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역 가는 길 자운동에서 바라본 예봉산 철문봉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 고은, 『순간의 꽃』
▶ 산행일시 : 2013년 11월 6일(수), 흐리고 스모그, 비 오락가락
▶ 산행인원 : 4명(오기산악회 수요산행)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0.9㎞
▶ 산행시간 : 6시간 17분
▶ 교 통 편 : 버스와 전철 이용
▶ 시간별 구간
10 : 20 - 팔당역, 산행시작
11 : 00 - 230m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 쉼터
11 : 21 - 쉼터, 예봉산 정상 0.9㎞
12 : 23 - 예봉산(禮峰山, △683.2m)
12 : 34 ~ 13 : 05 - ┼자 갈림길 안부, 점심
13 : 12 - 철문봉(喆門峰, 636m)
13 : 48 - 적갑산(赤甲山, 566m)
14 : 52 - 새재고개, 오거리 쉼터
15 : 52 - 자운동 버스종점, 조조봉 입구
16 : 37 - 도심역, 산행종료
1. 도심역 가는 길, 고려대학교 농장을 관통한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내일을 베일로 가려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이 있기에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과 설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라고
카톡으로 전전날 문자메시지를 내게 보낸 이영상 님이 전날에는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1/2(토) 서산 앞바다로 낚시하러 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하면서 알게 된 나와 핸폰의 차
이, 핸폰은 보험적용이 되어 새로운 부품으로 거듭 태어났지만 나는 찍히고 긁힌 몸으로 그대
로 살아야 한다는 것.”
웃어야 할지? 그날 새벽부터 바다 낚시하러 간 오기산악회 고정멤버 4명 모두 약속이나 한듯
오늘 산행에 빠졌다. 그들은 그날 서산 앞바다에서 남들은 주꾸미를 수백 마리 낚는데 겨우
한 마리 낚았다고 한다. 가져간 삼겹살만 구워먹고 왔다니 충격이 컸나 보다. 물에 빠진 건 어
둑한 이른 아침에 선창에서 낚싯배를 타려다 발을 헛딛었다고 한다.
오늘 산행인원은 4명. 팔당역 역사를 나와 오른쪽 자전거가게와 철길 굴다리를 지나고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율리고개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바로 왼쪽의 산기슭을 향한다. 예봉산 오르
기가 약간 가파르지만 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다. 날씨가 짙은 스모그로 우중충하여 가까운 건
너편의 검단산조차 흐릿하게 보인다.
산길에는 만추의 스산함이 배어 있다. 산자락 울긋불긋한 단풍은 끝물로 노란 활엽의 생강나
무와 쪽동백나무를 빼고 나면 보잘 것이 없다. 그렇지만 벌레 먹은 갈참나무 잎을 이생진 시
인의 혜안 빌어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고 하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전문
한 피치 바윗길 돌아 230m봉 올랐다가 약간 내리면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다. 완만한 오
름이 이어진다. 능선이 주춤하여 쉬어가는 곳은 우리도 쉬어가도록 벤치가 놓여 있는 쉼터다.
숭숭 솟은 바위가 전망하기 좋은데 검단산이 아까보다 더 희미하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데크
계단 214개로 오르면 능선 다시 주춤한 ├자 갈림길 쉼터다.
2. 예봉산 오르는 도중에 바라본 견우봉과 직녀봉
3. 예봉산 등로 사면
4. 갈참나무 잎.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5. 생강나무
6. 쉼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검단산
8. 쉼터
9. 개옻나무
바위지대 오른쪽 가장자리로 낸 데크계단 146개 오르면 바위절벽 위인 예봉산 최고의 경점이
다. 오늘은 별로 볼 것이 없다. 산자락도 칙칙하다. 정상까지 250m, 울퉁불퉁한 바윗길에 밧
줄이 달려 있다. 이때 갈잎 낙엽이 소란하여 기어코 비 뿌리는 줄 안다. 비는 기상청 일기예보
의 성의를 생각하여 찔끔거리는 것 같다.
예봉산 정상.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정상 옆의 포장마차도 문을 열었다. 전에 무심했던
나무에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 있어 마당 쓸고 있는 포장마차 여주인에게 나무이름을 물
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바로 ‘참빗살나무’라고 한다. 주변 살피자 온통 군락지다. 예봉산 정상
에 서서 발돋움하여 보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사방 안개에 가려 아무 조망 없다.
