈레반은 기회를 잡았고, 1997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다. 그러다가 2001년 9·11테러 배후 조정자로 지목되면서 미국에 의해 붕괴됐다. 이 후 친미 정권이 수립되면서 그들은 축출됐지만 재집권하게된 것이다. 그동안 50여 년 가까이 수난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양귀비 재배국 아프가니스탄이다.
우리는 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안타깝기도 하고, 탈출하는 난민을 바라보며 연민의 정도 느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민족, 힘이 없는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된다. 나라는 지킬 수 있는, 힘을 소유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19세기 말, 조선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쇄국한다. 거기다 외척의 세도정치에 왕권은 약해지다 못해 실종되고, 결국 1910년 나라는 일본에 의해 망국의 길을 걷는다. 35년간 시달리다가 일제사슬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은 이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아니다, 강국에 의해 국토는 분단된다. 북쪽은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고, 남쪽은 절대적인 미국의 영향권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아프가니스탄 역사보다 더 참혹한 길을 걸어왔다.
남북전쟁으로 국가는 피폐하게 됐고 통일의 길은 오원한 채 남북 이념의 벽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여기에다가 이제는 더 높은 산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러시아와 더불어 G2로 상장한 중국에다가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다시 강해지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4강국에 둘러싸인 우리 민족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자력으로는 남북이 하나 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픈 현대사를 빚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맞다. 아프가니스탄보다 결코 나은 형편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미국이 베트남에서 손을 탈탈 털고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 바 있다. 보트 피플이 돼 지금 아프가니스탄 난민처럼 세계 각국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슬픈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지금도 툭하면 북한은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 속셈이 뻔하다. 한미연합 훈련을 핑계로 어렵게 이어진 통신선도 끊어버린 상태다.
우리가 미국을 예뻐서 붙들고 있는 게 아니다. 그 길이 우리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면서 경제를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그 곤고한 역사를 이겨내고 우린 세계 경제 10대 강국이 됐고 삼성이나 현대, LG, SK처럼 세계초일류 기업을 만들어 냈다. 미국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결과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국론이 분열돼 남남 갈등으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할 상황이 오면 미국은 철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걸 제일 바라고 있는 이들이 북한이다. 한반도를 적화시키려고 그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들 뒤에는 중, 러가 있어 받쳐준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이나 국민들까지도 북의 그런 태도를 용납하려고 한다. 필자는 아프가니스탄 정규군 간부들이 통계를 부풀려 허수를 만들곤 예산이나 무기를 미국에서 더 받아내 착복하거나 아프간에게 넘겼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물론 헛소문이겠지만 우리의 물자가 휴전선을 넘어가고 있다. 먼 바다에서 북 함선에게 석유를 넘겨준다는 등의 루머가 떠돈 적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바라보며 우리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국론이 더 이상 분열되어서는 안 되고, 종북 세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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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송 시인님, 제 칼럼 올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솔뫼의 금강일보 칼럼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