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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를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척 의미깊고 또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제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강의할 때, 이것을 이용하면 보다 풍부한 논의를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참고했던 4-5개의 번역서 대부분이 칼릴지브란의 원문과 무관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번역자들이 중요한 부분에서 적당히 말을 얼버무리거나거나, 혹은 오역을 하였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흩어진 자료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가 본 시집들이 우연히 오역된 것이었거나 그 이후에 더 좋은 시집이 나왔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그의 시집 가운데 마지막 시인 '이별(the farewell)'이 가장 좋았습니다.
상당히 긴 시였지만 내용이 좋아 전부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일정상 다 하지는 못하고 일부만 번역하였고, 나중을 기약하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인용해주신 분이 있어서, 미완의 번역이지만, 저도 그 가운데 한 부분을 올립니다.
미완의 원고이다 보니 오역이 없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혹시 읽으시고 수정/윤문해주신다면 감사히 지적 받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마무리하지 못한 뒷 부분 번역을 이어서 해 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아래에 한글 번역과 영어원문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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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The Farewell)
이제 이미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여자 예언자인 알미트라가 말했다.
"축복 받으소서 오늘과 이 장소 그리고 지금까지 말씀하신 당신의 영혼이여"
그러자 그가 대답하여 말했다.
"말하는 자가 나였던가? 나 역시 듣는 자가 아니었던가?"
And now it was evening.
And Almitra the seeress said,
"Blessed be this day and this place and your spirit that has spoken."
And he answered, Was it I who spoke? Was I not also a listener?
그때에 그가 사원의 계단을 내려가자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가 배에 이르러 갑판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소리 높여 이렇게 말했다.
오르팔레세 사람들이여, 바람이 나에게 그대들과 작별하라고 재촉하는구나.
그리고 내가 바람보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이제 나는 가야만 하리라.
Then he descended the steps of the Temple and all the people followed him. And he reached his ship and stood upon the deck.
And facing the people again, he raised his voice and said:
People of Orphalese, the wind bids me leave you.
Less hasty am I than the wind, yet I must go.
우리 방랑자들은 언제나 외로운 길을 찾아 떠나고
하루를 마친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지 않으니
저녁 노을이 우리를 떠나보낸 그곳에서 아침 햇살이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리라.
대지가 잠들어 있을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We wanderers, ever seeking the lonelier way, begin no day where we have ended another day; and no sunrise finds us where sunset left us.
Even while the earth sleeps we travel.
우리는 끈질긴 식물의 씨앗들이니,
우리가 무르익고 마음이 충만해지면 바람에 몸을 맡겨 흩어지리라.
We are the seeds of the tenacious plant, and it is in our ripeness
and our fullness of heart that we are given to the wind and are scattered.
그대와 보낸 나의 날들이 너무나 짧았고 내가 한 말은 더욱 더 짧았구나.
그러나 나의 목소리가 그대들의 귓가에서 희미해지고,
나의 사랑이 그대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그때 나는 다시 돌아오리라.
그리고 보다 풍요로운 가슴과 입술로 보다 영혼에 순종하면서 말하게 되리라.
아! 나는 조수(潮水)를 따라 다시 돌아오리라.
Brief were my days among you, and briefer still the words I have spoken.
But should my voice fade in your ears, and my love vanish in your
memory, then I will come again,
And with a richer heart and lips more yielding to the spirit will I speak.
Yea, I shall return with the tide,
비록 죽음이 나를 가리고, 보다 거대한 침묵이 나를 감싸안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다시 한 번 그대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으리라.
만약 내가 한 말이 진리라면, 그 진리는 보다 분명한 목소리와 보다 그대의 생각에 가까운 말로 스스로를 드러낼 것이다.
And though death may hide me, and the greater silence enfold me, yet again will I seek your understanding.
And not in vain will I seek.
If aught I have said is truth, that truth shall reveal itself in a clearer voice, and in words more kin to your thoughts.
오르팔레세 사람들이여, 나는 바람과 함께 가노니, 하지만 텅 빈 곳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일 오늘 그대의 바램과 나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다른 날까지 약속으로 남겨 두기로 하자.
I go with the wind, people of Orphalese, but not down into emptiness;
And if this day is not a fulfillment of your needs and my love, then let it be a promise till another day.
인간의 욕망은 변하는 법,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변하지 않으며, 사랑이 충족시켜야 할 인간의 갈망 또한 변하지 않는 것.
그러므로 알고 있으라,
보다 거대한 침묵으로부터 내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Man's needs change, but not his love, nor his desire that his love should satisfy his needs.
Know therefore, that from the greater silence I shall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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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이리저리 떠도는 안개는, 들판에 이슬로 남을 뿐이지만,
날아 올라 구름으로 모이고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그리고 나 또한 안개와 다르지 않나니.