철문봉 가는 길. 내리막길 돌부리 나무뿌리가 딱 미끄럽도록 젖었기도 하였지만 만추를 즐기
려는 걸음이라 한껏 늘어지게 걷는다.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 등로 살짝 비킨 노송 아래
공터가 비를 가릴 겸 점심자리로 명당이다. 김기월 대장님이 돼지고기 보쌈을 보온하여 가져
왔는데 하필 술이 없어 비극이다.
안부의 억새밭은 아마 사진 찍느라 볼썽사납게 뭉개졌다. 철문봉(喆文峰). 안내문에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삼형제가 이곳까지 와서 학문의 도를 밝혔다고 한다. 한 마디씩 한다. 어떻게
여기에서 학문의 도를 밝힐 수 있느냐고. 차라리 정약용 등이 능내리에서 이곳까지 거닐며 명
상하였다는 정도로만 해도 충분할 텐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나고 적갑산 가는 길은 부드럽고 호젓한 산책길이다. 아껴 걷는다.
등로 주변에는 참빗살나무가 흔하다. 이곳 등산은 산을 수집하기에 아주 좋다. 금세 적갑산을
얻는다. 새재고개 지나면 갑산, 미인봉, 조조봉까지 얻을 수 있지만 우리는 새재고개에서 도
심역으로 하산할 것이다. 적갑산 지나 완만하게 내리다가 498m봉 넘고 오른쪽으로 운길산
가는 ┣자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한차례 뚝 떨어지면 임도가 지나는 오거리 쉼터 새재고개다.
10. 한강 건너 검단산
11. 예봉산 가는 등로
12. 예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문봉
13. 참빗살나무(Euonymus sieboldianus), 노박덩굴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 예봉산 정상에서
14. 참빗살나무 열매
15. 참빗살나무 열매
17. 적갑산 가는 길
목판에 새겨 고갯마루 이정표에 걸어 놓은 정약용의 시가 판독하기 어렵다. 아래 내용이다.
원시를 찾아 병기한다.
어느 누가 세모꼴로 교묘하게 깎아 誰斲觚稜考
우뚝하게 이 대를 세워 놓았네 超然有此臺
흰구름 바다처럼 깔려 있는데 白雲橫海斷
가을빛은 하늘에 충만하구나 秋色滿天來
천지사방은 둥글어 기울어짐이 없건만 六合團無缺
천년 세월은 넓고 멀어 아니 돌아오네 千年渀不回
바람을 쏘이면서 휘파람 불며 臨風忽舒啸
한울 땅 둘러보니 유유하다오 覜仰一悠哉
――― 다산 정약용,『백운대에 올라(登白雲臺)』전문
큰사랑산길 다산길 4코스 따라 도심역으로 가기로 한다. 거기까지 4.88㎞다. 골짜기로 내리
는 임도 따르다가 산자락 소로가 보여 그리로 든다. 노란 생강나뭇잎이 보기 좋다. 그 밑에서
올려다보면 중세 성당의 걸작인 스테인드글라스 같다. 포장도로로 내리고 갑산 조조봉 들머
리인 자운동 마을버스 종점이다. 버스 오기 기다리지 않고 버스가 다니는 길이 아닌 오른쪽
다산길로 간다.
다산길은 고려대 농장을 관통한다. 일직선으로 뚫린 1.2㎞ 들판길이 열주의 은행나무와 때
아니게 핀 개나리꽃을 관상하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심(都心)의 도심역(陶深驛)에 오니
산에 두고 온 가을이 벌써 아쉽다.
19. 적갑산,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철문봉
20. 운길산으로 가는 능선
21. 새재고개 가는 길
23. 새재고개, 세정사 가는 길
24. 생강나무,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다
25. 도심역 가는 길가에 핀 개나리꽃
26. 도심역 가는 길, 고려대 농장을 관통한다. 일직선 길이 1.2㎞
첫댓글 참빗살나무를 몰라서 ㅠ 이래가지구 강사 한다구...산이야 계절이 바뀌면 항상 같은산도 다르게 보이져...
참빗살나무가 어려운나무인가보네요 ?, 아직도 색바랜 나뭇잎들이 달려있는 것을 보니 늦은 가을 분위기가 물씬납니다.......
회나무나 회목나무하구 헷갈려서리 ㅜ 자료 찾으면 되는데땜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