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6(2013)/Manarola/Vernazza/Corniglia(이태리)(4)(10/4/24)

[은혜]

(20)은퇴여행/11/26(2013)/Manarola/Vernazza/Corniglia(이태리)(4) (10/4/24)

아침 식사를 하는데 아주 작은 식당에서 우리 가족끼리 식사를 하다. 이곳은 집들이 모두 호텔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다 예약을 하고 왔는데 유럽에서 유명한 관광지라 비싼 편이다. 식사는 깔끔하고 두 여자가 정성껏 서비스를 한다. 여행객들이 나처럼 일기를 쓰고 인터넷으로 카페에 다 올리기 때문에 모두 잘하려고 할 것이다.

아침에 바닷바람이 너무 추워서 옷을 잔뜩 끼어 입고 아들 내외를 따라나섰는데 길이 험한 높은 산으로 자꾸 올라간다. 제이콥도 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잘 따라가는지라 나도 잘 따라가느라고 진땀을 빼다.

높은 산에 올라가니 이곳 해변이 너무 잘 보이고 아름다워 소리를 지르다. 엽서에서 보던 아름다운 이태리의 바닷가 휴양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우리는 아름다운 바다를 계속 보면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걸어간다.

한쪽에는 묘지가 보이는데 묘 옆에 사람 모양을 만들어 세워놓았는데 말을 탄 기사도 있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고 계단도 나 있어서 차라리 그곳으로 갔더라면 하고 길을 따라 그곳으로 가려고 시도해 보는데 길이 없다. 온 길을 도로 내려가야 하는데 과거에 타코마에서 동네 산을 내려가다가 발목뼈가 부러진 나는 내려가는 길이 너무 무섭지만 조심해서 잘 내려가다.

이제는 바닷가를 따라 다른 마을로 가는데 돈을 내고 패스를 사야 한다고 해서 사러 갔더니 지금은 겨울이라 파는 사람이 없어서 패스를 안 내고 가도 될 것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바닷길을 따라가다가 보니 길을 막아 놓았다. 요즘 어느 사람이 이 길로 가는데 위에서 돌이 굴러 내려와서 죽어서 길을 막았다고? 너무 섭섭했는데 다시 아래로 내려와서 모나롤라 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내리다.

베르나자라는 곳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해변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침을 너무 잘 먹어서 아직 배가 부르니 음식이 별로다. 아들이 인터넷에 이 집은 음식이 맛이 없다고 나왔다고 전화기로 보면서 이야기하다. 참 무서운 인터넷 세상이다.

그곳에서 기차로 왔던 길을 돌이켜 자꾸 산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고 땀을 흘리면서 1시간 30분이 걸려서 기차역 한 정거장을 걸어왔는데 코니그리아 역이다. 길은 걸을 수 있도록 계속 나 있지만 오르는 일은 너무 힘들다.

그런데 제이콥이 너무 잘 걷는다. 때로 아버지가 업어 주지만 긴 시간을 불평도 없이 웃으며 걷고 아빠,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행복이 넘친다. 산과 바다가 그림같이 너무 아름답고 날씨도 어찌나 화창하고 좋은지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걷게 만든다.

올리브 나무가 많아서 농부들이 올리브를 따고 있다. 바닷가 코니그리아 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 가서 내려 마나롤라 역으로 돌아왔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제이콥이 예쁜 엽서에 외할아버지와 고종사촌 형제들에게 보내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는데 너무 잘 썼다. 제이콥은 호텔이나 식당에나 앉기만 하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마나롤라에 와서 작은 식당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먹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너무 맛이 있다. 낮에 너무 맛없게 먹었다고 아들이 이 집은 맛이 있다고 한다. 비쌀 텐데 이렇게 포식을 하면 안 되는데 싶은데 아들이 잔소리 고만하라고 할까보아 말을 삼가다. 초코렛 과자, 포도, 귤, 물도 사서 방에 놔주다.

내일 직장 때문에 먼저 미국으로 돌아가는 며느리가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자고 해서 아들 방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돌아가며 기도하고 남편이 말씀을 전하다. 예배드리자고 하는 며느리가 너무 예쁘다. 나는 왼쪽 새끼발톱과 엄지발톱의 색깔이 까맣게 되었는데 의사인 며느리에게 말할까 하다가 고만두다.

아프지는 않으니 집에 가서 쉬면 나으리라. 며느리가 산을 오르면서 어머니가 아주 건강하시다고 한다. 이제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을 따라 이런 여행을 어떻게 할까 싶다.

은퇴하고 마음도 쓸쓸하고 한국으로 가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우울했고 여행도 그렇게 즐겁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떠나와 보니 너무 좋다. 주님께서 아들을 통해 너무나 좋은 칠순과 은퇴 여행을 하게 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들 내외는 아직 아기도 없던 신혼 초에 하와이로 여행을 가면서 아들이 우리 내외에게 가자고 해서 나는 가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안 가겠다고 해서 그러면 나는 혼자라도 가겠다고 하다. 결국은 남편도 같이 가게 되어서 침대가 두 개인 방을 빌려서 같이 쓰면서 빨간 세단 차를 빌려 타고 다니면서 하와이 관광을 처음으로 많이 했다.

그때 일본군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폭격한 배를 보았고 하와이 파티도 참석해서 저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았는데 시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며느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참으로 하나님 다음으로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는 든든하고 좋은 효자 아들 내외를 주셨고 주님이 사랑스런 예쁜 손자들도 주시고 복을 주셨다는 생각으로 주님의 크신 은혜가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