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군대는 이긴 후 싸움을 한다 ● 선승이후 구전과 미식축구 손자병법 제4편 군형(軍形)의 핵심은 이겨놓고 싸우는 선승이후구전(先勝以後求戰)이다. 군대가 어떤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승리를 위해서 이길 수밖에 없는 준비태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다. ‘승병(勝兵)은 선승이후(先勝以後)에 구전(求戰)하고, 패병(敗兵)은 선전이후(先戰以後)에 구승(求勝)하나니’가 있다. 이것은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기고 난 이후에 싸움을 구하고, 지는 군대는 먼저 싸우고 난 이후에 이기기를 구한다’는 뜻이다. 걸프전에서 1월 17일부터 지상전 개시 전까지 6주 동안 1000여 시간 공중폭격으로 이라크군 지휘통제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선승이후구전’은 미식축구 전술에도 접목됐다.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는 농구와 야구, 아이스하키와 함께 북아메리카 4대 스포츠 중 하나다.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의 개척자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신대륙 발견 후 유럽축구와 럭비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만들어졌다. 포지션도 패스를 하는 러닝 백, 패스를 받는 와이드 리시버 등 공격과 수비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 맡은 역할과 책임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 이 중에서 ‘Tight end’는 작전에 따라 러닝과 패스 캐치, 블록 등 임무를 두루 소화하는 만능 포지션이다. 경기는 상대편과 몸과 몸이 부딪치는 전쟁과도 같은 육탄전을 통해 점수를 얻어낸다. 상대 수비수와 피 말리는 육체적ㆍ정신적 사투 끝에 10야드 이상을 조금씩 전진해 획득하는 터치다운은 최소 6점에서 최대 8점까지 획득할 수 있다. 터치다운 한 번으로 게임 양상이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미군, 미식축구 전술로 걸프전 승리 ● 영역(英譯) 손자병법과 헤일 메리 플레이 손자병법과 미식축구 전술은 걸프전에 적용됐다. 미군은 베트남전 패배의 악몽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했다. 베트남전쟁에서 호찌민(胡志明)이 구사한 전략이 손자병법에서 유래됐음을 분석했다. 80년대에 모든 군사학교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걸프전 참전 미 해병대 장병들은 90쪽 분량 영어로 번역된 손자병법을 휴대했다. 우회기동은 제7편 군쟁(軍爭) ‘이우위직(以迂爲直)’였다. 이라크군도 제3편 모공(謀攻) ‘벌교(伐交)’전략을 활용했다. 80년대에 소련군 고문들로부터 소련어판 손자병법 8권을 전수받아 실전에 적용했다. 스커드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적의 동맹관계를 깨는 벌교전략이었다. 이라크 후세인의 쿠웨이트 점령은 미국에 반전의 기회였다. 지상전은 2월 24일 새벽에 시작됐다. 슈워츠코프는 이라크군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에서 주공을 실시하는 계획을 세웠다. 해병사단은 방어가 집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국경지역을 견제했다. 제7군단과 제18공정군단 20만 명 이상 병력을 서쪽 사막지역으로 우회시켜 이라크 영토 깊숙이 진격한 다음 공화국 수비대를 격멸하는 것이었다. 지상 전투는 100시간 후 종결됐다. 다국적군은 전사 380명·부상 776명에 비해, 이라크군 손실은 2만∼3만5000명으로 추정됐다. 슈워츠코프는 이 작전을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장거리 볼을 던져 큰 점수를 내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헤일 메리 플레이(hail mary play)’라고 불렀다. 농구에서 마지막 종료 시간에 코트 끝에서 던지는 슛처럼, 쿼터백이 공격선수에게 엔드존(end zone)까지 볼을 던져 터치다운(6점)을 기대하는 것이다. 헤일 메리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때 간절히 소원을 비는 아베 마리아에서 유래됐다. 역사학도 슈워츠코프는 이 작전을 기원전 216년 한니발이 로마군 5만 명을 섬멸했던 칸나이(Cannae) 포위섬멸작전에 비유했다. 지난해 12월 27일 타계한 그의 저서 ‘영웅은 필요없다’에서 1명의 천재보다 10명의 우직한 팀워크를 강조했다. 평시 미식축구를 통해 체득된 전술이 전쟁에 적용돼 승리를 쟁취한 사례다. 따라서 각종 스포츠는 건강과 체력증진뿐만 아니라 병법에도 적용되는 것임을 알아야겠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해외파병사 연구관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