The mist that drifts away at dawn, leaving but dew in the fields, shall rise and gather into a cloud and then fall down in rain.
And not unlike the mist have I been.
밤의 적막함 속에서 나는 그대의 거리를 거닐었고, 나의 영혼은 그대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래서 그대의 심장 고동소리는 내 가슴속에 있었고, 그대의 숨결은 나의 얼굴 위에서 감돌았으며, 그리하여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나는 그대의 기쁨과 고통을 알았으며, 그대가 잠자는 동안 그대의 꿈은 바로 나의 꿈이었다.
In the stillness of the night I have walked in your streets, and my spirit has entered your houses,
And your heart-beats were in my heart, and your breath was upon my face, and I knew you all.
Ay, I knew your joy and your pain, and in your sleep your dreams were my dreams.
때때로 나는 산 속에 있는 호수처럼 그대들 사이에 있었다.
나는 그대 속에서 산 정상을 비추었고, 굽이진 산비탈과 나아가 그대들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욕망 다발까지 비추었다.
And oftentimes I was among you a lake among the mountains.
I mirrored the summits in you and the bending slopes, and even the passing flocks of your thoughts and your desires.
그리고 나의 침묵 속으로 그대의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시냇물처럼 다가왔고 젊은이들의 열망이 강물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 마음의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도 시냇물과 강물의 노래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웃음보다 더 달고 열망보다 더 위대한 것이 나를 찾아왔으니
그것은 바로 그대 속에 있는 무한함(무한한 사람/영혼)이다.
And to my silence came the laughter of your children in streams, and the longing of your youths in rivers.
And when they reached my depth the streams and the rivers ceased not yet to sing.
But sweeter still than laughter and greater than longing came to me.
It was boundless in you;
한없이 큰 그 분 속에서 그대는 단지 세포이며 힘줄이며
그 분의 노래 속에서 그대의 모든 노래는 소리 없는 박동이다.
한없이 큰 그 분 속에서, 그대는 한없이 커지고,
그 분을 봄으로써, 나도 그대를 보았고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다.
The vast man in whom you are all but cells and sinews;
He in whose chant all your singing is but a soundless throbbing.
It is in the vast man that you are vast,
And in beholding him that I beheld you and loved you.
왜 사랑은 광대한 하늘에도 없는 먼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
어떤 이상과 기대 그리고 추측으로 저것보다 높이 비상(飛翔)할 수 있을까?
사과 꽃으로 둘러싼 거대한 참나무 같이 그대 속에 그 한없이 큰 분이 계신다.
그 분의 힘은 대지에 그대를 묶고, 그 분의 향기는 그대를 하늘로 들어 올리며,
그리하여 그 분의 영원함 속에서 그대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
For what distances can love reach that are not in that vast sphere?
What visions, what expectations and what presumptions can outsoar that flight?
Like a giant oak tree covered with apple blossoms is the vast man in you.
His might binds you to the earth, his fragrance lifts you into space, and in his durability you are deathless.
그대는 쇠사슬의 고리 중 그대가 가장 약한 고리처럼 연약하다는 것을 들었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절반만 진실이다. 그대는 또한 가장 강한 고리처럼 강하기도 하다.
그대의 가장 보잘 것 없는 행위로 스스로를 헤아리는 것은 덧없는 거품으로 바다의 힘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대의 실패로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은 계절이 바뀐다고 해서 계절을 책망하는 것과 같다.
You have been told that, even like a chain, you are as weak as your weakest link.
This is but half the truth. You are also as strong as your strongest link.
To measure you by your smallest deed is to reckon the power of ocean by the frailty of its foam.
To judge you by your failures is to cast blame upon the seasons for their inconsistency.
아! 그대는 바다와 같다.
비록 좌초된 무거운 배가 그대의 해안에서 조수(潮水)가 밀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그대는 그대의 조수가 오도록 재촉할 수는 없다.
Ay, you are like an ocean,
And though heavy-grounded ships await the tide upon your shores, yet, even like an ocean, you cannot hasten your tides.
그리고 그대는 또한 계절과 같다.
비록 그대의 겨울 속에서 그대가 그대의 봄을 거부할 지라도,
여전히 그대 속에서 쉬고 있는, 봄은 봄의 나른함 속에서 미소를 짓고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And like the seasons you are also,
And though in your winter you deny your spring,
Yet spring, reposing within you, smiles in her drowsiness and is not offended.
그대들이 서로에게 "그 분이 우리를 매우 칭찬했다" "그분이 우리의 선한 면만을 보셨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이러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단지 그대들 자신이 생각으로 알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한 것뿐이니.
Think not I say these things in order that you may say the one to the other, "He praised us well. He saw but the good in us."
I only speak to you in words of that which you yourselves know in thought.
그리고 말로 표현된 지식이란 말없는 깨달음의 그림자 외에 무엇이겠는가?
