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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일기 스크랩 로시난테, 너를 버리지않을 거야!
찰라 최오균 추천 0 조회 153 15.11.26 09:5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요즈음 나의 애마 로시난테가 자꾸만 아프다. 산타페 2003년 식, 주행거리 207,935km, 성스러운 믿음, 거룩한 믿음이란 뜻을 가진 산타페도 나이를 드니 시낭고낭 자꾸만 아프다. 금년 들어 더하다.

 

 

차계부 기록을 보니 12일 전조등 교환, 33일 뒤 범퍼 교환, 후렌다 도색, 521일 미션오일 교환, 827일 앞바퀴 조인트, 뒷바퀴 연결부위 트레일딩부싱 교환, 98 타이밍벨트 교환, 인젝션 클리닝, 10 23일 부동액 교환거의 2~3개월마다 자동차 병원(자동차 수리소)에 드나들고 있다. 들어가는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이거야 정말, 이 중고차 값보다 수리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오늘은 아내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을 한 후 퇴원을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로시낱레를 몰고 아내의 퇴원수속을 밟으러 갔다. 히터를 30도로 올리고 예열을 한 후 스위치를 눌렀는데도 따뜻한 바람은 나오지 않고 찬바람만 휙휙 나온다. “로시난테 어떻게 된 거야. 또 어디가 아프니?” 사람이나 차나 나이가 들면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추위에 덜덜 떨며 진눈깨비 내리는 길을 운전했다.

 

일단 병원에 가서 아내의 퇴원 수속을 밟았다. 일주일전 아내는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몸 전체가 부어올라 몸무게도 며칠 새에 무려 8kg이나 늘어나고, 하늘이 빙빙 돌고 자꾸만 어지럽다고 했다. 주치의에게 연락을 하니 빨리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황급히 응급실로 달려갔더니 처방은 고사하고 먼저 이것저것 검사를 시작했다.

 

 

피를 뽑아 혈액을 검사하고, 심전도, 심장초음파, 위와 장 내시경, 귀 이명 검사검사의 연속이다. 결과는 칼륨과 전해질 부족으로 빈혈증세 악화, 신진대사가 부진하여 대소변 배출이 잘 안되어 체내에 쌓이다 보니 체중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해질을 투여하고호수를 끼어 넣어 소변을 강제로 빼내고, 관장을 해서 대변을 뽑아내고, 이뇨제를 투여했다.

 

심장을 바꾼 아내는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1형 당뇨를 앓고 있어 인슐린분비가 전혀 되지 않아 하루에 인슐린 투여를 네 번이나 한다. 복용을 하는 약의 종류도 무려 15가지가 넘는다. 그런데다 체질이 예민하고 특이하여 감기약만 먹어도 이뇨작용이 잘 안 되어 몸이 붓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이빨까지 좋지 않아 지난 115일 어금니를 세 개나 뽑았다. 잇몸치료를 한 후 임플란트를 할지, 아니면 틀니를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치과도 아무데나 갈 수가 없고 아산병원에만 다녀야 한다. 심장이식환자는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어 일반 치과에서는 이빨도 제대로 뽑을 수가 없다. 이를 뽑은 후 아내는 피를 꽤 많이 흘렸다. 진통 소염제와 항생제를 5일 간 복용했는데, 그 약이 신진대사를 억제하여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고 빈혈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심장기능에는 큰 이상이 없어 아내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아내도 자동차처럼 나이가 드니 자꾸만 병원에 다닌다.

 

이렇게 애지중지 귀하신 마나님을 모시려 가는데 로시난테마져 속을 썩이다니... 오, 로시난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병원(수리소)에 다녀 온지 한 달도 체 지나지 않았는데, 너마저 찬바람만 휙휙 내뿜다니. 그 찬바람을 맞고 귀하신 마나님께서 감기라도 들면 나는 어떡하라고?

 

응급실로 실려 갈 때는 다 죽어가던 아내가 다시 생기를 찾고 있었다. 어지럼증도 없다고 했다. 다행이다. 앞으로 죽 그렇게만 해다오. 일단 아내를 고이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는 로시난테 등에 올라 로시난테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자동차병원인 모터스테이션 구리점으로 갔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지나 모터스테이션에 도착을 하니 로시난테의 본 네트를 열고 담당의사(기사님)가 여기저기 체크를 했다. 마치 아내가 응급실에서 여기저기 검사를 하듯로시난테 의사들은 손전지를 들고 그 복잡한 부품들을 일일이 비춰보며 전자계기로 이곳저곳을 체크를 했다. 체크를 마친 기사님이 상세한 진단 결과를 설명했다.

 

, 또 일단 라지에터가 부식이 되어 부동액이 새어나와 히터가 예열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뒷바퀴 리어스테일이 부식되어 소음이 납니다. 예열플러그가 오래되다보니 접촉이 좋지 않아 추운 겨울철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게 되고, 에어흡기에 이물질이 끼어 공기 흡입이 부실하여 연소가 잘 되지 않고 있네요, 또 써머스텟이 노후 되어 냉각수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그리고 ECU맵핑을 해서 출력을 상승시키고 배기가스 매연을 방지해야 하는 작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거야 정말, 자동차 문외한인 내가 저 어려운 단어를 어찌 다 알 수 있으리오. 단지 찬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난 나오게 해 주십사 하고 왔는데기사님은 노후화로 고장 난 부품을 일일이 비추어 보이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아내를 애지중지 아끼듯 나의 로시난테도 병을 고쳐주어야 한다. 나는 서울아산병원이 아내의 병을 잘 돌보는 것을 신뢰하듯 모터스테이션이 나의 애마 로시난테를 수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정이 듬뿍 든 로시난테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의사의 처방에 따르기로 했다.

