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 오기 전 9월의 풍경은 듣는 데에서 시작된다. 가늘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밤하늘의 별처럼 가박거리다. 나팔꽃이 아침을 연다. 얼굴이 작은 둥근 유홍초는 가을 흰 구름 속에서 핀다. 꽃이 많아 한 덩어리로 보인다. 지평선 끝에 노을은 가을이 금방 오고 만다. 오늘 솔잎 유홍초는 이 또한 아주 작은 꽃잎이다. 작지만 꽃잎이 선명하다. 아직 많이 피지는 않았지만 쑥부쟁이도 꽃잎이 깨끗하다. 새벽 초승달 옆에 목성의 자리도 선명하게 비쳐온다. 이른 아침 천상에서 지상으로 옮겨진 풍경이 아름답다. 여름의 풍경에서 가을의 아침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는 소리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가을의 첫 수확은 참깨다. 참깨 터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가을의 소리는 분명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계절의 변화가 미미하지만 며칠만 있으면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달이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고 있다. 내가 먼저 계절에 가 있으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9월은 가깝게 있는 것과 멀리 있는 것들이 선명하다. 갑자기 눈이 맑아지고 마음도 밝다. 새벽의 동쪽 하늘 풍경은 아름다운 시절을 노래하고 있다. 곧 아침이 오면 초롱초롱한 꽃들과 이야기한다. 오월에 오동꽃 필 때 마른 나뭇가지에서 핀 것처럼 보였다. 꽃이 언제 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오동잎만 무성하게 펼쳐놓았다. 9월은 그냥 오지 않는다. 여름 내내 잎사귀를 키워 가을의 열매로 고스란히 옮겨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솔잎 유홍초는 넝쿨성 식물이다. 다른 사물로 의존하여 자기의 키 높이를 올린다. 바람과 벌을 유인한다. 꽃이 강렬하여 멀리에서도 잘 보인다. 계절이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고 꽃도 움직인다. 그래야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공통의 삶에서 약간의 자기 개성이 있으면 삶은 풍요로워질 것 같다. 지상에서 제일 가까운 꽃과 땅에서 떨어져 피는 꽃은 더 멀리 있는 9월의 산이 배경이 된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한 장의 사진이 된다. 솔잎 유홍초는 잎이 솔잎처럼 생겨 이름을 그렇게 부른다. 이름은 모두 똑같지만 꽃잎 하나하나 다를 것이다. 그걸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고 시각도 다르다. 한 순간의 선택에서 마음의 전이가 생긴다. 더욱 선명해진 풍경이 단순화시키면서 묘한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동트기 전 새벽 밤하늘은 찬란하면서 가장 깨끗하다. 초승달이라 아주 작게 보인다. 그 옆에 목성이 아주 깨끗하게 빛난다. 새 아침의 태양은 작은 꽃 위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9월의 풍경은 멀리 있는 산과 내 앞에 꽃이 매일 다르게 펼쳐진다. 오늘 순간의 움직임 속에서 마음을 주고 싶기도 하면서 받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