그대의 생각들과 나의 말들은 우리의 지난날들과,
대지가 우리 뿐 아니라 그 자신도 모르던 옛날의 날들과,
대지가 혼돈으로 정돈되지 않았던 밤들의, 기록들을 간직한 봉인된 기억들로부터 온 파도이다.
And what is word knowledge but a shadow of wordless knowledge?
Your thoughts and my words are waves from a sealed memory that keeps records of our yesterdays,
And of the ancient days when the earth knew not us nor herself,
And of nights when earth was upwrought with confusion,
***
똑똑한 사람들은 그대에게 자신들이 가진 지혜를 주려고 온다. 나는 그대의 지혜를 빼앗기 위해 왔도다.
그러니 보라, 나는 지혜보다 더 위대한 것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그대 안에 있는 저절로 점점 모여드는 불타오르는 영혼이다.
하지만 그대는 영혼의 나래를 펴는 데 관심이 없고, 그대의 (젊은) 날들이 시들어 감을 슬퍼한다.
Wise men have come to you to give you of their wisdom. I came to take of your wisdom:
And behold I have found that which is greater than wisdom.
It is a flame spirit in you ever gathering more of itself,
While you, heedless of its expansion, bewail the withering of your days.
육체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여기에 무덤은 없다.
이 산과 들은 요람이며 발판이다.
그대는 그대의 조상들이 누워있는 그 들을 지날 때마다 그 일대를 유심히 보라.
그러면 그대는 그대 자신과 그대의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추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참으로 그대는 때때로 앎 없이 즐거워한다.
It is life in quest of life in bodies that fear the grave.
There are no graves here.
These mountains and plains are a cradle and a stepping-stone.
Whenever you pass by the field where you have laid your ancestors look well thereupon, and you shall see yourselves and your children dancing hand in hand.
Verily you often make merry without knowing.
다른 이들은 그대들의 믿음에 황금빛 약속을 기약하기 위하여 그대들에게 왔지만,
그대는 그들에게 부(富)와 힘과 영광만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그대에게 한 약속은 그 사람들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나에게 더욱 더 관대하였다.
그리고 그대는 나에게 삶 이후의 문제에 대하여 깊은 목마름을 주었다.
Others have come to you to whom for golden promises made unto your faith you have given but riches and power and glory.
Less than a promise have I given, and yet more generous have you been to me.
You have given me deeper thirsting after life.
참으로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의 모든 목표를 타오르는 입술로 만들고
자신의 전 생애를 샘으로 바꾸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으니
그곳에 나의 영예와 나의 보답이 있음이라.
나는 내가 샘에 가서 그것을 마실 때마다
살아있는 샘물 그 자신도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그것은 내가 샘물을 마시는 동안 샘물도 나를 마시는 것이다.
Surely there is no greater gift to a man than that which turns all his aims into parching lips and all life into a fountain.
And in this lies my honour and my reward, -
That whenever I come to the fountain to drink I find the living water itself thirsty;
And it drinks me while I drink it.
그대들 중 어떤 이들은 나를 자존심이 강하고
선물 받는 것을 너무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자존심이 강해 보수를 받지는 못하지만, 선물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대가 그대의 식탁에 나를 초대했을 때 내가 언덕에서 딸기를 먹고 있었고,
그대가 나를 위해 기꺼이 잠자리를 내어주고자 했을 때 신전의 문간에서 잠들었다.
내가 언제나 입으로 향기로운 음식을 먹고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잠들 수 있었음은 나를 밤낮으로 걱정해 준 그대의 사랑이 가득한 배려 덕분이 아니었던가?
Some of you have deemed me proud and over-shy to receive gifts.
Too proud indeed am I to receive wages, but not gifts.
And though I have eaten berries among the hill when you would have had me sit at your board,
And slept in the portico of the temple where you would gladly have sheltered me,
Yet was it not your loving mindfulness of my days and my nights that made food sweet to my mouth and girdled my sleep with visions?
이러한 것들로 인하여 나는 그대를 무한히 축복하노라.
그대는 많은 것을 베풀었으나 그대가 베풀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진실로 거울 속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친절이란 돌로 변하는 것이며,
그럴듯한 호칭으로 치장한 선행은 저주를 낳는 부모가 된다.
For this I bless you most:
You give much and know not that you give at all.
Verily the kindness that gazes upon itself in a mirror turns to stone,
And a good deed that calls itself by tender names becomes the parent to a c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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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대의 가장 보잘 것 없는 행위로 스스로를 헤아리는 것은 덧없는 거품으로 바다의 힘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대의 실패로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은 계절이 바뀐다고 해서 계절을 책망하는 것과 같다."
5번 정도 읽었는데 와 닿는 구절이네요. 어쩌면 우리는 갖자가 가진 무한한 능력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작은 돌부리에 넘어진 것이 두려워 가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두고 두고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 나시면 나머지 부분도 꼭 완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