 

로시난테는 얼마 전에 타이밍벨트를 교환하며 분해가 되었는데 다시 완전 분해가 되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작업을 완료하기까지는 2시간 이상이 걸릴 거라고 했다. 나는 로시난테가 해부되어 작업이 시작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휴게실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노후화되어 물이 새는 라디에터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작업 현황을 들여다본들 알 수도 없는 일이고, 전문의들이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서다.

 

휴게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인터넷 바둑을 두 판이나 두었는데도 로시난테의 치료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치료시간을 예고한 2시간이 지나갔다. 사방이 점점 어두워지고 밤이 되도록 로시난테의 치료는 계속되었다. 휴게실에 있기도 답답하여 작업실로 내려갔다.

 

이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분 정도면 끝날 것 같습니다.”

 

에어 흡기에 까맣게 낀 앙금을 닦아내며 기사님은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혈관에 고지혈증이 생기듯 에어흡기 호스에도 앙금이 두껍게 끼어 있다. 기사님은 거기에 약물을 분사하여 몇 번이나 닦아냈다. 다른 기사님은 컴퓨터를 들고 운전석에 앉아 ECU재맵핑 작업을 했다.

 

▲ECU맵핑작업

 

▲써모스텟과 예열플러그를 교환작업

 

리어 스태빌은 노후 된 부품이 들어붙어 나사가 풀어지지 않아 절단을 하고 교체를 해야 했다. 예열플러그를 뽑아내고 인체의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을 갈아 끼우듯 새 플러그를 끼워 넣었다. 라디에터 새로 갈아 끼웠다. 마침내 마지막 볼트가 조여지자 로시난테의 수리는 끝났다.

 

▲리어스테빌 교환

 

오래 기다리셨지요? 일단 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내일 아침에 부동액 뚜껑을 열어보시고 줄어 있으면 이 병에 든 부동액을 보충하십시오.”

 

, 그래요? 이렇게 여러 군데 손을 보았는데 앞으로 또 올 일이 있을까요?”

 

아마 당분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담을 할 수는 없지요. 오래된 차는 어떤 부위의 부속이 고장이 날지 모르니까요. 모든 것이 영원한 것은 없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기는 하지요.”

 

영원한 것은 없다? 그 말 참 명언이다.

나는 로시난테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시동소리가 더 힘차게 들려왔다. 액셀을 살짝 밟았는데도 로시난테는 휭~ 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소음도 나지 않고 승차감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수리를 마친 나의 애마 로시난테

 

이거야 정말, 아내도 자동차도 돈을 들여 놓으니 기능이 갑자기 좋아졌다. 아니, 나의 정성과 전문의들의 치료가 백중한 것이다. 오늘 나는 아내의 병원비와 로시난테의 수리비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렇다고 나는 봉은 아니다. 아산병원과 모터스테이션을 신뢰하기에 없는 돈을 통통 털어 투자를 한 것이다. 둘 다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사람도 자동차도 역시 명의가 필요하다. 집으로 돌아와 지하 주차장에 로시난테를 파킹하고 나는 13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자랑스러운 로시난테를 바라보면서 엉덩이를 툭툭치면서 격려를 했다.

 

 

이봐 로시난테, 내가 아내를 버릴 수 없듯 너를 버릴 수야 없지. 앞으론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해다오. 그리고 한 십년 나와 함께 더 살아야지?”

 

크크크, 글쎄다. 가난한 나에게 녀석이 제발 좀 더 버텨 주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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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11.26 11:32

    첫댓글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어렵지만 이해는 다 했어요. 당나귀라 생각하며 발굽도 갈라지고, 눈도 침침하고, 귀도 안 들리고, 먼 길 가기도 힘들고.... 그런거지요? 그나저나 각하님이 편찮으셨다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오늘 여긴 아침에 눈발이 펄펄 날리더니 지금은 해가 쨍하게 나네요. 두 분다, 아니 로시난테까지 세 분 다 이 겨울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 15.11.28 09:30

    ㅋㅋ 나의 애매 로시난테가 돈 먹는 하마로 변했지만 버릴 수 없어요^^
    정든 사람이나 자동차나 손봐주어 가면서 살아야지요.
    그도 애착일까?
    아녜스님도 건강하세요~~

  • 15.11.30 23:58

    그래도 이렇게 고쳐주시는 명의들이 계시니 다행이지요. 각하님과 로시난테의 병을 낫게 해주신 명의들께 감사한 마음이드네요.

  • 작성자 15.12.01 04:23

    로시난테에게 돈을 들였더니 아주 성능이 좋아졌어요^^
    한국에 오시면 로시난테를 태워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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